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편>
<2편> “그게 어디지?” 녹스가 물었다. “물론 사체는 마침 지나가던 트럭이나 다른 차 지붕에 떨어진 것일 테지” 해밀턴의 눈이 커졌다. “그렇군!” 정말로 감동받은 듯한 말투였다. 그러나 맥그러브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건 경찰이 아까 생각해 낸 것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조사해 보시면 알겠지만 그건 불가능해요. 이 빌딩은 길에서부터 안쪽으로 놓여져 있습니다. 이 거대한 유리벽 탓에 그렇게 건설할 필요가 있었던 것입니다. 때문에 뛰어내린다면 사체가 차도에 떨어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차도까지의 거리가 너무 멀거든요. 만의 하나 그렇게 떨어졌다 하더라도 차도의 이쪽 편은 현재 공사중입니다. 그래서 한사람의 순경이 오전부터 계속 근무하며 교통 정리를 하고 있었죠. 순경의 말이나 정황을 종합해 본다면 사체는 보도에도 차도에도 떨어지지 않고 근처에는 트럭이나 승용차도 지나가지 않은 것이 확실합니다” 녹스는 눈을 깜짝이지도 않고 흘러내리기 시작한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 올렸다. “그가 떨어지지 않았다면 어디로 갔다는 건가? 위로?” “올라가 버리지 못했을 지는 모르지만,” 해밀턴이 제안했다. “모든 것이 마가렛이 만들어낸 이야기일지도 모른단 말이세” 맥그러브는 그 제안을 생각해 보았다. “내가 그녀와 같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었습니까? 그 창 유리가 깨졌을 때 나는 그녀의 얼굴을 봤습니다. 세계 제 1의 여배우라도 그런 연기는 절대 할 수 없을 겁니다. 게다가 그가 막 들어가서 문을 닫는 순간을 저도 보았습니다. 조사해 보았더니 그 도어에는 어떤 장치도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곧바로 당신들 둘이 방에 들어갔는데 그곳은 비어 있었다…” 녹스가 말했다. “그렇다면 빌리는 창에서 뛰어내렸을 수 밖에는 없어. 우리들은 사실에 직면할 필요가 있다구. 그가 테이블 아래에 숨은 것도 아닐테고 말이지.” “아래에 사체가 없다고 한다면” 해밀턴이 말했다. “위에 있는거야! 로프로 옥상이나 다른 창을 통해서 간 것이겠지” 그러나 맥그러브는 다시 한번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이 빌딩의 어떤 창도 열리지 않는 다는 사실을 잊어버리시면 안됩니다. 게다가 옥상은 굉장히 위에 있고요. 더구나 옥상도 대강은 경찰이 조사를 진행 했습니다. 옥상에는 발자국도 없는 깨끗한 눈만 쌓여있는 상태였습니다. 사람의 발자국은 물론 새의 발자국 조차 없었단 말이죠” 그린은 책상 옆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렇다면 그는 아래로도, 위로도, 옆으로도 갈 수 없었고 방 안에도 없었단 말이군” 맥그러브는 자신의 생각을 지금 이야기할까 아니면 조금 기다렸다가 이야기 할까를 잠깐 고민했다. 그리고 지금 이야기 하는 것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뛰어 내려 떨어지는 사이, 도중에 뭔가에 걸려 버린 것은 아닐까요? 그는 지금 안개로 보이지 않는 어딘 가에 걸려 있는 상태인 것은 아닐까요?” “깃대같은 것? 