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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점 기준 -
     5점 - 걸작 / 4점 - 강추 / 3점 - 그런대로 / 2점 - 별로 / 1점 - 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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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의 10미터 앞 - 요네자와 호노부 / 김선영 : 별점 3점 Book Review - 추리 or 호러

진실의 10미터 앞 - 6점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엘릭시르

프리랜서 기자인 다치아라이 마치가 등장하는 단편들을 수록한 요네자와 호노부의 단편집. 다치아라이 마치는 '고전부'나 '소시민' 등 다른 시리즈 캐릭터에 비하면 지명도가 낮은 편입니다. 등장 작품이 <<안녕 요정>>, <<왕과 서커스>> 두 편 뿐이며 그나마도 <<안녕 요정>>에서는 주인공이라고 하기 힘든 탓입니다. 작품들의 특징이라면 30이 넘은 성인으로 웃음기를 쫙 빼고 서술되고 있으며 살인이나 자살과 같은 강력 사건들이 벌어진다는 점이고요. 이 단편집도 마찬가지입니다. 표제작을 포함한 수록된 여섯 편의 단편 모두 비슷해요. 대부분 비극이거나 씁쓸한 뒷 맛을 남긴다는 점도요.

눈에 뜨이는 건 모든 이야기에 '기자' 라는 직업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조금씩 다른 해석으로 실려있다는 점입니다. 이야기 속 다치아라이의 취재는 대다수 독자를 위해 진실을 규정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극소수의 독자를 위해 눈에 보이는 진실이 아닌 그 이면을 들춰내어 밝혀내고, 그러면서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거나 상처를 입게된다는 내용들이거든요.
이를 화자인 '나'가 다치아라이 마치인 <<진실의 10미터 앞>>에서 시작해서 '나'가 범인인 <<정의로운 사나이>>, 다른 기자가 화자인 <<고이가사네 정사>>, 3인칭 전지적 관찰자 시점인 <<이름을 새기는 죽음>>, 그리고 취재에 동행한 제 3자가 화자인 <<나이프를 잃은 추억 속에>>와 사건의 주요 관계자가 화자인 <<줄타기 성공 사례>>와 같이 다양한 시점 변화를 통해 강조하는 솜씨도 인상적이고요.
이러한 묵직한 내용과 현란한 기교는 작가 요네자와 호노부 스스로 고교생 일상계에서 벗어나 진지한 주제를 다루고 싶었던 욕심에서 비롯된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냥 묵직한 것에 그치지는 않습니다. 특히 작가의 이름값에 걸맞게 추리적으로는 꽤 괜찮은 편이에요. 사소한 단서에서 진실을 끌어내는 이야기들이 많은데 상당히 설득력이 높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있음직한, 생활감 넘치는 단서와 전개는 작가의 특기인 일상계 추리물을 연상케 만들지요. 전화 통화 내용만 가지고 자신이 찾는 인물의 소재를 밝혀내는 과정을 그린 <<진실의 10미터 앞>>, 자살을 각오한 고교생 연인의 노트에 쓰여진 '살려줘'라는 글귀, 그리고 함께 죽지 않은 기묘한 현장에서 다른 사건과의 관련성을 눈치챈다는 <<고이가사네 정사>>, 한 노인의 고독사 이면에 있는 진상을 그린 <<이름을 새기는 죽음>>이 그러합니다.

조금 억지스러운 이야기도 없지는 않고, 기자 의식을 무리하게 집어넣은게 아닌가 싶은 이야기도 있기는 합니다. 일본 전국을 누비지만 기묘할 정도로 여정 미스터리 느낌이 나지 않는것도 단점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약간 아쉽기는 하고요. 그래도 이 정도면 전체적으로 완성도 높은 수작 단편집이라 생각되네요. 제 별점은 3점입니다. 요네자와 호노부의 팬이시라면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언제나처럼 작품별로 상세하게 소개하며 리뷰를 마칩니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진실의 10미터 앞>>
나 다치아라이 마치는 사진기자 후지사와 요시나리와 함께 야나마시로 향한다. 도산한 벤처 기업 퓨처스테어 홍보 담당인 하야사카 마리가 실종되었는데 그녀의 행방을 찾을만한 단서가 발견되었기 때문이었다. 단서는 그녀가 여동생과 통화한 통화 기록. 다치아라이는 통화 기록을 토대로 야마나시의 명물 호토를 파는 가게 중 한 곳을 특정하여 그녀를 발견하는데 성공한다.

