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아웃 (Black Out) - 이세형 그림 / 하오 글... 쓴소리 리뷰 추리+만화

블랙아웃 - 4점
이세형 그림, 하오 글/중앙books(중앙북스)

20대 여대생이 엽기적으로 살해되고, 현장으로 출동한 과학수사팀은 발견된 몇 안되는 단서를 토대로 용의자를 좁히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용의자들의 알리바이가 증명되거나 결정적 단서가 없어 수사는 난항에 빠지게 되는데...

"누가 울새를 죽였나" 이후 오랫만에 읽어본 국산 추리만화입니다. 대산초어님 리뷰에서 저를 언급하시기도 해서 서둘러 읽어 보았습니다.^^ 추리만화는 왠만하면 빼놓지 않으려 하는데 이 만화는 정보가 거의 없었기에 대산초어님 아니었으면 아예 존재 자체를 모를 뻔 했으니 먼저 감사드려야겠네요.

일단 장점부터 이야기하자면, 상당히 공들여 자료조사를 한 티가 많이 나는 수사과정의 묘사를 들 수 있겠습니다. 좀 지나친 감이 없잖아 있을 정도로 디테일해서 작가 스스로 후기에서 지적한 일부 만화적 과장 및 의도적인 수정을 제외하고는 굉장히 현실적으로 묘사하고 있어서 마음에 드네요.

그러나... 이러한 자료조사에 기반한 디테일을 제외하고는 솔직히 좋은 점을 찾기는 좀 어렵더군요.

문제점으로 제일 먼저 들고싶은 것은 캐릭터들입니다. 과거 천재 연쇄살인범과의 모종의 인연으로 이상한 환영을 보는 주인공 오진우 형사가 대표적인데, 왜 이러한 배경 설정이 필요한지 도무지 모르겠네요. 그냥 평범한 과학수사팀 형사로 표현하면 어땠을까 싶은데 작품과는 하등의 상관이 없는 불필요한 설정 때문에 이야기만 괜히 혼란스러워지는 것 같습니다. 속편이나 외전을 의도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설정이 계속 이어질정도로 매력적인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외의 캐릭터들은 너무나 뻔한 스테레오 타입이라 별로 언급할 필요도 없고요.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정말이지 너무 뻔했어요...)

두번째 문제점은 과도한 화면 효과입니다. 원래 웹툰이라고 하는데 웹툰의 특징 중 하나인 올컬러를 잘 살려 인쇄한 책 자체는 좋지만 지나칠정도로 포토샵 효과 등이 난무해서 제대로 이어서 읽기가 힘들었습니다. 중요한 장면에서만 컬러나 효과가 강조되었어야 할텐데 이렇게나 대중없이 쓰이니 작품은 일관되게 강약중간약 없이 강강강...으로 전개됩니다. 나중에는 눈이 아플 정도였어요.

마지막 문제점으로는 기대와는 다르게 추리적인 부분에서 실망감이 컸다는 것을 들고 싶네요. 최초의 엽기적인 여대생 살인사건 자체는 상당한 흥미를 불러일으키지만 이후의 전개가 너무나 기대와는 다르거든요. 별다른 두뇌게임이나 추리는 존재하지도 않고 애초의 범행 동기도 명확하지 않을뿐더러 해당 당사자들 대부분이 죽어버린다는 결말은 첫 범행의 당위성마저 희박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왜냐하면 이럴거면 아예 처음에 년놈을 다 죽이고 자살하지 왜 이리저리 빙빙 돌렸는지가 전혀! 설명되지 않거든요. 이러한 불친절한 전개속에 주인공이라는 녀석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컷만 낭비하고 있으니 재미가 있을리도 없겠죠. 이러한 막장 전개에 비하면 범인의 정체가 역시나 식상한 설정속에 초중반에 예상가능하다는 것은 추리만화로서는 치명적이지만 이 작품에 한해서는 별 문제도 아닌것 같기까지 합니다...

아울러 과학수사 스릴러라는 모토와는 어울리지 않게 과학수사적인 요소는 초반의 검시와 프로파일링같은 현학적인 잔재미를 주는 것 이외에는 사건해결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하고 다른 추리만화에서도 쉽게 보여짐직한 "혈흔"과 실제 용의자를 만나서 증언의 모순점을 찾아내는 단순 탐문 수사가 사건해결의 주요 단서가 된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두가지 단서는 적절하게 잘 쓰이고 추리만화로서 어느정도 가치를 빛내주기는 하지만 기대와는 많이 달랐으니까요.

