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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잣거리의 목소리들 - 이승원 : 별점 3.5점 Book Review - 역사

저잣거리의 목소리들 - 8점
이승원 지음/천년의상상

100년 전 주로 대한민보에 실렸던 시사 만평을 기초로 당시 시대상을 전해주는 미시사 서적...으로 알고 읽었는데 의외로 시사 만평의 비중은 크지 않았던 책.
하지만 굉장히 인상깊게 읽었습니다. 이유는 이 책을 통해 소개되는 100년전 대한제국의 모습이 현재 시점의 대한민국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무당과 점쟁이 이야기로 시작되는 제 1장부터가 그러합니다. 피난가던 명성황후의 환궁일을 맞춘 무당 진령군과 이를 이용하여 사기를 쳐 먹은 점쟁이 이유인, 그리고 명성황후가 빙의되었다고 굿을 하고 나중에는 이토 히로부미를 존경하여 추도회를 거행한 무녀 수련이 차례로 등장한다는 내용이거든요. 무당, 점쟁이가 국가 권력을 등에 업고 세도를 부린다, 이거 최근에 많이 들은 이야기잖아요?
나라를 팔아먹은 이완용이 며느리와 불륜을 저질렀다와 같은 고관대작 매국노들의 스캔들을 다룬 두번째 장 '스캔들' 역시나 별로 새롭지 않고요.

5장 '통변'에서는 그 유명한 고종의 커피에 독을 탄 사건이 소개됩니다. 러시아어에 능통했던 통역관 김홍륙이 아관파천 이후 권세를 농락하다가 그 정도가 지나쳐 고종 눈밖에 나서 귀양을 가게 되자 고종을 독살하려 한 것이라 하네요. 그 위세가 얼마나 대단했기에 일개 통역이 감히 왕을 시해하려 했을지... 참 할 말이 없습니다. (참고로, 그런데 아편 한 냥쭝이 과연 치사량이었을지 궁금합니다. 감히 황제의 독살을 시도한 것 치고는 '아편'은 너무 안전하게 간게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김홍륙말고도 일본군의 조선인 통역의 악행 역시 화려하게 소개됩니다. 통역들의 행동거지는 개돼지의 활갯짓으로 비판받을 정도였다니 말 다했죠. 읽다보니 작금에 영어를 무기로 승승장구한 몇몇 인사가 떠오르더군요.

6장 '만민공동회'에 등장하는 1898년 3월 10일, 만민공동회의 거리 투쟁은 지금의 촛불 집회와 판박이입니다. 당시 서울 인구 17만명 중 1만여명이 종로 네거리로 나와 러시아의 침략 정책을 반대했다고 하는데 정말로 똑같아요. 민심을 받아들인 고종 황제의 일부 개혁, 이후 1898년 10월~11월 관과 민이 모여 국정개혁을 논의한 관민공동회까지의 흐름도 거의 정확하게 일치합니다.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한 친러 보수파의 흑색 선전과 정치 깡패의 등장이라는 이후 전개 역시 마찬가지고요. 그러나 결국 여러가지 중상모략으로 처절하게 짓밟히고 끝나버렸는데 그나마 지금이 100년전 보다는 조금 낫다는 것에 위안을 삼아야 할 것 같습니다. 다행히 인터넷을 중심으로 나름 정보 공유가 지속되고는 있으니까요. 부디 만민공동회의 전철을 뒤따르지 않기를 바랍니다.

9장 '생계형 협력자'에서는 생계형 매국노 서창보의 일대기가 그려집니다. 한마디로 요새 언론에 오르내리는 '부역자'죠. 저자가 표현한대로 식민지 조선에서의 '마름'의 존재랄까요. 주인에게 충성을 다하지만, 그렇다고 주인이 되지는 못하는. 오히려 주인이 되려는 과욕 때문에 명줄이 끊기는 그런 존재 말이죠. 작금 부역자들의 삶도 부디 비참하게 끝나면 좋겠네요.

이렇듯 100년의 시공을 초월해 역사가 반복된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놀라운 이야기들이 가득 실려 있습니다. 이외에도 재미있고 흥미로운 이야기들도 많아요. 몇가지 더 소개해드리자면,
7장 '도박'에 소개된 '삼십육계'라는 도박은 처음 알았네요. 가난한 서민층, 빈민층에게 유행했다는데 판주가 쓴 숫자를 맞추면 30배의 돈을 받고, 숫자를 맞추지 못하면 판돈을 모두 판주가 갖는다는 심플한 도박인데 그냥 봐도 판주의 확률이 엄청 높죠. 돈을 거는 사람은 36/1의 확률로 돈을 걸어서 이기면 30배를 받으니 그냥 봐도 공정하지 않잖아요? 이런 사기에 가까운 불공정한 도박이 성행한 것 부터가 참 개탄스러울 따름입니다.