통화 기록 속에 숨겨진 몇 가지 단서를 통해 하야사카 마리의 행적을 밝혀내는 추리가 화려하게 펼쳐지는 작품. '타이어 문제로 움직일 수 없다'에서 눈이 내린 지역을, '우동 같은 음식'으로 야마나시 명물 '호토'를, 술에 취했다는 말을 통해 호토와 술을 함께 밤 늦게까지 파는 가게를 찾고 '말도 잘하는 멋진 남자'에서 마지막 목격자인 외국인 가게 종업원을 찾아내는 이야기로 모두 이치에 합당하고 설득력이 높습니다. 추리만으로도 별점 3점은 충분한 좋은 작품이지요.

하지만 숨은 그림 찾기같은 추리 외의 이야기 자체로는 별다른 내용은 없습니다. 하야사카 마리는 자살한 시체로 발견되고, 관련된 기사도 쓰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죠. 다른 작품들과 같은 주제 의식을 드러내기에는 좀 부족해서 아쉽습니다.

<<정의로운 사나이>>
막 투신 자살 사고가 일어난 지하철 플랫폼에서 '나'는 다른 사람에게 불편을 초래하는 짜증나는 여기자를 발견하는데...

20여페이지 남짓한 소품. 플랫폼 끝이 아니라 중간 지점에서 투신이 일어났다는 점에서 사고가 아니라 살인이 아닐까 생각한 다치아라이의 재치는 높이 평가할 만 합니다. '민폐를 끼치는 인물에 대한 불쾌감'이라는 동기도 현대 사회에서는 충분히 있음직 하고요.

그러나 그 외의 내용은 지나치게 작위적이었어요. 범인이 그 자리에 계속 머물러 다치아라이를 관찰한다던가, 다치아라이의 행동을 민폐로 여기고 불쾌해한다던가 하는 설정과 전개 모두요. 기자 의식을 다룬 부분도 짤막하게 등장하기는 합니다만 그렇게 중요한 내용으로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사건을 만나 기쁘다는게 진심인지 아닌지는 결국 밝혀지지도 않고요. 한마디로 가벼운 소품으로 별점은 2점입니다.

<<고이가사네 정사>>
미에 현에서 고교생 2 명, 구와오카 다카노부와 가미조 마리의 동반 자살 사건이 일어난다. <<주간 심층>>의 기자 쓰루는 현지 취재를 나서며 코디네이터로 나선 다치아라이와 함께 움직이게 된다. 유언장에 남겨져 있던 '살려줘'라는 글귀와 고교 선생님들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다치아라이는 이 사건이 의원 폭탄 사건과 관련되어 있다는걸 알아내고 이 정보를 쓰루와 공유한다.

가족을 통해 성폭행을 당해 임신한 여고생과 그녀를 돕지못해 좌절한 남고생이 함께 자살한다는 정사 사건 속 또다른 진상을 밝혀낸다는 이야기. 
함께 죽기를 원했던 둘이었는데 왜 마리만 칼에 찔려 죽고 다카노부는 물에 빠져 교각에 걸린 사체로 발견되었는지?와 유언장에 남겨진 글귀, 그리고 현장에 남겨져 있던 와인 속 맹독인 '황린'을 통해 진상에 이르는 과정이 합리적이면서도 깔끔합니다. 그나마 믿을만하다 생각했던 '선생'이 사실은 자기만 아는 이기주의자 쓰레기로 둘의 죽음을 자신의 범행 은닉에 이용했다는 진상과 결말은 굉장히 씁쓸하면서도 잔혹하고요.

다치아라이가 주변인처럼 그려지며 그녀가 취재하는 의원 폭탄 사건에 대해 전혀 알 수 없다는 단점이 있기는 합니다. 대표적으로 왜 시모타키 선생이 의원들에게 발화 폭탄을 보냈는지는 알 수 없지요. 그래도 추리와 이야기 전개 모두 빼어난 수작임에는 분명합니다. 별점은 3.5점입니다.

