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토리는 잘 알고들 계실테니 요약은 생략합니다만 기본적으로는 없는 죄를 뒤집어쓴 금자씨의 복수극입니다. 굉장히 진부한 소재이긴 하지만 박찬욱의 재기발랄한 연출로 재미를 주는 작품이 된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전작 "복수는 나의 것"의 대 실패로 메이져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었을 "올드보이"보다는 실험적이고 과감한 영상이 눈에 많이 들어오더군요. 상당히 잘 만든 오프닝 화면부터 감각적인 느낌이 팍팍 납니다. 물론 너무 오바하는 장면 (금자씨의 얼굴에서 정말 빛이 난다던가...) 같은 경우는 약간 거슬렸지만요. 그리고 제목에서 암시하듯이 이영애라는 청순가련, 지적인 미인의 대명사 같은 아이콘을 이용해 표현해 낸 금자씨라는 캐릭터가 주는 인상이 강렬하네요. 교도소 생활과 출소해서 복수를 위해 움직이는 기간의 전혀 상반된 "친절함"의 표현이라던가, 여러 대사들이 감칠맛 있고 재미를 가져다 줍니다. 마쵸적인 시각을 항상 보여주는 박찬욱 감독 영화답지 않게 여성의 승리를 그리고 있다는 것도 이색적이군요. 물론 영화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여성들 (금자의 교도소 친구들)을 볼때 사회적 약자 역할을 주로 하고 있다는 것에서는 이 영화도 벗어날 수는 없지만 그간 박찬욱 감독 영화의 여성들은 제 기억으로는 피해자나 주변인 역할만 담당해 왔었던 것에 비한다면 많이 달라진 모습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도 절대악으로 그려지는 백선생과 결탁한 전도사 캐릭터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더군요. 광신과 아집으로 뭉쳐져 있고 선악을 떠나 어떤 "권력"을 따라 움직이는 이 땅의 종교단체를 많이 풍자한 듯한 느낌인데 오버하지 않고 딱 적당한, 유쾌한 수준으로 그리고 있어서 좋았습니다. 추리매니아로서 즐길 요소가 많았다는 것도 저에겐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복수의 과정같은 디테일이 잘 살아있는 것은 물론이고 마지막의 복수장면은 "오리엔트 특급 살인"이 연상되는 등 추리적 요소가 상당한 수준이었거든요. 우연에 의지하는 요소가 몇개 있기는 하지만 이야기의 맥락이나 완성도를 거의 헤치지 않는 적당한 선이었다 생각됩니다. 하지만 최민식이 복수의 대상인 백선생 역을 맡은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실패입니다. 최민식은 물론 한연기 하는 배우이긴 하지만 워낙 "오대수"의 이미지가 강해서인지 자꾸 백선생에게 오대수가 오버랩되더군요. 묶여서 당하고 있더라도 한방 날려줄 것 같은... 그래서 시니컬하고 잔인한, 짐승같은 인물인 백선생의 특징이 잘 살아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물론 사로잡힌 상태에서 금자와 딸 제니의 통역을 맡은 장면에서의 연기는 굉장히 와 닿았지만 목소리만 들릴 뿐이라 구태여 최민식씨를 쓸 필요가 있었나 하는 의문이 더더욱 강했습니다. 비쥬얼 자체만으로 더 기름지며 사악한 다른 중견배우를 썼으면 더 좋았을 것 같네요. 또한 마지막 복수가 끝나고 나서의 이야기가 너무 길어서 후반이 많이 늘어지는 것 역시 조금 옥의 티입니다. 물론 박찬욱이 "복수 3부작"을 완료하며 나름대로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해주고자 노력한 티는 물씬 나지만 저에게는 너무 감상적이고 지루하다고 밖에는 설명이 되지 않더군요. 그래도 이름값은 분명히 해 주고 있습니다. 항상 그래왔지만 음악과 미술은 최고 수준이고 수없이 등장하는 카메오를 보는 재미 또한 놓치기 어렵습니다. 비장함과 살벌함 속에서 가끔 터져주는 유머 또한 좋았고요. 취향에 따라 엄청 평가가 갈리리라는 생각도 들고, 전작의 엄청난 평가를 뛰어넘기에는 약간 부족해 보이기는 하지만 저는 무척 재미있게, 즐겁게 감상한 영화입니다.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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