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의 비극 - 나츠키 시즈코 / 공문혜 : 별점 2.5점 Book Review - 추리 or 호러

W의 비극 - 6점
나쓰키 시즈코 지음, 추지나 옮김/손안의책

일본 굴지의 제약회사를 이끄는 와쓰지 요헤에가 정점인 와쓰지 가문은 매해 정월을 후지산이 바로 지척에 바라다 보이는 아사히가오카의 별장에서 맞이하는 전통이 있다. 때문에 요헤에를 비롯하여 그의 아내, 동생, 그리고 조카딸 가족과 조카의 아들 등 직속 가문이 모두 모이게 된 어느 정월날, 마침 조카딸의 딸인 마코는 졸업 논문 때문에 영어 가정교사 이치죠 하루미를 초대한다.
하지만 그날 밤 갑자기 요헤에가 살해된 채 발견되며 마코가 범행을 고백한다. 남은 일가족은 요헤에의 죽음에 관련된 가문의 수치스러움을 덮기 위해 외부에서 들어온 강도의 소행으로 사건을 위장하려 하나 후지고꼬 경찰서의 형사들이 증거를 하나씩 수집하여 결국 내부의 범행임을 입증하게 되는데....


일본 여성 추리작가 나츠키 시즈코의 대표작 중 하나로 엊그제 여성작가인 미야베 미유키의 "인생을 훔친 여자 (화차)"를 읽은 김에 다시 읽게 된 작품입니다. 아주 예전에 읽은 책으로 어디선가 엘리리 퀸도 극찬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사실인지는 모르겠네요.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굉장히 여성적이라는 것입니다. 주요 캐릭터들 모두가 여성이라는 점, 여러 상황과 심리묘사 등에서 여성작가 특유의 감수성이 잘 살아 있는 점이 그러하죠. 엘러리 퀸의 대표작 느낌이 나는 제목도 좋은 예인데, 단순한 차용이 아니라 "와쓰지"의 W와 Women의 W의 중의적 의미로 사용된 것이거든요. 또 전체적으로 여성 캐릭터에 대한 연민이 작품 속에서 강하게 묻어나기도 하고요.

추리적으로는 부유한 가문의 총수이자 가장이 가족들 속에서 살해된다는 이야기 자체는 고전 추리소설의 대표적인 설정으로 그다지 특이한건 없죠. 하니 일가족이 모두 나서서 범인을 보호해 주기 위한 공작을 펼친다는 것은 무척 새로왔습니다. 가족들도 다들 동기가 있기는 하나 그렇게까지 콩가루 집안이 아니라는 것도 신선한 부분이었고요. 아울러 트릭도 상당히 괜찮더군요. 일종의 상황 트릭으로 설득력이 높아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 외에도 길이도 딱 적당해서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던 작품입니다.

하지만 탐정역인 이치죠 하루미의 캐릭터가 굉장히 약한 것은 확실히 단점이라 생각되며, 결정적 동기이자 단서가 되는 민법 제 8백 9조의 내용이 등장한 이후부터는 작품의 결말이 너무 뻔하게 흘러간다는 것은 아쉬웠습니다. 좀 모호하게 포장했더라면 더욱 흥미진진했을텐데 정통파라는 신념때문일까요? 정공법으로 작가가 서술하다 보니 독자에게 너무 많은 것을 알려줘서 결과적으로는 재미를 반감시켜 버리고 말았네요.

결론적으로 평작. 중반까지는 상당히 재미있지만 후반 들어서 급격하게 힘을 잃는다는 점에서 아주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군요. 별점은 2.5점입니다. 그래도 일본 여성작가 특유의 섬세함 같은 것은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니만큼 이쪽 분위기를 좋아하신다면 한번쯤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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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석원군 2005/06/28 20:38 #

    이 책 한번 읽어보고 싶은데. 구하기 참 어렵네요. ^^
  • hansang 2005/06/28 23:32 #

    석원군 : 저도 아주 오래전에 좀 어렵게 구한 기억이 나네요. 85년에 국내 출간된 책이니 벌써 20년이 되었네요. 그래도 요사이 추리붐에 힘입어 다시 나오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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