<<이름을 새기는 죽음>>
중학생 히노하라 교스케는 이웃집 노인 다가미 료조가 고독사한걸 최초로 발견한다. 얼마 뒤 프리랜서 기자 다치아라이 마치가 그를 찾아와 인터뷰를 요청하고, 교스케는 그녀의 취재에 동행하게 된다.

다가미 료조가 지역 신문에 투고한 글과 다른 사람의 투고글, 그리고 다가미 료조의 집에 남겨져 있던 엽서 필적을 통해 피해자의 아들 다가미 우노스케가 아버지의 죽음을 방조했다는 진상이 드러나는 작품. 그런데 다가미 료조가 '직함'에 연연하여 '이름을 새기겠다'는 사명감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는 설정이 돋보입니다. 기묘하지만 아주 그럴싸하거든요. 실제로 직함에 목숨을 거는 사람이 많은게 사실이기도 하니까요. 이를 노인 고독사와 연결하여 전개한 솜씨도 아주 일품이고요.
다가미 우노스케가 쓰레기지만 그의 입을 빌어 다가미 료조 역시 나쁜 사람이라고 다치아라이가 결론내리는 마지막 장면은 그녀의 기자로서의 한 단면을 보여줍니다.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멋졌어요. 진실도 좋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은 살아가야 한다는 점에서 와 닿기도 했으니까요. 덕분에 교스케는 과거에 사로잡히지 않고 한 발자욱 더 나아갈 수 있었을테지요.

실제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상 속 사건과 독특한 아이디어가 잘 결합한 좋은 작품이었어요. 개인적으로 이 단편집 최고 작품으로 꼽겠습니다. 별점은 4점입니다.

<<나이프를 잃은 추억 속에>>
'나'는 오래전 여동생의 친구였던 다치아라이 마치를 만나기 위해 시골 소도시 하마쿠라를 찾는다. 그리고 다치아라이가 취재하는 유아 살인사건 취재에 동행하며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가게 되는데...

<<안녕 요정>>의 핵심 인물이었던 유고슬라비아 유학생 마야의 오빠가 등장합니다. 그는 다치아라이가 취재하는 마쓰야마 가린 살인 사건 취재에 동행하지요. 그 과정에서 다치아라이와 같은 기자에 대한 실망감과 환멸을 드러냅니다. 그러나 현실을 보여주는 '눈' 역할이 아니라 사실을 가공하여 미력하나마 피해자를 구해주려고 노력하는 다치아라이의 진면목을 취재 동행을 통해 알게 된다는 이야기지요. 사건보다는 다치아라이가 어떤 기자인지를 알려주는게 목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추리적으로는 범인으로 지목된 마쓰야마 가린의 삼촌 마쓰야마 요시카즈의 수기가 일종의 암호라는 암호 트릭물인데 대단한 추리가 등장하지는 않아요. 극 중 다치아라이의 말대로 추후 요시카즈가 사실을 고백하고 경찰이 수사에 집중한다면 밝혀낼 수 있는 수준의 사건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별점은 2.5점. 다치아라이라는 인물에 대해 잘 알 수 있는 이야기이기는 한데 추리물로는 부족해서 감점합니다.

<<줄타기 성공 사례>>
나가노 현 남부를 덮친 수해 현장에서 일흔이 넘은 도나미 부부가 극적으로 구출된다. 부부는 사흘 동안 콘플레이크를 먹으며 버틸 수 있었다. 현장 근처에서 가업을 이어 가게를 운영하는 오바에게 다치아라이가 찾아와 도나미 부부에 대해 물어본다.

