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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들이 디자인한 의자들 - 아가타 토로마노프 / 최다연 : 별점 3점 Book Review - 디자인 or 스터디

건축가들이 디자인한 의자들 - 6점
아가타 토로마노프 지음, 최다연 옮김/시공문화사

의자는 제품 디자인의 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용도가 명확하고, 역사도 오래되어 새로운 게 많이 나올 것 같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소재와 구조를 연구하여 계속 진화하고, 발전해 나간다는 점에서 말이지요. 디자이너들의 도전 정신을 일깨우는 주제인 셈이죠. 요리로 따지면 라면같달까요. 그래서 의자 디자인을 좋아하고, 관심도 많아서 이런 저런 책 (<<명작 의자 유래 사전>>, <<의자의 재발견>>, <<세상을 바꾼 50가지 의자>> 등)을 읽어 왔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조금 특이합니다. 의자 디자인만을 다루고 있지 않거든요. 제목 그대로 유명 건축가들이 디자인한 건축물과 그들이 디자인한 의자를 각각 한 페이지씩 서로 비교하며 소개하고 있습니다. 의자와 건축의 연관성을 깊게 느끼게 만드는 구성이지요.
실제로 책을 읽어 보면 디자이너가 추구하는 사상이 의자에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는게 명확하게 드러나서 재미있었습니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와 프랭크 게리, 마리오 보타 등 건축계 거장들이 디자인한 의자들은 딱 보면 그들의 건축물과 곧바로 연결될 정도로 이미지가 강하고 확실합니다.
심지어 아예 건축물을 위해서 디자인된 의자들은 두말하면 잔소리겠지요. 다니엘 리베스킨트의 토르셀 스피릿 하우스와 스피릿 하우스 체어, 쿠마 켄고의 GC 프로스토 박물관 리서치 디자인 센터와 GC 체어, 위엘 아레츠의 라이트쉐 라인 칼리지와 LRC 체어는 의자 자체가 건축물의 일부라 생각될 정도였어요.

물론 앞서 말씀드린대로, 의자 자체를 혁신적으로 디자인한 사례도 많이 있습니다. 유명 건축가들은 유명 디자이너이기도 하니 당연하겠죠. 특히 미스 반 더 로에가 1929년에 디자인한 바르셀로나 체어 (아래 이미지 참고)와 1968년에 디자인한 베를린 신 국립 미술관 모두 지금 보아도 촌스럽지 않은, 아름다운 디자인이라는게 놀랍습니다. 단순함과 균형감이 핵심이라고 하는데, 이런 디자인을 해 보고 싶어지네요. 바르셀로나 체어는 꼭 구입해서 앉아보고 싶은데, 천만원이 넘는다니 과연 생전에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리처드 마이어의 1978년 작품인 암체어 810과 2006년 디자인 된 아라 파키스 박물관도 같은 맥락입니다. 완벽한 비율, 기하학적 구조의 완벽한 균형감이라는 점에서요. 과한 장식이나 패턴보다는 이런 작품들이 훨씬 마음에 들었습니다.

또 의자는 유명하지만 반대로 건축가로서의 작품은 잘 알지 못했던 디자이너들의 건축물 소개도 반가왔습니다. 게리트 리트벨트가 대표적입니다. 그가 디자인했던 레드 블루 체어 (아래 이미지 참고)는 몬드리안의 작품과 유사해서 유명한데, 건축물은 처음 보았네요. 건축물 역시 기하학적으로 사각형 평면을 강조했으며, 포인트 컬러가 선명하다는 점에서 레드 블루 체어와 연관성이 느껴지는데, 실제로 보고 싶네요.



그 외에도 눈에 띄는 의자는 많습니다. 이소자키 아라타가 1973년에 디자인 한 마릴린 체어는 유명한 찰스 레니 매킨토시의 디자인을 유머스럽게 재해석했고, 론 아라드의 3 스킨 체어도 역동적인 형태가 과장되어 유머스럽게 느껴졌는데 건축가들의 의자는 딱딱하고 기능적일거라는 인상이 짙은데 이를 깨 주는 작품들이라 신선했어요.
책의 구성과 디자인, 도판 역시 취지에 걸맞게 높은 수준이라 만족스러웠고요.