그런 것을 말하는 건가?” “그렇지만 그런 것은 없단 말이지” 녹스가 반대했다.“이 빌딩에는 평평한 유리벽 뿐이란 말이라구” “딱 한군데가 있습니다” 맥그러브가 책상 주변의 기대에 가득찬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창을 세척할 때 사용하는 발판이요” 그린이 창옆으로 바짝 다가가 아래를 내려다 보기 시작했다. 맥그러브는 말했다. “간단하게 알 수 있습니다. 태양이 나오고 안개가 걷힌다면 말입니다” 그러나 빌딩의 이쪽 면은 보이지 않아서 결국 모두는 엘리베이터로 1층까지 내려갔다. 안개는 걷혀가고 있는 상태로 하늘은 서서히 밝아지며 개고 있었고 눈부신 태양은 잔설을 서서히 녹이고 있었다. 4명은 건물 밖으로 나가 점심 시간을 맞아 도로 공사장에서 인부들이 도구만 남겨두고 간 현장에 서서 [쥬피터 스틸 빌딩]의 유리면을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늘에는 걸려있는 사체 같은 것도 없었고 청소부의 흔적도 없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발판을 옥상까지 끌어 올린 것은 아닐까?” “옥상에는 발자국 조차 없었다구요” 맥그러브는 실망감을 감추며 대꾸했다. “어쨌건 이 가능성도 희박해졌군요. 경찰이 깨진 창 아래 층 사람들에게도 물어보러 갔지만 아무도 본 사람도 없다고 합니다. 정말 컴이 발판에 떨어졌더라면 아래층의 누군가가 눈치 챘겠죠” 그들은 조금 더 빌딩을 바라보았다. 두꺼운 종이가 깨어진 유리창을 덮어서 가리고 있는 21층의 작은 점으로 모두의 눈이 집중되었다. “그런데 말이야” 그린이 말했다. “유리가 깨졌을 때, 왜 여기의 순경은 눈치채지 못했을까? 혹시 유리창을 밖에서 깬 것이 아닐까?” 맥그러브는 웃음 지며 말했다. “아뇨. 유리조각은 밖으로 떨어진 것이 맞습니다. 도로공사를 하는 소리가 유리가 떨어지는 소리를 감춰준 것 뿐이죠. 도로공사 탓에 보도는 폐쇄되어 있기도 했고요. 그래서 순경은 유리 떨어지는 소리를 듣지 못했지만 어쨌건 유리 조각은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보세요. 청소는 했지만 대충이라 미세한 조각들이 보이죠?” 녹스가 깊은 한숨을 쉬었다. “전혀 모르겠구먼. 나는 점심이라도 먹으러 가야겠어. 배가 부르면 뭔가 더 좋은 생각이 날 지도 모르니까…” 그 뒤 4명은 헤어졌다. 맥그러브는 21층으로 돌아와 마가렛을 찾았다. 마가렛은 빌리 컴의 사무실에서 섈리와 함께 있었다. 두사람은 오크제의 칸막이에 달라붙어 있었다. “뭐 하는 거야?” “탐정 놀이 같은 거죠” 마가렛이 말했다. “섈리의 생각인데 섈리가 컴씨는 사무실 인테리어를 바꾸지 않겠다고 항상 이야기했다고 하거든요. 방은 여기나 회의실이나 지나칠 정도로 작고 딱 붙어 있잖아요. 섈리는 두 방 사이에 비밀 문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 거에요.” “마가렛!” 섈리는 기가 막히다는 듯이 벌떡 일어섰다. “그렇게 말하면 이 사건이 꼭 3류소설같이 들리잖아요. 그래도 가능성은 있잖아요. 그가 창으로부터 뛰어내리지 않고 회의실에서 사라진 것이 설명 된단 말이에요.” “안달하지 말라구” 맥그러브는 말했다. “그래서 뭐 발견한게 있나?” “아무것도요. 우리들은 벽 양쪽을 조사했을 뿐이니까요.” “옛날 영국식 벽을 만드는 것 같은 일은 이 맨하탄에서는 있을 수 없단 말이지. 