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훔친 여자 (화차) - 미야베 미유키 / 박영난 추리 / 호러 관련 독서

다리에 총상을 입고 휴직중인 형사 혼마는 죽은 아내의 먼 친척인 구리자키 가즈야라는 엘리트 은행원에게 개인적인 사건 의뢰를 받게 된다. 가즈야와 약혼한 세키네 쇼코가 가즈야의 권유로 신용카드를 만들려다가 신용불량자라는 사실이 밝혀진 직후 갑자기 사라져 그녀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수락한 혼마는 쇼코에 대한 조사를 계속해 나가던 중, 세키네 쇼코라는 실제 인물과 실종된 가즈야의 약혼녀는 사실은 다른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되는데....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입니다. 원제가 더욱 마음에 드는데 개정판이 나오면서 "인생을 훔친 여자"라는 제목으로 바뀌어 출판되었네요. "천재 정신과 의사의 살인광고"라는 책 처럼 제목으로 범인을 알려주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이 작품 역시 제목에서 내용을 짐작케 하기 때문에 별로 현명한 선택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뭐 제목이야 어쩔 수 없는 점이겠고,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이 작품은 신용불량과 개인 채무, 파산을 소재로 하여 사회파적인 기법의 추리소설로 잘 표현한 수작입니다. 이러한 사회 범죄를 다룬 작품은 많이 있긴 하지만 일상생활과 맞닿아 있는 점에서 보험악용을 소재로 한 기시 유스케의 "검은 집"이라는 작품과 비교해서 읽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전체적인 이야기는 혼마가 가즈야의 의뢰로 세키네 쇼코를 찾아 다니는 전반부와 실제 그녀의 정체를 깨닫고 그 동기와 방법을 밝혀내는 후반부로 크게 나눌 수 있는데 일단 이야기의 전개가 자연스러울 뿐더러 진상이 밝혀지게 되는 이유들이 합리적이라 마음에 듭니다. 범인인 세키네 쇼코-신조 교코는 비록 살인범이지만 그녀의 그러한 행동이 왠지 이해가 될 정도로 개인 채무에 대한 공포를 잘 그려내고 있기 때문에 내용의 타당성이 와 닿으며 굉장히 설득력을 높여주고 있거든요. 정말로 효과적으로 그 공포와 거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을 잘 표현하고 있어서 감탄하며 읽게 되더군요. 또한 제일 중요한 인물인 세키네 쇼코-신조 교코가 철저하게 제 3자로 등장하여 그녀의 심리는 절대로 표현되지 않는 객관적인 시각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도 독특합니다. 덕분에 작품의 냉정하고 공포스러운 면이 배가되는 듯 하네요.

하지만 정통 추리 애호가라면 주인공인 혼마의 수사는 탐문과 증언 등을 토대로 이루어지는 사회파 추리 소설의 형사들의 추리 방식과 유사하며 실제 사건의 트릭은 그다지 돋보이지 않아 약간 실망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저는 수사하는 과정의 디테일이 잘 살아있을 뿐더러 추론을 통해 진상을 짐작하고 범인을 추적하는 부분이 흥미진진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고 가장 중요한 트릭(?) 이라고 할 수 있는 신조 교코가 타겟이 되는 인물의 데이터를 빼 내는 방법을 추리하는 부분만큼은 추리적으로도 명쾌하고 잘 짜여져 있어서 만족스럽습니다.

혼마 형사의 주변 묘사가 좀 지루할 정도로 많이 등장하는 것을 제외한다면 완벽한 작품입니다. 저는 무척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일본 추리 문학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여성 추리작가들은 많이 있고 국내에 소개된 작품 역시 많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이 작품은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라 생각되네요.

PS : 이 책을 읽고 나니 군대있을때 부대 간부가 어느날 카드를 칼로 박살내며 저에게 한 말이 기억나더군요. "카드는 인류의 적이야!"

화차
미야베 미유키 지음 박영난 옮김/시아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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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와 살인자들-,<인생을 훔친 여자>와 <아웃> 2005/09/09 23:21 #

    인생을 훔친 여자 (화차) - 미야베 미유키 / 박영난 한상님의 멋진 리뷰를 보시려면 위의 트랙백을 따라가세요. 인생을 훔친 여자 미야베 미유키 지음, 박영난 옮김 / 시아출판사 나의 점수 : ★★★★ 4.5 이야-기막히게 멋지다. 분류하자면 사회파 추리 쪽인데,현대사회의 병폐에 휩쓸린 가해자와 피해자.재미도 있고 생각도 하게 하고,꽉 찬 느낌. 오랜만에 읽는 정말 멋진 추리소설.일본 20세기 추리 베스트 2위란다,사실 그럴 만한 책이고.추리 애호가라면 안 보면 후회하실 듯.(본 분들은 다들 칭찬하는데 슬......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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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체셔 2005/09/09 22:41 # 답글

    트랙백 신고합니다.리뷰 쓰는 김에요.
  • hansang 2005/09/09 23:56 # 답글

    체셔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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