그러나 의자에 비해 대표작 건축물 소개는 여러모로 조금 부족했습니다. 유명 건축가의 경우, 대표작이 많을텐데 한 개만 선정된 것도 그렇고, 건축물은 실내, 외가 모두 중요할텐데 사진이 딱 한장만 실려있어서 전체를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일종의 화보처럼 설명은 최소화하고 있는데, 반복되어 언급되는 의자의 캔틸레버 구조가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 정도는 별도로 해 주어도 좋았을 것 같네요.
하지만 단점은 크지 않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조금 부족하지만, 책의 취지를 살리는데에는 충분했습니다.


형사의 눈빛 - 야쿠마루 가쿠 / 최재호 : 별점 2점 Book Review - 추리 or 호러

형사의 눈빛 - 4점
야쿠마루 가쿠 지음, 최재호 옮김/북플라자

야쿠마루 가쿠가 쓴 단편집. 모두 7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특징이라면 한 편 한 편이 완결되는 이야기이지만, 긴 이야기가 포함된 연작 구성이라는 점입니다. 긴 이야기는 주인공이자 탐정역인 나츠메 노부히코가 형사가 된 계기가 된, 나츠메 딸의 폭행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단편별로 사건이 조금씩 설명되며 마지막 수록작인 <<형사의 눈물>>에서 진상이 드러나는 구성이지요.
나츠메 노부히코는 범죄 아동을 담당하는 법무부 직원이었지만, 30세에 경찰공무원 시험을 보고 6년간 파출소에서 일한 뒤 형사가 된 집념의 사나이죠. 추리력도 만만치 않고요. 작품 내내 '인간미'를 느끼게 만든다는게 독특했습니다.

그러나 추리적인 완성도는 그닥입니다. 사건들 대부분 증거가 명확하고, 범인들의 자백도 잘 이루어지고 있어서 추리할 여지가 많지 않은 탓입니다. 나츠메 형사가 펼치는 약간의 추리는 볼거리이기는 합니다. 문제는 이 추리가 사건 해결에 영향을 미치는건 별로 없다는 거지요. 오히려 이렇게 추리력을 드러내기 위해 억지스럽게 전개한 이야기들이 많은 편입니다.
또 설정과 동기가 극단적이라는 점도 아쉬웠습니다. 어머니가 아들을 죽이려 한다던가, 아동 대상 잔혹 범죄가 등장하는 극단적인 이야기가 절반에 가깝거든요. 흥미를 잡아 끄는 설정에 능하지만, 추리적으로는 부족했던 작가의 전작들이 떠오릅니다. 그러나 전작들 보다도 못해요. 설정의 재미를 느끼기에는 분량이 덕없이 부족한 단편이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제 별점은 2점입니다. 수록작별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오무라이스>>
방화로 히데아키가 죽었다. 그러나 사실혼 배우자인 케이코의 아들 유우마는 덤덤했다. 친아빠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한편, 연립 주택 근처에서 벌어졌던 연쇄 방화 사건 범인 소행으로 의심되었지만, 나츠메 형사는 몇 가지 단서를 통해 의외의 진상을 추리해내는데...


케이코가 진범이며, 원래는 아들 유우마가 목표였다는 반전은 인상적입니다. 정부의 육체에 빠져 재혼에 걸림돌이 된 아들을 살해하려 한 거지요.

그러나 반전을 드러내는 추리는 모두 억지스럽습니다. 현장에 남아있던 오므라이스가 단서가 된다는 것 부터 그러합니다. 나츠메 형사는 케이코가 히데아키가 집을 비운다는걸 이미 알고 있어서 수면제가 든 오무라이스를 유우마 용으로 한 개만 준비했다고 추리합니다. 그러나 히데아키가 애인 시즈카에게 만나자는 보낸 문자 메시지를 케이코가 봤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케이코에게 그날 늦는다고 메시지를 보냈다면 모를까요. 즉, 히데아키가 집을 비울거라는걸 알았다는건 순전한 상상입니다.
또 유우마는 히데아키를 싫어해서 그가 있으면 집에서 저녁을 먹을리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저녁을 한 명분만 준비한게 이치에 맞지요.
아들 유우마가 어머니의 살의를 눈치채었을거라는 추리도 마찬가지에요. 수면제 오므라이스가 자기 몫이었다는걸 유우마가 확신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또 케이크를 위해 거짓 증언을 한 환자 야스오카 씨 손에 서툰 주사자국이 많았던게 단서가 된다는 묘사도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주입구(?) 역할을 하는 주사 바늘은 고정시키고, 링겔액만 바꾸는게 일반적이지 않나요?
마지막에 케이코가 흔들려 진상을 고백하는 장면도 영 설득력이 없었어요. 끝까지 버텨 정상참작을 받는게 현실적이니까요. 1년 반만 기다려 처럼 말이지요.
아울러 젊은 새 애인의 육체에 빠진 탓이라는 일본 AV스러운 동기도 그저 그랬고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입니다. 여러모로 추리적으로는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빨간 줄>>
코이데 신이치는 일하던 이자카야에서 막 해고되었다. 11년 전 삼촌을 살해했던 전과자였기 때문이었다. 그 뒤 함께 사는 조카 하루나의 친구 요코세의 아빠가 살해되는데...

