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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굴지의 제약회사를 이끄는 와쓰지 요헤에가 정점에 있는 와쓰지 가문은 매해 정월을 후지산이 바로 지척에 바라다 보이는 아사히가오카의 별장에서 맞이하는 전통이 있다. 요헤에를 비롯하여 그의 아내, 동생, 그리고 조카딸 가족과 조카의 아들 등 직속 가문이 모인 자리에 조카딸의 딸인 마코가 다가오는 졸업 논문에 도움을 받기 위해 영어 가정교사 이치죠 하루미를 초대한다. 하지만 그날 밤 갑자기 요헤에게 살해되며 마코가 그를 살해했다고 고백하며, 남은 일가족은 힘을 모아 요헤에의 죽음에 관련된 가문의 수치스러움을 덮기 위해 외부에서 들어온 강도의 소행으로 사건을 위장하려 한다. 그러나 후지고꼬 경찰서의 형사들이 증거를 하나씩 수집하여 결국 내부의 범행임을 입증하게 되는데....
일본 여성 추리작가 나츠키 시즈코의 대표작 중 하나로 엊그제 여성작가인 미야베 미유키의 "인생을 훔친 여자 (화차)"를 읽은 김에 탄력받아 다시 읽게 된 작품입니다. 아주 예전에 읽은 책으로 어디선가 엘리리 퀸도 극찬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제목도 엘러리 퀸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느낌을 주긴 합니다. 하지만 제목의 의미는 단순한 차용만은 아니고 "와쓰지"의 W와 Women의 W의 중의적 의미입니다. 제목이 뜻하 듯 여성들의 캐릭터에 대한 연민이 작품속에서 강하게 묻어나고 있습니다. 한 부유한 가문의 총수이자 가장이 가족들 속에서 살해된다는 이야기는 일본 추리소설의 한 전통처럼 강하게 내려오는 설정으로 그다지 독특할 것은 없지만 일가족이 모두 나서서 범인을 보호해 주기 위한 공작을 펼치는 것은 분명 새롭습니다. 가족들도 다들 동기가 있지만 그렇게 콩가루 집안이 아니라는 것도 신선하고요. 추리적으로 본다면 상당히 괜찮은 트릭이 등장합니다. 일종의 상황 트릭이긴 한데 꽤 설득력 있어서 마음에 들더군요. 길이도 딱 필요한 길이만큼만으로 서술하고 있어서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고요. 또한 주요 캐릭터들이 여성이라는 점과 여러 상황, 심리묘사 등에서 여성작가 특유의 감수성이 잘 살아 있습니다. 하지만 탐정역인 이치죠 하루미의 캐릭터가 굉장히 약해서 작품내에서 별로 눈에 띄지 않는 것은 분명 약점이며 가장 결정적 동기이자 단서가 되는 민법 제 8백 9조의 내용이 등장한 이후 부터는 작품의 결말이 너무 뻔하게 흘러가서 아쉽습니다. 좀 모호하게 포장했더라면 더욱 흥미진진했을텐데 정통파라는 신념때문일까요? 정공법으로 작가가 서술하다 보니 독자에게 너무 많은 것을 알려줘서 결과적으로는 재미를 반감시켜버렸네요. 결론적으로 이야기한다면 중반까지는 상당히 재미있지만 후반 들어서 급격하게 힘을 잃는 아쉬운 작품입니다. 보다 짜임새 있게, 흥미진진하게 구성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랬더라면 시대를 대표하는 작품이 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그냥저냥한 평작 수준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일본 여성작가 특유의 섬세함 같은 것은 충분히 느낄 수 있으니 일본 여성 작가 작품의 애호가라면 읽어볼 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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