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대장 - 도리 미키
이번 일본 여행에서 발견한 작가인 도리 미키라는 작가의 작품 중 한권입니다. 원래 추천은 역시나 이시카와 쥰의 "만화의 시간", 이시카와 쥰은 도리 미키의 "먼 곳으로 가고파"를 추천했었는데 작품과 작가가 마음에 들어 눈에 띄는 대로 사 모으다 건진 또다른 책 입니다.

내용은 단편 옴니버스 물로 고전 SF의 명작을 차례로 독특한 개그 센스로 어레인지하여 패러디하고 있는 작품으로, 수록 작품은 목차 순서대로 "알쟈논을 위한 꽃다발 (Flowers for Algernon)". "해저2만리그", "솔라리스", "타임머신", "모나리자 오버드라이브", "사랑을 위한 충분한 시간을 (Time enough for Love)", "타이거 타이거", "지구의 긴 오후 (Hothouse)", "스타트랙", "접속된 소녀 (The Girl who was plugged in)", "쥐와 용의 게임 (The game of Rat & Dragon)", "뱀주인자리 핫라인 (The Ophiuchi Hotline)", "날개의 제니 (The girl who fell into the sky)", "블러드 뮤직", "스타쉽과 하이쿠", "차가운 방정식 (The Cold equation)", "문신의 남자 (The illustrated man)", "링 월드", "타임 패트롤", "스타타이드 라이징", "듄", "닥터 애더", "이 사람을 보라 (Behold the man)", "타임스케이프",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 "텔레파시스트", "강철도시", "중력의 사명", "레벨 3", "익사한 거인 (The Drowned Giant)", "어둠의 왼손", "구백명의 할머니 (Nine hundred grandmothers)", "유년기의 끝", "우주선 비글호의 모험", "시간은 준보석의 궤적과 같이", "강철의 꿈", "화성인 고 홈", "카에안의 성의", "송 마스터" 입니다. (팔이 아파서 이해 가능할 듯한 작품은 원제를 뺐습니다...) 이외에 2편의 오리지널 단편과 권말의 원작 해설이 첨부되어 있는 구성입니다. (원작 해설을 보니 저 작품들이 다 번역된 일본 현실이 부럽더군요)

꽤 방대하지만 고전 "걸작"들만 소재로 했기 때문인지 그다지 SF 쪽 작품은 접하지 않은 저도 읽어본 원작이 많은 편이어서 더욱 반가왔고, 또한 작품 하나하나가 원작의 내용을 확실히 이해하고 그 본질을 꿰뚫는 패러디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어서 정말 놀랍다고 밖에는 말할 수 없네요.

예를 들면 고전 SF의 걸작 단편 중 하나인 톰 고드윈의 "차가운 방정식 (The Cold Equation)"의 예를 들자면 원작은 한명의 조종사를 목적장소까지 편도로 보내기 위해 극단적으로 제한된 연료와 장비만을 싣고 있는 연락선에 한 소녀가 밀항하게 되어 발생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소녀는 너무나 순진무구한 소녀로 단지 오빠를 만나기 위해 밀항했는데 법으로는 밀항자를 우주선 밖으로 추방해야만 하는 상황... 하지만 이 만화에서는 우주선의 정원이 100명(!) 이라는 설정으로 그들이 밀항자를 찾지 못하여 시간제한 내에 오버한 중량을 줄이기 위해 벌이는 악전고투를 너무나 개그스럽게 패러디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모나리자 오버드라이브"나 "접속된 소녀" 같은 사이버 펑크 물에 대한 작가 나름의 고찰도 재미나고 "뱀주인자리 핫라인"이나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 같은 원작의 틀을 유지하면서 기발한 발상을 덧붙인 패러디 등 볼만한 작품이 많습니다.

물론 모든 작품이 대단한 발상이나 아이디어를 가지고 접근하고 있지는 않고 쉽게쉽게 그린 것도 있고 내용의 비약이 심한 작품도 있으며 오리지널 에피소드는 유치하고 그림도 취향을 탈 듯한 스타일이라 생각되어 사람마다 편차가 있으리라 생각되긴 합니다.

그래도 저는 무척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다지 글자도 많지 않고 각 작품이 거의 다 4페이지 이내로 짤막하게 마무리되어 쉽게 읽을 수 있는 점도 좋고요. 무엇보다도 SF 팬이라면 꼭 한번 볼만한 개그 만화집이 아닐까 싶네요.
by hansang | 2005/12/29 02:01 | 만화를 보고 | 트랙백(1)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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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readordie.ne.. at 2007/08/09 16:26

제목 : 개그의 정의를 새롭게 하라
<먼 곳으로 가고파>- 아홉 칸에 담긴 우주도리 미키 지음새만화책 펴냄개그 만화를 그리는 사람들은 대부분 금세 재능이 고갈되거나 노이로제에 걸리거나 잠적하거나 하여 활동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 도리 미키는 몇 사람 되지 않는 나의 귀중한 동지이자 우리 시대의 재주꾼이다. 확실히 그는 대단한 사람이다……. <먼 곳으로 가고파>를 보고, 솔직히 말해 나는 분했다. 그래, 올해부터는 나도 다시 힘을 내어 재미있는 만화를 그릴 ......more

Commented by JOSH at 2005/12/29 13:10
아, 저 차가운 방정식은 읽어본 기억이 나는군요.
어떤 어린이 대상 SF 소설 모음에 있었던 것 같은데...

... 100명이라.... 푸핫핫핫....
Commented by 체셔 at 2005/12/29 13:36
정말 재밌겠네요!
Commented by rumic71 at 2005/12/29 20:20
토리 미키는 옛날 뉴타입에 잡담 코너를 가지고 있었죠...
Commented by 3월토끼 at 2005/12/31 01:55
국내 서적도 그렇겠지만, 번역되어 나오는 책의 양을 보면 정말 비교가 안 돼죠. 일본에는 별별 책들이 번역되어 있더라고요. 시장 규모의 차이가 있으니 하는 수 없는 일이라고 납득하려고 애를 쓰지만 역시 부럽기는 해요.
Commented by 미친병아리 at 2005/12/31 03:25
글 잘 읽고 있습니다..
즐거운 연말연시 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Commented by 석원군 at 2005/12/31 05:52
글과 상관없는 잡담이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Commented by marlowe at 2005/12/31 23:33
우주선에 밀항해서 다른 승무원들에게 민폐를 끼친다는 내용은 SF에서 자주 써먹는 소재인가 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Commented by 산왕 at 2006/01/01 14:48
도리 미키 원작의 영화를 본 기억이 나는데;; 뭐였는지 모르겠네요^^;
Commented by 잠본이 at 2006/01/02 19:55
토리 미키는 유우키마사미의 친구로서 둘이 가끔 깨는 짓을 같이 벌이기도 하죠. (폐기물13호에도 참가;;;)
Commented by hansang at 2006/01/02 23:32
잠본이 : "토요와이드 연속 살인 사건" 인가 하는 둘의 작품집이 있죠. 만화 자체는 영 아니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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