한 여름에 콘플레이크를 무엇에 타서 먹었는지? 가 수수께끼로 등장하는 작품. 이게 왜 수수께끼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콘플레이크는 꼭 우유에 타 먹지 않아도 먹을 수 있는 식품이잖아요? 게다가 그게 문제가 된다는 상황도 이해가 되지 않아요. 노부부가 전기, 가스가 모두 끊긴 집에 고립된 상황에서 매몰된 이웃집에서 가동되는 냉장고를 사용한게 죄가 될까요? 그 집 음식을 전부 가져다 먹어도 괜찮았을텐데 말이죠. 이런 점을 굉장한 민폐로 여기고 미안해하는 수준을 넘어서 오열하는 노부부의 모습도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았고요. 오바는 '행방불명된 사람의 집에 들어가 목숨을 연명한 부부는 비난받을거다' 라고 생각하지만 저는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그 누구도 비난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별점은 1.5점. 이야기 자체가 성립되지 않아서 좋은 점수를 줄 수는 없네요. 추리적으로도 별다른 내용이 없고요. 이 단편집의 워스트 단편으로 꼽겠습니다.

일러바치는 심장 - 에드거 앨런 포 / 박미영 : 별점 3점 Book Review - 추리 or 호러

일러바치는 심장 - 6점
에드거 앨런 포 지음, 박미영 옮김/스피리투스

에드거 앨런 포단편집. 그동안 굉장히 많이 소개되어 왔지요. 저 역시 <<우울과 몽상>> 이라는 완전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장황한 문체, 그리고 비슷한 작품들이 많고 모든 작품이 전부 빼어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 얇고 가벼운 책은 에드거 앨런 포 입문용으로 상당히 괜찮다고 할 수 있습니다. 수록 작품은 모두 아래의 11편인데 에드거 앨런 포의 진가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작품들로 엄선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워낙 유명한 작가인 탓에 기존에 접했던 작품이 많다는 단점은 있습니다. 누가 편집을 하더라도 <<어셔가의 몰락>>, <<붉은 죽음의 가면>>, <<검은 고양이>>를 빼기는 힘들었을테니까요. 추리 소설 애호가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도둑맞은 편지>> 역시 지나칠 정도로 잘 알려진 작품이고요. 그 외의 작품들도 포하면 바로 떠오를, 음산한 분위기의 친숙한 (고딕) 호러물이 대부분이기는 합니다. 솔직히 표제작 <<일러바치는 심장>>은 <<검은 고양이>>와 너무 비슷하면서도 의외성이나 반전의 묘미는 부족한 범작이라 생각되고요.

그러나 그다지 잘 알려지지 않은 보석같은 작품들도 수록되어 있습니다. 비교적 밝고 경쾌한 소품인 <<일주일에 일요일 세 번>>이 좋은 예입니다. 날짜 변경선을 따라 세계일주를 했을 때 요일이 바뀌는 설정을 잘 써먹은게 인상적입니다. 특히 <<80일 간의 세계 일주>>보다 30여년 앞서 발표되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만 합니다. 정신병자들의 세계를 그린 블랙 코미디 <<타르 박사와 페더 교수의 치료법>>도 눈에 뜨이는 작품이에요. 독특한 치료법을 시행하고 있다는 정신병원을 견학하려는 평범한 방문객이 광인들의 저녁 식사를 함께 하며 겪는 대소동이 끔찍하면서도 웃기기 때문입니다. 스티븐 킹이라면 고어 파티가 펼쳐졌을텐데, 그래도 나름의 해피 엔딩이니 다행이긴 합니다. 호러물이기는 하지만 가슴아픈 비련의 사랑을 그린 드라마이기도 한 <<긴 상자>>도 아주 유명하다고 보기 어려운 괜찮은 작품이고요.
번역도 이전 번역본들과 비교해보지는 않았지만 깔끔합니다. 작가 특유의 장황한 문체를 잘 살리기도 했고요. 장황하다 못해 지나치게 길어서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포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이니 어쩔 수 없었을겁니다.

추리 소설의 시조새격인 작품이라면 <<모르그가의 살인>>이 더 나았을테고, 다양한 작품을 싣자는 취지라면 모험물 성격을 띈 <<황금충>>도 수록해 주는게 더 나았겠지요. 그래도 이 정도면 '에드거 앨런 포'의 매력을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어 보입니다. 휴대하면서 읽기에 부담없는 크기와 두께, 만원 초반이라는 비교적 상식적인 가격도 마음에 들고요. 제 별점은 3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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