물론 척박한 국내 추리 환경에서 이정도의 이야기를 만들어 낸 점은 분명 높이 평가할 만 합니다. 일개 추리 애호가로서 힘을 보태주지는 못할 망정 단순히 문제점만 지적하기는 미안한 상황일 수도 있고요. 그러나 캐릭터와 그림은 그렇다치더라도 추리적인 부분에서의 문제점은 너무나 확실하기에 차기작에서는 꼭 개선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쓴소리 가득한 리뷰를 마칩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군청학사 - 이리에 아키 만화를 보고

군청학사 1 - 8점
이리에 아키 글.그림/중앙books(중앙북스)

군청학사 2 - 6점
이리에 아키 글.그림/중앙books(중앙북스)

군청학사 3 - 6점
이리에 아키 글.그림/중앙books(중앙북스)

아. 정말 간만에 재미있게 읽은 단편집입니다. 제목이 왠지 멋있는데 푸르른 청춘들이 모여든 장소를 의미한다네요. 내용은 꼭 그런것만은 아닌데 좀 의아하긴 하지만.... 어쨌건 조금 인터넷을 뒤져보니 엠마의 모리 카오루를 연상하신 분들이 많던데 저 역시도 비슷한 화풍과 섬세한 심리묘사를 몇컷의 그림으로 표현하는 솜씨 등 유사한 분위기를 많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을 단지 그 정도로만 규정하는 것은 섭섭한 일이겠죠. 여러작가의 장점들이 많이 떠올랐거든요.

첫번째로 연상된 작가는 카페 알파의 아시나노 히토시. 이유는 왠지 모르게 느슨하고 나른한 느낌과 정적인 분위기. 조용한 와중에도 독자의 흥미를 잡아끄는 섬세함과 디테일, 그리고 부드럽게 그린 그림이 그러했습니다.

두번째로 연상된 작가는 카와하라 유미코. (전략 밀크하우스 보다는 단편집때문입니다) 이유는 전형적인 중세풍 판타지를 비롯해서 로맨틱 코미디, 청춘드라마, 학원물 등 쟝르를 가리지 않고 넘나들면서도 그 수준이 일관되게 유지되는 대단한 능력 때문입니다. 저는 약간 코믹한 분위기의 단편들이 마음에 들기는 했지만 다른 작품들도 허투루 보기 힘들정도의 완성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정말이지 놀랍더군요.

세번째로 연상된 작가는 백귀야행의 이마 이치코. 이유는 이마 이치코의 오리엔탈 판타지에서 느껴졌던 복잡한 설정과 진한 여운, 그리고 특유의 코믹함이 느껴지는 작품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진지한 이야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작가가 굉장히 유쾌한 인물이 아닐까 여겨질 정도로 작품들에 짙게 배어있는 유머 덕분에 읽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습니다.^^

네번째로 연상된 작가는 아토리 케이코. 단편 중심이라는 것과 밝고 따뜻한 이야기들을 여유있는 화풍으로 그리고 있다라는 것이 정말 놀랄만큼 유사하죠. 아토리 케이코 보다는 조금 더 스케일이 큰 이야기들이 많고 드라마를 강조하고 있다는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정말이지 비슷했어요. 아토리 케이코는 이미 고인이 되신지라 더 많은 작품을 접할 수 없다는것이 안타까왔는데 이리에 아키가 그 빈자리를 채워주지 않을까 기대도 많이 되고요.

다섯번째로는 섬세한 심리묘사, 그리고 유머와 더불어 일상속에서 디테일을 잡아나가는 분위기가 왠지모르게 요시나가 후미를 연상시키는 부분도 있었기에 언급하고 싶네요. 작풍과 표현 방식은 전혀! 전혀 다르지만 뭔가 감수성이랄까? 그런게 좀 비슷했던것 같달까요...

마지막으로 연상된 작가는 TONO. (구태여 작품을 고르자면 "카오루씨의 귀향") 기발하고 독특한 설정으로 이야기를 꾸며나가는 것과 유머가 작품에 전체적으로 녹아있다는 것이 비슷했습니다. 판타지에 강점을 보이는 것도 유사했고 말이죠.

하지만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에피소드들이 고르게 완성도가 높다고는 하지만 2권의 "북의 십검"같이 별다른 특색없는 이야기도 있고 첫번째 이야기 외에는 그닥 새롭지 않은 핑크 초콜릿 에피소드 연작은 좀 지루하기까지 하더군요. 또한 별다른 이야기 전개 없이 특정 상황에만 집중한 에피소드들이 많은데 이러한 방식으로 보다 효과적으로 이야기를 압축해서 전달하는 작품들도 많지만 여운만 가득할 뿐 이야기를 따라가기 어려운 작품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1권의 "이계의 창" 이나 "숲으로" 를 들 수 있겠고... "박명" 같은 경우는 여주인공이 사실은 장님이었다.. 같은 작은 반전이라도 있었으면 어땠을까 싶고 말이죠. 아울러 3권은 이전권보다 작화나 구성에 힘이 떨어져 보인것도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었어요.

