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투표 부스의 수수께끼 (The Problem of the Voting Booth) (3)
<1편>
<2편>

비는 그쳐있었지만 화요일 오후의 하늘은 쾌청한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큰 회색 구름이 지평선위에 걸려 있었고 서쪽으로부터도 구름이 이쪽을 향해 오고 있었다. 또 비가 내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것도 곧.

[노스몬트 비 타임즈]의 사무실은 이제까지 보아 왔던 중에서 제일 바빠 보였다. 기자들은 전화에 매달려 보스턴과 뉴욕같은 대 도시의 일간지에 살인사건의 상세를 전하고 있었다. 발행인 에드 앤드류스는 석간의 교정쇄를 보고 있었다. 보통 [비 타임즈]는 1주일에 월,수, 금 3회밖에는 발행되지 않지만 마을의 투표 부스에서 보안관 후보자가 살해된 것은 특별판을 발행하기에 충분한 큰 뉴스였다.

"여어 선생" 앤드류스가 말했다.
"당신이 이번에도 또 현장에 있었다면서? 이번에도 해결해 볼 생각인가?"
"노력해 봐야죠"
"매니가 사진을 찍어왔다고 말하던데"
"잘 찍었으면 좋겠는데... 현상은 아직인가요?"
"지금 하고 있다구"
나는 하이 크로커의 일과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아까의 생각을 떠올리고 그에게 물어보았다.
"에드, 오티스에 관해서 좀 알려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그는 대체 어떤 사람이었죠?"
"흠... 1년 정도 전에 노스 캐롤라이나주에서 이쪽으로 이사를 왔지. 옛날에는 경찰서장이었다고 하더군. 이곳보다 조금 큰 마을에서 말이야. 아내가 죽은 이후 새롭게 시작하고 싶어한 모양이더구만. 아픈 기억에서부터 도망쳤다는 이야기야."
"그 부인은 어떻게 돌아가신거죠?"
"누구?"
"오티스 부인 말입니다. 의사로서의 호기심입니다만, 그녀가 오티스씨와 비슷한 연배였다면 아직 그럴 나이는 아니지 않나 싶어서요"
"그렇지. 여기 사망기사를 보니 그녀는 죽었을 때 38세였더군. 2년전 집에 침입한 강도에게 살해 당했구먼. 범인은 잡혀서, 음… 지나가던 부랑자였다고 하는데, 교수형 당했네 그려. 그녀석 먹을걸 찾기 위해 침입했다가 그녀를 찔렀다나봐"
"그 부랑자는 자백했다고 하나요?"
"젠장, 이 녀석이 자백 했는지 안했는지를 내가 어떻게 알겠어? 난 단지 여기 써 있는 걸 읽어준 것 뿐이라구 선생"

그때 매니 시어즈가 2장의 젖은 프린트의 끝을 조심스럽게 쥐고 이쪽을 향해 오는 것이 보였다.
"자, 사진이 다 나왔습니다"

나는 렌즈 보안관의 부탁으로 찍은, 오티스의 사체가 쓰러져 있는 것을 찍은 첫번째 사진을 대충 훝어본 후, 그가 투표 부스를 나올때의 또 다른 한장의 사진에 주의를 돌렸다. 그 사진에서는 그의 가슴의 검은 핏자국이 살짝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그의 얼굴은 놀랍고 당혹한 표정이 얼음처럼 굳어져 있었다. 무릎은 조금 구부러져 있었으며 왼손은 몸을 지탱하기 위해 무엇인가를 잡으려고 하는 것 같이 크게 벌려져 있었다. 죽음 직전, 그리고 나이프에 찔린 직후이다... 하지만 사진의 어디에도 나이프는 나와있지 않았다. 우리들의 눈이 잘못된 것이 아니었다. 부스 밖에는 8명 이상의 사람이 보고 있었다. 헨리 G 오티스는 투표 부스에서 혼자 있는 사이 칼에 찔리고 나이프는 공중에서 사라진 것이었다.

나는 다시 휘트니의 이발소로 돌아가서 투표가 일단락 될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아이다와 모가노 부인에게 한번 더 투표 부스 안을 조사해도 좋은지 물어보았다.
"여기서 뭘 찾으실 지는 잘 모르겠네요" 아이다는 그렇게 말하며 커튼을 열어주엇다.
"투표하는 사람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핏자국은 치웠어요"

나는 다시 투표용지에 체크를 하기 위한 나무 선반을 조사했다. 내 배 정도의 높이인데 오티스를 찌르기 위해 나이프의 날이 그곳에서부터 튀어 나왔을지도 몰라서 어떤 기계장치나 숨겨진 구멍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기대했었지만 역시 아무 성과가 없었다. 그 선반은 그냥 보통의 나무였다.

뒷문으로부터 가게를 나올 때 개 짖는 소리와 함께 여성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확실치는 않았지만 에이프릴의 목소리 같았다. 소리를 듣자마자 차에 채찍질을 하듯 주차장을 달려나와 물웅덩이를 뛰어넘어 뒷길로 향했다. 에이프릴이 반 블록 앞에 쓰러져있었고 두 마리의 사나운 져먼 셰퍼드가 뒤를 쫓고 있었다. 나는 차에서 뛰어내려 레인코트를 벗어 개의 공격을 막기 위해 왼손을 감싸고 그 싸움 속으로 뛰어들었다. 에이프릴은 싸움은 전혀 못 하지만 개의 이빨로부터 어떻게든 몸을 지키고 있었다. 나는 서둘러 따라잡아 그녀를 일단 떼어놓았다. 그때 갑자기 가는 피리 소리가 들리자 개들이 동작을 멈추었다. 에이프릴이 땅에서 눈물이 맺힌 얼굴을 겨우 들어올렸다. 그녀에게는 맹견의 공격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병원에 갑시다"
"선생님. 크로커의 트럭에 갔었어요. 속에 뭐가 있나 조사를 좀 해 보려고 했는데 갑자기 개가 튀어나왔어요."
"크로커의 일은 내버려 두세요"

그때 크로커가 개에게 가죽끈을 묶고 길 한쪽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그녀를 일으켜 세운 뒤 개에게 물린 상처를 세척하고 소독한 후 병원으로 데리고 갔다. 에이프릴이 걱정되어서 먼저 그녀를 돌본 후에 하이 크로커의 트럭을 조사해 보기로 했다.

