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 미 데들리 (Kiss me Deadly 1955) - 로버트 알드리치
뉴욕의 사립탐정 마이크 해머는 어느 날 밤 한적한 도로에서 쫓기는 듯한 인상을 주는 미모의 금발 여인을 차에 태운다. 잠시 후 해머는 괴한들에게 습격을 받아 어딘가로 납치된다. 괴한들은 해머에게 수면제를 주사하고 여자를 고문하다가 두 사람을 차에 태워 절벽으로 떨어트려 사고로 위장하려 하지만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해머는 여자의 죽음에 얽힌 배후를 조사하기 시작한다. 계속되는 위협 속에서도 해머는 사건의 진상이 비밀스러운 상자와 관련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러나 범인은 한발 먼저 상자를 가지고 달아나면서 해머의 비서 벨다를 납치한다. 가까스로 범인들의 아지트에 잠입한 해머는 충격적인 사실에 직면하게 되고, 사건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방식으로 종결된다.

미키 스필레인의 마이크 햄머 시리즈 영화입니다. B급 영화의 대부이자 필름 느와르의 거장이라는 로버트 알드리치 감독의 영화를 처음 접해 보았네요. 평 자체가 워낙에 좋아 기대를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한다면 솔직히 지루하고 기대보다는 실망스럽습니다. 발표 당시에서 무려 50년이나 지난 후에 감상했기 때문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추리-스릴러 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기본적인 스토리의 이해 부분에서 부터 실패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네요. 원작을 읽지 않아서 이 영화 스토리의 잘못이 원작 탓인지, 각색 탓인지 알 수는 없지만 원작을 읽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많이 부족한 것은 확실합니다. 마이크 해머가 죽을뻔 하긴 했지만 왜 사건에 뛰어드는지에 대한 설득력도 부족하고 범인들을 추적하는 단서들도 그다지 와 닿지 않습니다. 악당들이 가만히 있었으면 조용히 해결될 것을 해머를 구태여 건드려서 일을 만드는 전개로만 이루어지고 있는데 멍청함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더군요. 가장 중요한 단서가 되는 "Remember Me"라는 암호같지도 않은 시적인 문구 역시 저에게는 반칙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거기에 갑자기 "핵"이 등장하는 것은 정말이지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조그만 상자안에 뭔가 핵에 관련된 물질이 들어있다는 설정도 황당하지만 악당들이 그것을 얻어서 어떻게 할지도 알려주지도 않고 더군다나 마지막 장면에서 상자를 열었더니 모두 불타버리더라....하는 장면에서는 웃을 수 밖에 없더군요. 그 외에도 "미녀 비서" 벨다를 비롯해서 모든 여성 배우들의 미모가 기대 이하였다는 것도 저에게는 감점 요인이었습니다....

물론 영화 자체는 시대를 감안한다면 꽤 세련되고 괜찮은 구석이 있습니다. 흑백의 톤을 잘 살려 시작부터 상당히 독특한 시각적 연출을 곳곳에서 보여주는 것이 역시 인정받을 만한 감독이라는 느낌이 들게끔 합니다. 특히 거울이나 방문등을 잘 이용한 미장센은 지금 보아도 독특한 맛이 있더군요. 또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는 마쵸적인 느낌이 강한 마이크 해머라는 주인공은 설정만 본다면 완전히 "리썰 웨폰" 식인, 굉장히 현대적인 캐릭터라 마음에 들더군요. 그러나 이 부분은 원작 소설에 기댄 측면이 크다고 생각되네요.

뭐 제가 무식해서이겠지만 저에게는 후대의 찬사를 얻을만한 부분이 많지 않아 보였습니다. 대체 "펄프픽션"이 이 영화의 오마쥬라는 근거가 어디 있는지조차 잘 모르겠거든요. 아마 제가 이런 영화를 보고 공부하며 뭔가 느끼기에도 나이가 들었나 보네요. 이젠 생각 별로 안하고 컨텐츠를 즐겨야 하는 나이가 된 것이겠죠?
by hansang | 2005/06/27 14:15 | 추리 / 호러 + 영화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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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석원군 at 2005/06/28 20:39
음 기대이하셨나보군요. 제 주위의 평은 다 이해가 안된다입니다. ^^ 저는 자막을 받아 다운받아서 볼 생각입니다. 결국 알드리치 영화는 한 편도 못 봤네요.
Commented by hansang at 2005/06/28 23:30
석원군 : 저도 썼지만, 이해가 안되는 부분도 많습니다. 원작을 읽지 않으면 좀 힘들 것 같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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