그래도 좋은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개인적인 베스트 에피소드로는 1권에서는 "포로공주"와 "선생님 저는"을, 2권에서는 "니논의 사랑"을, 3권에서는 "빨간 지붕의 집"을 들고 싶네요. 별점은 1권은 4점, 2권과 3권은 3점입니다. (2권은 너무 평범했던 "북의 십검"이 절반 이상 분량이라 점수가 깎였고 3권은 앞서 이야기한데로 1,2권에 비해 완성도가 조금 떨어져 보여서 감점했습니다) 그래도 대체로 평균이상은 하는 작품들임에는 분명한만큼 수수하면서도 여유롭고, 그러면서도 다양한 이야기를 즐시기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일단 1권부터 챙겨보세요^^

대결! 궁극의 맛 - 츠치야마 시게루 만화를 보고

대결! 궁극의 맛 2 - 6점
츠치야마 시게루 지음/중앙books(중앙북스)

요새 읽은 만화들 37

"신장개업"과 "먹짱" 등으로 요리만화계에서 입지를 굳힌 츠치야마 시게루의 신작입니다. 대산초어님의 글을 읽고 관심도 갔고, 워낙에 요리만화를 좋아하던 차에 좋은 기회가 생겨 읽게 되었습니다.

그나저나... 2권까지밖에는 진행되지 않았지만 여태까지 보아왔던 요리만화중에서 가장 독특한 만화더군요. 사실 제가 그동안 읽었었던 츠치야마 시게루의 과거 작품 2편도 정통 요리만화라고 보기는 좀 어려운 (신장개업 - 명요리사가 망해가는 식당을 살리는 전문가로 활약하는 이야기 / 먹짱 - 대식대결, 즉 푸드파이팅 이야기) 내용이었지만 이 만화는 한술 더 떠서 아예 "요리하는 장면" 이라던가 실제의 요리 자체는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교도소의 재소자들이 자기가 먹었던 가장 맛있었던 요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승부가 펼쳐지는 내용으로 모든 요리들이 (일부 교도소 제공 음식을 제외하고는) 단지 등장인물들의 추억담으로만 펼쳐진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이거야말로 발상의 전환!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꾸미면 억지스럽지 않게 다양한 요리를 소개하고 이야기를 끌어나갈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더군요. 등장인물들의 직업과 나이, 고향도 제각각이라 캐릭터나 배경 이야기도 무궁무진하게 끌어낼 수 있을테고 말이죠,
무엇보다도 나오는 요리들이 과장되거나 화려한 대신 재소자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평범한 것들이라는 것, 그리고 그러한 요리들을 벅찬 감동으로 눈물이 넘치는 등의 과장된 묘사 없이 단지 "먹고싶다"라는 원초적 감정만 전달하는 절제된 묘사가 제일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실 그냥 맛있는건 먹고싶다라는 생각 정도면 충분하잖아요? 음식 하나로 거의 지구를 구하는 듯한 과장된 묘사가 넘쳐나는 작금이 요리만화 현실에 이런 묘사를 보여주다니 정말 놀랍고도 반가울 따름입니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은 있습니다. 일단 인물들의 작화가 전작들에 비교한다면 좀 엉망입니다.예를 들자면 1권의 주인공급인 슌스케와 죠지, 2권의 류는 인물을 도저히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약간의 눈매와 흉터 정도의 차이?) 유사하고 그 외의 인물들도 컷마다 인물 뎃셍이 조금씩 어그러지는 등의 문제를 보이거든요. 또 1권에 비하면 동일한 포맷이 단지 교도소 방만 바뀌어 진행되는 2권부터는 조금 식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뭐 이건 좀 더 지켜봐야겠죠.

그래도 앞서 이야기한 독특한 설정에 츠치야마 시게루의 정성들인 요리 그림은 돋보이는 편이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 작가의 요리그림은 그 요리에 대한 정보를 전해주는 측면에 있어서는 거의 당대 제일이 아닐까 싶기도 해요. 단순히 요리사들의 배틀물이나 레시피를 전달해주는 요리 정보물로만 명맥을 이어오던 기존 요리만화에 식상하신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PS : 1권에 등장하는 전직 형사 죠지가 "먹짱"의 전설적 푸드파이터 죠지일까요? 조금 궁금해지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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