그런 일은 잊어버리고 점심이나 먹으러 가자구” 섈리는 스커트의 구겨진 곳을 당겨서 펴며 말했다. “그럼 두사람끼리 갔다 오시라고요. 어차피 나는 방해만 될 뿐일 테니.” 두 사람이 반대하기 전에 섈리는 나가버렸다. 모두 똑같이 느끼겠지만 그도 [쥬피터 스틸]이라는 회사 조직에서의 그녀의 위치를 강하게 의식하고 있었고, 때문에 맥그러브는 큰 소리로 반대할 생각도 없었다. 빌리 컴이 어딘가로 사라진 지금도 그녀는 아직 위험한 존재였고 근무시간외에는 같이 있을 필요는 없었다. 그는 마가렛과 함께 아래로 내려가 지하 1층에 있는 레스토랑의 빈 자리를 찾았다. 때때로 퇴근 후에 같이 술을 마시러 오는 가게였지만 최근은 근무시간 외에 그녀를 만날 기회가 적어졌다. 처음 마가렛의 존재를 의식했을때의 일을 떠올리자, 해밀턴이 저지르곤 하던 멍청하고 불유쾌한 장난이 기억났다. 해밀턴은 비서들의 뒤로 다가가 그녀들을 놀래키거나, 혹은 때때로 드레스의 지퍼를 몰래 내리는 장난을 좋아했는데 마가렛이 그 장난에 제일 굉장한 반응을 보였던 것이 떠올랐다. 그녀는 정말로 배짱좋게 엄청난 목소리로 그 자리에서 소리를 질러 해밀턴에게 복수를 했었다. 수개월전, 가을비가 내리던 밤에 맥그러브는 마가렛과 우연히 만나 폭력행위의 인연으로 서로 비밀을 공유하는 술 친구가 되었다. 그날 밤 그는 비틀비틀 거리며 이스트강 가까이에 있는 작은 레스토랑에 들어갔었는데 마가렛이 그곳에 있었고 그 때 그 레스토랑 안쪽 자리의 굉장히 술취한 남자로부터 도망다니고 있었다. 맥그러브는 가까이 다가가 한주먹으로 그 남자를 쓰러트리고 두사람은 자리에 쓰러진 남자를 남겨둔 채 그 가게를 나오게 된 것이었다. 그 뒤 몇번인가 같이 술을 마실 때 마다 그녀는 그의 준비된 듯한 슬픈 일생사를 들어 주었다. 그는 그녀에게 교제를 청하고 여러 이야기를 들려 주면서 흡사 그가 남자친구의 한사람이 된 것이 아닐까 공허하게 상상하곤 했다. 그러나 사실은 레스토랑의 사건에서부터 오랫동안 그녀에게는 남자친구가 없었지만, 지금의 그녀에게 여유 시간이 별로 없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누군가 남자가 있다는 사실은 그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최근 두사람이 술을 마시는 시간은 보통 점심 식사 시간에 한정되어 마티니를 두 잔씩 마실 뿐이었다. 그 날 첫잔째를 마시는 동안 그녀가 말했다. “무서운 일이에요. 정말로 무서운 일이에요” “알고 있다구. 나는 정말로 무서운 일이 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어. 그는 어딘가에서 나타날 거야” “죽은 모습으로요? 아니면 살아있는 모습으로요?” “나도 알고 싶다고” 그녀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당신 책임이 될까요?” “그를 그 자신의 손에서부터 지켜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그리고 그건 개인적인 전문 보디가드를 고용할 수 밖에 없는 일이야. 나는 보디가드도 탐정도 아닌 단지 경비 부장일 뿐이지. 지문이나 단서 같은 것도 몰라. “인간”이라는 것 밖에는 모른다고” “[쥬피터-]의 인간에 대해서는 뭘 알고 있죠?” 맥그러브는 대답하기 전에 잔을 들이켰다. “사실은 거의 알지 못해. 당신을 제외한다면. 해밀턴도 녹스도 그린도 그 외의 인간도, 단지 얼굴과 이름밖에는 알 수 없어. 그 사람들과 같이 술을 마신 적도 없고 말이야. 중역회의에 출석하는 것도 솔직히 말한다면 굉장히 마음에 들지 않았고. 