범인은 신이치의 누나 나오코였습니다. 그녀는 아버지에게 성적 학대를 당하던 요코세를 구해주려다가 살인을 저질렀던 거지요.
그러나 이 작품 역시 추리는 약합니다. 별다른 단서가 없는 탓입니다. 누나 나오코가 요코세의 집에서 벌어진 사망 소식을 듣고, 피해자가 요코세가 아니라 그 아빠임을 확신하고 반문한게 증거다? 턱도 없는 주장입니다. 어차피 나오코가 자수해서 범행이 드러나서 추리의 여지도 거의 없고요.
11년 전 사건도 누나가 진범이었고, 신이치가 위증했다는 반전도 마찬가지입니다. 딱히 증거도 없고, 작위적이에요. 모든 남자가 아동 성범죄자에 아내와 딸을 구타하는 인간 말종이라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네요.

물론 누나 나오코를 위해 거짓으로 자수한 신이치의 위증을 나츠메 형사가 곧바로 밝혀내는 장면은 괜찮았습니다. 신이치가 인형 뽑기에서 뽑았다는 인형이 결정적 증거가 되지요. 신이치가 말했던 시간에는 기계 안에 없는 인형이었거든요. 인형 뽑기 경품 교체 시간은 수사를 통해서만 알 수 있는 정보로, 꼼꼼한 수사가 바탕이 되었다는 점에서 마음에 들었어요.
하지만 이 정도로 좋은 점수를 주기는 부족했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잃어버린 심장>>
마츠시타 마사유키는 7개월 전, 아들 토모키를 사고로 잃었다. 그 뒤 아내 사에코를 질책하다가 이혼 서류를 남겨 놓고 그 길로 출근하던 회사를 지나치고 노숙인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가 속한 노숙인 무리의 리더 쇼우가 살해당하는데...

쇼우가 오래 전 괴롭히던 학우를 죽였던 과거가 있었으며, 얼마전 TV에 나왔을 때 피해자 가족에게 타겟이 되었다는 내용.
범인이 같은 노숙자인 나카 씨가 범인이라는 결말인데 그닥 신선하지는 않았습니다. 흉기인 술병에 나카 씨 지문이 묻어 있었기 때문에 추리할 여지도 없고요.
'힛츠미'라는 요리를 나카 씨가 모르는걸 보고, 나카 씨로 변장한 가짜라는걸 알아채는 <<절대미각 식탐정>>스러운 추리만이 볼거리였습니다. 이 추리는 사건 해결에 딱히 영향을 주지 못하지만요. 여러모로 추리물보다는 드라마에 가깝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자존심>>
수사 1과 형사 나가미 와타루는 나츠메 형사와 파트너가 되어 연립주택 살인 사건 해결에 나섰다. 둘은 피해자 사쿠라이 아야노가 다녔던 직장에서 몇 가지를 알아내었다. 그녀가 직장을 옮긴건 전 남자 친구가 괴롭혔기 때문이며, 지금은 다른 사람과 사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며 번민했다는데....

수사 과정에서 두 형사는 피해자 친구라는 아가씨 미우를 만납니다. 남자같은 화물 운송업을 하고, 복싱 도장까지 다니는 남자같은 아가씨였지요. 그런데 알고보니 범인은 그녀였습니다. 미우는 성정체성 장애로 스스로를 남자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아야노와도 '남자로서' 진지하게 사귀었고요. 그러나 육체적으로 만족시킬 수 없어서, '바람을 피우던' 아야노를 순간적으로 격분하여 살해한거지요. 설정은 꽤 재미있었어요.

