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스터리 컬렉션 : 불새의 미로 - 유우제 추리 / 호러 관련 독서

태평양 전쟁의 끝이 보이던 1944년 겨울. 일본은 남방에 은닉했던 중요 군수물자를 본토로 옮기는 작전 "불새"를 시행한다. 하지만 물자와 난민을 실은 화물선 "압록강"호는 돌연 사라지고 다음해 1월 텅텅빈 배로 발견되게 된다.

그리고 1993년, 한 장기수가 출소하게 되고 이 노인을 납치하려는 의문의 조직에게서 노인을 구해준 전 북파 공작원 출신 트럭 운전수 동하는 노인에게서 막대한 보물에 대한 정보를 듣게 되나 노인이 살해당해 범인으로 몰리게 되자 스스로 노인에게 들은 정보를 가지고 보물을 찾고 의문의 조직과 맞상대할 결심을 하게 된다. 동하는 수차례의 위험끝에 노인이 남긴 정보의 진상을 알게 되고 이 모든것이 일본이 종전 직전에 숨긴 막대한 양의 금괴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데....

한편 경찰청 장세호 경감은 살인 사건의 수사를 맡아 죽은 노인 이춘규에 대한 조사를 벌이며 노인이 숨기고 있던 과거와 보물에 대한 정보를 하나씩 수집하게 된다. 그 와중에 국내에 잠입한 킬러 제임스 리에 대한 수사를 FBI와 공조하게 되며 FBI 특별 수사관 채수현과 수사를 병행 진행하게 된다.


한마디로 2차대전때 패망 직전 일본이 숨긴 금괴를 둘러싸고 과거 금괴 은닉에 대한 비밀을 알고 있는 인물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양대 조직의 암투속에 휘말린 한 트럭 운전수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아주 예전에 읽었었던 니시무라 쥬코의 "낯선 시간 속으로"와 설정이 너무 비슷합니다. 함부로 이야기 하기 어려운 소재임에는 분명하고 확신은 없습니다만 표절의 의심까지 들 정도거든요. (참고로, "낯선 시간 속으로"는 1975년 발표되었고 이 작품은 1991년에 연재가 시작되었군요)

비교해서 본다면 가장 중요한 테마인 "구 일본군이 숨긴 금괴"라는 것에서 부터 주인공이 살인범으로 몰려 도주하는 과정과 금괴를 둘러싸고 일본 야쿠자와 미국 정부가 충돌하는 기둥 줄거리에서부터 하드한 액션장면의 묘사, 그리고 산에서 만나는 조력자 등 세세한 부분이 유사합니다. 제임스 리라는 킬러의 출생 비밀 또한 "낯선 시간 속으로"의 주인공 니시나 소오스케와 유사하게 전쟁때 강간당한 어머니가 있고 혼란 와중에 자라게 되었다는 점까지 비슷하군요.

물론 이 작품에서는 일제 강점기와 6.25 전쟁, 그리고 그 직후의 국내 상황을 적절히 이용하여 몇몇 이야기를 풀어나가려는 시도를 했다는 점이 좀 독특하긴 하며, "낯선 시간 속으로"에서는 금괴 수송에 수송기가 사용되었고 은닉한 금괴가 눈사태에 매몰되지만 이 작품에서는 수송에 화물선이 사용되었다는 점, 은닉 금괴가 수장되는 등의 차이점은 있습니다. 하지만 워낙 기둥 줄거리가 유사해서 의구심이 자꾸 생기네요.

거기에 각 인물들의 과거에 대한 설정이 장황해서 오히려 쓸데없이 이야기가 길어지고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특히 적도 너무 많은데다가 이 적들에 대한 설명이 솔직히 불필요할 정도로 깁니다. 그리고 이야기에서도 불필요한 인물이 너무 많이 등장해서 짜증나더군요. 이 작품의 주인공은 물론 트럭 운전수 동하지만 장세호 경감과 FBI 요원 채수현의 비중도 적지 않은 편인데 솔직히 이 채수현이라는 인물은 왜 등장하는지 알 수가 없네요. 그녀가 중심이 되는 킬러 제임스 리 수사 역시 이야기를 흐리기만 할 뿐입니다. 그나마도 등장 횟수와 비중에 비한다면 너무나 쉽게, 허무하게 끝나버려서 황당할 정도죠. 주 스토리 역시 결말은 배드 엔딩에 별다른 극적 해결을 제시하지 못해 탐탁치 않았습니다. 구태여 비교한다면 "낯선 시간 속으로"는 별다른 주변 이야기 없이 우직하게 주인공 니시나 소오스께의 행동과 활약에만 촛점을 맞추고 있어서 이야기 자체는 무척 깔끔하게 진행되었었는데 전 깔끔한 쪽이 훨씬 좋았습니다.

분명 재미있을 것 같은 소재이고 우리의 역사의 한토막을 접목시켜 뭔가 이야기를 만들어보려 한 노력은 평가할 만 하며 작품 자체도 재미만 따진다면 일정 수준은 된다고 할 수 있지만 기대에는 한참 미치지 못했습니다. 앞서 말한대로 표절에 대한 의구심만 강하게 들었을 뿐이죠.

전에 소개했던 "추리소설 필독서 16선"에 실려있던 탓에 사 보았는데 전혀 이해가 좀 안되네요. 보다 뛰어나고 완성도 높은 작품이 많은데 왜 이 작품이 당당하게 실려있는지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고려원 한국 미스터리 컬렉션에 있는 작품 중에서도 "저린 손끝"이나 "돛배를 찾아서"가 한단계 높은 작품입니다.

PS : 제 개인적인 견해일 뿐이니 만큼 표절에 대한 어떤 논란도 없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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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산왕 2005/07/31 00:09 # 답글

    낯선 시간 속으로를 한 번 읽어 봐야겠군요..
  • hansang 2005/08/01 21:16 # 답글

    산왕 : 구하기가 힘드실 것 같아 걱정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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