만약 누군가가 이 사건으로 나에게 책임을 미룬다면 새로운 경비부장을 찾아야 할 거야” 마가렛의 잔도 비어서 그는 한잔 더 주문을 하기 위해 웨이트레스를 불렀다. 새로운 잔이 나왔을 때 그녀의 일상적인, 편안해진 얼굴이 아직도 조금 긴장하고 있는 것에 그는 신경이 쓰였다. 그녀의 푸른 눈에 비친 예의 반짝임은 예상과 달랐었다. 하기사 그날 아침 너무나 놀라운 일과 마주친 탓에, 마티니를 마시는 것도 평정심을 되찾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나도 같이 그만둘지도 몰라요” 그녀가 말했다. “시간도 아까운데 우리 이런 일신상의 이야기는 하지 말자구. 그건 그렇고 몸 상태는 어때?” “괜찮다고 할 수 있어요.” 그녀는 어깨를 가볍게 으쓱하며 말했다. “새로운 남자친구는?” “그렇게 부르는 것은 그만 두어 줬으면 해요. 부탁해요” “이전 남자보다는 괜찮은 남자이길 빌겠어” “나도요. 내 나이가 되면 이상한 남자와 사귀게 되곤 하거든요” “사랑하는 것 같아?” 그녀는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 “그렇다고 생각해요” 그는 다른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런데, 빌리 컴이 당신 책상 앞을 지나갔을 때 그는…?” 그 말은 길쪽에서 들려오는 갑작스러운 비명소리로 중단되었다. 맥그러브는 벌떡 일어나 문 쪽을 바라보았다.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듯, 웨이터가 밖으로 달려 나가는 것이 보였다. “무슨 일이죠?” “모르겠어. 사람들이 모여드는 것 같군. 자 나가보자고!” 밖으로 나온 두사람은 길을 가로질러 [쥬피터 스틸 빌딩] 보도앞에 모여든 사람들 속으로 파고 들었다. “뭐가 어떻게 된거에요?” 마가렛이 누군가에게 물었다. “위에서 남자가 뛰어내렸다고!” 두 사람은 그 말을 듣자마자 이제부터 보게 될 것을 예감했다. 맥그러브의 심장이 두근두근 울렸다. 확실히 빌리 컴이었다. 몸은 망가져 있었고 확실히 죽어 있어서인지 더욱 더 작아 보였지만 그라는 사실은 분명했다 . 순경이 모포를 가지고 어딘가에서 나타나 보도 위의 시체를 덮어주었다. 해밀턴이 인파를 헤치며 옆으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누구지 이건?” 해밀턴이 물어보았지만, 답은 이미 알고 있을 터였다. “빌리 입니다.” 맥그러브가 말했다. “빌리 컴 이요” 해밀턴은 잠시 모포를 바라보다가 손목시계를 들여다 보았다. “그가 뛰어내린 뒤 3시간하고 45분이 지났군. 창에서 뛰어내려 바닥까지 떨어지는데 정말로 긴 시간이 걸렸구만…” <4편으로 계속>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
카테고리
전체
창작 / 번역 추리 / 호러 관련 독서 기타 쟝르문학 역사관련 독서 전쟁관련 독서 전공관련 / 스터디 기타 독서 영화를 보고 추리 / 호러 + 영화 만화를 보고 추리+만화 추리 정보 / 단상 애니이야기 게임Life 사나이라면 야구! 일상 여행 정보 TV Show를 보고 이글루 파인더
최근 등록된 덧글
euphemia : 평을 정확..
by hansang at 06/30 앗, 이걸 읽으셨군요. .. by euphemia at 06/30 marlowe : 지금 보니 그.. by hansang at 06/14 최근 등록된 트랙백
이전 블로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