그러나 추리는 역시나 억지스럽습니다. 나츠메 형사는 미우가 '남성적'이라는 말을 듣고 흥분한걸 보고 그녀가 성정체성 장애를 갖고있다는걸 눈치챘다고 합니다. 스스로를 남자라고 생각하는데, 여자 치고는 남자같다는 의미의 말을 들어서 흥분한거라면서요. 그러나 그냥 끼워맞춘 이야기라고 밖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경찰이 싫다던가, 남자 자체를 싫어했다던가, 남자같다는 말을 듣고 불쾌할 이유는 수도없이 많은데, 하필이면 가장 생각하기 어려운 상황을 추리한다는건 이상하지요. 게다가 권투 스파링을 통해 그녀가 마음만큼은 남자라는걸 알아챈다?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입니다. 만화에나 나옴직한 발상이에요.

'카이'라는 피해자 애인 이름에 대한 추리는 나쁘지 않아요. 미우라는 이름을 뒤집어 우미 (海), 그리고 카이로 이어졌다는 거지요. 하지만 이 역시 미우가 범인임을 밝혀낸 다음 끼워맞춘거라 대단한 추리로 보기는 힘듭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아버지의 휴일>>
요시자와 아츠로는 아내 아키코가 7년 전 병으로 죽은 뒤, 아들 류타와 함께 살아왔다. 어느날, 그는 귀가하다가 류타가 수상한 사람들과 함께 있는걸 목격했다. 그리고 류타가 금속 케이블 절도단에 속한게 아닌가 의심스러운 증거들이 집에서 발견되었다. 요시자와는 친구 나츠메와 상담한 뒤, 나츠메와 함께 류타를 미행하는데...

결국 경찰에 의해 류타는 체포됩니다. 류타는 진짜로 금속 케이블 절도단에 속해 있던 거지요.
류타가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는 약간의 반전은 있습니다. 이는 집에 단서를 보란 듯이 놔 두었으며, 공중 전화로 직접 경찰에 신고했다는 정황으로 드러납니다. 그러나 공중 전화 신고는 시간과 장소만 특정되면 별다른 추리가 필요한건 아닙니다.

결론적으로 추리물로 보기는 어려운, 나츠메 형사가 왜 형사가 되었는지를 알려주는 연작 단편의 가교 역할에 불과한 이야기였습니다. 딸 에미가 연쇄 테러 사건으로 식물인간이 된 모습이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모습이 어떻든 미래의 가능성을 믿으라면서"며 자기 딸 에미도 지금 누워 있지만, 언젠가는 일어날거라는 희망을 드러내는 나츠메의 말은 울림을 남기고요.

하지만 별점은 1.5점. 여러모로 점수를 줄 부분이 별로 없군요.

<<흉터>>
고등학교 상담 교사 타나베 쿠미코는 결석, 자해를 반복해 온 유카가 걱정이다. 결국 유카는 자살 시도를 하고 입원하는데, 다음날 학교로 나츠메 형사가 찾아 왔다. 학교 학생이 상해 치사 사건과 관련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상해 치사 사건 피해자인 사와무라는 유카의 몹쓸 사진을 찍고 협박해 왔습니다. 유카는 지하철에서 무고한 사람에게 성추행 누명을 씌우고, 돈을 갈취하는 사기에 가담하게 되었지요. 그 때마다 죄책감에 자해를 했고요. 그러다 이 범행의 피해자로 모든 걸 잃은 이와사키 씨가 진상을 알게 되어 상해 치사 사건을 일으킨겁니다.

그런데 이 모든건 유카와 이와사키 씨가 한 자백으로 설명됩니다. 계속 반복되듯, 나츠메 형사가 특별히 추리력을 발휘할 부분이 없어요. 이래서야 추리물은 아닌 셈이지요. 나츠메가 형사가 된 건 딸 아이를 식물인간으로 만든 범인에 대한 복수심 때문은 아니었다... 는 심리 묘사 정도만 볼만 했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형사의 눈물>>
츠카모토 세이지와 쿄코 부부는 중학교 동창회에 참석했다. 거기서 세이지는 자기가 괴롭혔던 오오타를 만났다. 오오타는 세이지가 어린 아이를 망치로 때리는걸 목격했다며 협박하기 시작하는데....