병원을 나올 무렵에는 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뼈 속까지 차가운 가늘고 불쾌한 안개비였다. 에이프릴은 안정을 되찾았지만 나쁜 예후를 보이지 않을까 염려되어 하룻밤 입원하도록 했다. 그 개들이 광견병에 걸리지 않았으리라는 확신이 없어서 에이프릴에게 혈청 접종을 받게 하고 싶었지만 워낙 접종 과정이 오래 걸리고 귀찮고도 아픈 작업이기 때문에, 그 전에 먼저 개들을 한번 조사해 보기로 했다.

크로커는 그의 개가 에이프릴을 습격한 뒤에도 마을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 그가 [딕시즈]의 런치 카운터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딕시즈]의 커피에는 때때로 좋은 캐너디안 위스키가 가득 들어가지만 그의 커피에 들어가 있는지 어떤지는 알수 없었다. 
"여어 호손 선생. 당신 간호부가 걱정되는구려. 어떻수까? 그녀 상태는?"
"살아는 있죠. 당신 개들 덕분이라고는 말 못하겠군요"
"개들은 내 재산을 지키도록 훈련되어 있단 말이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게 되면 내가 개들을 불러 오지유"
"개를 좀 보고 싶은데요. 광견병에 걸렸을지도 모르니"
"내 개가? 하하 이 일대에서 제일 건강한 개들이쥬. 머 하지만 좋수다. 원하는 만큼 보시유"
그는 커피를 다 마신 후 자리를 나섰다. 모퉁이를 돌아 트럭이 주차되어있는 장소로 데려갔다.개는 트럭 짐칸 안에 있었는데 내가 가까이 가자 다시 으르렁 거리며 이빨을 갈기 시작했다. 
"트럭속에 뭐 귀중한 거라도 있습니까?"
"아무것도 아니유" 하지만 그는 트럭 짐칸의 자물쇠를 풀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나는 갑자기 화가 나서 참을 수 없었다.
"이봐요 크로커! 나는 당신을 상해죄로 보안관에게 신고할 수도 있단 말입니다! 내 간호부가 당신 개들에게 물려서 병원에 있어요! 그녀를 죽였을지도 모른단 말입니다!"
"그럴리가 없수다. 이 개들은 죽이는 것은 훈련받지 않았단 말유!"
"흥, 하지만 주인 쪽은 충분히 훈련받은 것 같은데요. 당신은 남부에서 여기까지 헨리 오티스의 뒤를 추격해서 그를 죽였을지도 모르죠"
"그는 개에게 죽은것이 아니잖소? 칼에 찔렸잖소? 그리고 내가 그 이발용 의자에서 한번도 일어난 적이 없단 걸 아셔야쥬"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때 다른 것이 생각났다. 오티스의 죽은 아내의 일이었다. 그녀도 같은 방법으로 칼에 찔려 살해당했다. 오늘의 사건의 어떤 형태로 2년전의 사건과 연관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트럭 속을 좀 봅시다. 아직 당신의 개를 조사할 필요도 있고요"
"내 개는 광견병이 아니래두"
"내가 그것을 판단합니다. 보여줘요. 그렇지 않으면 정말로 보안관에게 신고하겠습니다. 그럼 당신은 체포되고 개들은 전부 사살될지도 몰라요"

그는 투덜거리며 문을 열고 2마리의 져먼 셰퍼드를 끌고 나왔다. 개들은 내쪽을 향해서 2번정도 낮게 으르렁거렸지만 크로커가 개들을 길들이는 방법을 체득하고 있다는 것은 확실했다. 또한 트럭을 살펴보자 그토록 감추고 싶어하던 크로커의 수수께끼같은 행동의 이유도 알았다. 트럭의 안에는 "메이플 시럽"이라고 쓰여져 있는 상자가 산처럼 쌓여 있었는데 안에는 밀조 위스키가 가득 들어있었기 때문이었다.
"흠, 메이플 시럽을 팔기에는 좋은 때가 아닌데 말이죠"
"어떻게 할 생각이우?"
"아무것도 안 할 겁니다"
개는 확실히 건강했고 아무 이상 없었다. 나는 금주법의 지지자도 아니었기 때문에 그가 고의로 에이프릴을 공격한 것이 아닌 한 그의 문제에 내가 복잡하게 얽힐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위스키들을 보고 난 후, 크로커가 살인과 관계되어 있다는 예상은 곧바로 무너졌다. 모르는 마을의 사람을 죽이기 위해 온 남자가 자기의 트럭에 밀조 위스키를 가득 싣고 오는 위험한 행동을 할 리는 없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오티스를 살해한 사람은 다른 사람을 찾아 보지 않으면 안 되었다.

<4편으로 계속>
by hansang | 2005/11/29 13:43 | 창작 / 번역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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