10장 '사진'에서 대원군과 추종자들이 만들어 내었다는, 외국인들이 아이를 훔쳐 삶아먹는다는 소문도 재미있었습니다. 일종의 여론 조작이라고 할 수 있는데 쇄국정책을 주장한 대원군 답습니다. 또 소문의 발단이 '사진기'였다는 것도 흥미로와요. 렌즈를 어린아이의 눈알로 만들었다고 생각했다니, 지금 보면 어처구니 없지만 또 그런 허황된 상상이 난무하던 당시 현실도 이해가 갑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3.5점. 재미는 물론 나름의 가치가 확실한 괜찮은 책입니다. 제가 근대 조선을 다룬 미시사 서적은 다수 접해보았지만 그 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한 책이에요. 감점한 이유는 아주 약간이긴 합니다만 다른 근대를 다룬 서적들과 겹친 주제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 그리고 분량에 비하면 조금 비싼 가격 때문입니다. 하지만 근대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신 분들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실 만 합니다.

아틀라스 세계 항공전사 - 알렉산더 스완스턴, 맬컴 스완스턴 / 홍성표 외 : 별점 2.5점 Book Review - 역사

아틀라스 세계 항공전사 - 6점
알렉산더 스완스턴.맬컴 스완스턴 지음, 홍성표 외 옮김/플래닛미디어

항공기가 무기로 사용된 이후 주요 공중전투를 상세한 지도, 사진과 함께 소개한 전쟁사 - 미시사 서적.

같은 출판사에서 출간된 <<아틀라스 전차전>>과 흡사합니다. 장, 단점 모두 말이죠.
우선 장점이라면 화려하고 치밀한 도판입니다. 전쟁의 흐름을 한 눈에 알 수 있게 해 주는 지도 외에도 다양한 시각 자료들이 다수 수록되어 있습니다. 특히 갖가지 비행 기술에 관련된 도판들이 눈에 띕니다. 유리한 고도에서 태양을 등지고 목표물을 향해 속도를 높여 급강하해 치고 올라오며 기총 공격한 후, 다시 수직에 가깝게 급상승해 유리한 고도를 확보한다는 이벨만 기동과 같은 초기 비행 기술들을 도판과 함께 보여주는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독일군의 '서커스' 집단 편대 비행이나 영국의 6기 편대 비행 항목 등도 마찬가지고요. 이러한 특유의 소개는 후반부 아랍 - 이스라엘 전쟁 당시 선보인 각종 기동 방법 - 공격적 분리 기동, 하이스피드 요요, 가위 기동, 바렐 롤 공격 - 소개에서도 그대로 이어집니다. 한마디로 '눈이 즐거운' 책입니다!
또 잘 알지 못했던, 기구를 활용한 정찰전, 1차 대전 때의 그라프 제펠린으로 대표되는 비행선과 복엽기의 활약을 소개한 초반부도 확실히 이 책만의 강점이에요. 다른 곳에서 접하기 힘든 정보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이후 소개된 전투들 역시 풍성한 볼륨을 자랑하는 것은 마찬가지고요.

그러나 약점도 분명합니다. <<아틀라스 전차전>>과 마찬가지로 또다른 재미 요소라 할 수 있는 전투기들과 에이스들의 소개가 거의 없다는 것이 일단 그러합니다. 소개되는 몇몇 에이스, 기체도 주로 1차 대전까지 내용에 집중되어 있을 뿐입니다. 이후 비중있게 소개된 기체는 B-29 정도 밖에는 없어요.
2차 대전 이후 등장하는 전투들은 이런저런 매체에서 너무나 많이 다루어진 이야기들이라 흥미가 떨어진다는 것도 단점입니다. 몰타, 진주만, 산호해, 미드웨이, 스탈린그라드, 과달카날.... 잘 그려진 지도와 각종 도판은 훌륭하지만 식상한 이야기라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워요. 그리고 과연 이 전투들 모두가 '항공전'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조금 회의적입니다. 재미는 있지만 제목과 주제에 걸맞는 것인지 생각하게 만들거든요.
그나마 2차 대전까지가 '항공전'에 걸맞는 이야기였으며 이후에는 더욱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전, 중동전, 베트남, 포클랜드에 이라크 전쟁 등에서 전투기를 활용한 교전은 보조적, 혹은 전략적 목적이 강하니까요. 여러모로 제목과 걸맞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생각됩니다.

그래도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입니다. 최소한 <<아틀라스 전차전>>보다는 재미있었습니다.
그러나 4만원에 육박하는 가격을 생각한다면 적극적으로 추천드리기는 조금 어렵군요. 어차피 절판되었으니 구해보시기도 쉽지 않으시겠지만요.
여튼, 개인적으로는 보다 볼륨을 두껍게 하여 책을 나누더라도 또다른 흥미요소인 기체, 에이스 소개를 해 주는 것이 훨씬 좋지 않았을까 싶은데 그럼 책의 성격이 좀 이상해졌을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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