작품의 대단원을 장식하는 마지막 작품. 나츠메 형사 딸이 식물인간이 된 사건의 범인이 밝혀집니다. 불량 학생이었던 세이지는 나츠메로부터 진심어린 충고를 듣지만, 오히려 짜증과 증오가 일어나 그 딸을 테러한 것이었습니다. 오오타는 이 상황을 사진으로 찍어 협박했던 거고요.
하지만 사진에 함께 찍혀 있었던 여성 목격자가 쿄코라는 진상은 조금 의외였어요. 그녀는 세이지를 좋아해서 신고를 하지 않았고, 그 때문에 오오타가 일으킨 모방 범죄로 여동생 야스코를 잃고 만 거지요. 이를 통해 오오타에게 협박당해 농락당하다가, 야스코를 죽인건 오오타라는걸 알고 그를 살해한게 오오타 사건의 진상이고요.
이렇게 자기가 신고만 했다면 동생은 죽지 않았을 거라는, 쿄코가 놓인 기구한 상황만큼은 인상적입니다. 빠져나가기 힘든 생지옥 상황은 야쿠마루 가쿠의 특기이기도 하지요.

그러나 그 외에는 딱히 인상적이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불쾌했습니다. 세이지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탓입니다. 세이지가 현재 시점에서 개과천선한 괜찮은 청년처럼 묘사되고 있는데, 그가 과거 오오타를 괴롭혀서 히키코모리로 만들었고, 에미를 식물인간으로 만든 범행을 저지른건 사실입니다. 이런 놈이 최소한 죗값을 치루지 않고 행복하게 살 자격 따위는 없어요. 오오타를 만나 협박당하는 정도는 형벌로 보기 힘듭니다. 오히려 자수할 생각 없이 살해할 결심을 한다는건 쓰레기라는걸 재차 인증한 셈입니다.
물론 오오타 역시 죽어 마땅한 범죄자인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애초에 오오타가 범죄를 저지른건 세이지 탓이 큽니다. 세이지가 저지른 테러를 모방한 범죄니까요. 그런데 오오타와는 다르게 세이지는 나쁜 녀석이 아니고, 그냥 궁지에 몰렸던 것에 불과하다고 전개하니, 영 와 닿지 않아요. 가혹한 왕따 가해자들 시점으로 그들이 정당하다는 식으로 묘사한 <<콜드 게임>>만큼 불쾌한 묘사였습니다.
오오타를 죽인 진범인 쿄코 역시 딱히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 않은건 마찬가지에요. 그녀가 신고하지 않아서 여동생이 죽은건 사실이니까요.

게다가 두 부부가 각각 살인과 과거 폭행으로 형을 받는다면, 남겨진 딸은 어떻게 하나요? 끝까지 무책임한 모습에서 일말의 연민도 사라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세이지는 어린 아이를 식물인간으로 만드는, 계획된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동기도 보복 목적에 가깝고요. 이는 비난 동기 살인 미수에 해당되며, 가중 처벌 요소가 많습니다. 18년 이상에서 무기 징역까지 선고받을 수 있어요. 그나마 나츠메 형사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던가, 초범이며 진지하게 반성한다는 등의 감경 요소가 있다 하더라도 15년 이상은 선고받을 중범죄죠.
쿄코는 피해자가 친족을 살해했다는 명확한 귀책 사유가 있어서 참작 요소가 많기는 하나 최소 3년은 복역해야 할겁니다. 그러나 이렇게 복역하고 나와서 정상적인 직업을 갖고, 정상적으로 딸을 양육할 수 있을까요? 부모가 모두 살인자인 셈인데, 왕따나 안 당하면 다행일겁니다. <<편지>>에서처럼, 살인자 가족이 피해를 받고 사는건 당연하고요.

전개도 우연, 억지가 많이 겹쳐 있어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마침 세이지가 오오타를 살해 결심한 날, 쿄코가 오오타를 살해했다는 것 부터 그러합니다. 애초에 오오타가 쿄코를 농락하고 있었다면 구태여 세이지를 찾아가 협박을 할 필요도 없었어요. 얻을게 없으니까요. 과거 세이지가 범행을 저지르던 순간과 목격자를 적절하게 사진에 담았다는 설정도 작위적이고요.

그래서 별점은 1.5점. 쿄코가 놓인 생지옥 상황만큼은 점수를 줄 만 합니다. 그러나 그 외에는 딱히 좋은 부분이 없네요. 아니, 불쾌하고 불편한 이야기였습니다. 나츠메 형사가 세이지를 사살하는 결말이 훨씬 나았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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