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치기 (2004) - 이즈츠 카즈유키

1968년 교토의 히가시고와 조선고 학생들은 서로 대립하는 관계. 수학여행에서의 대 난투를 계기로 코우스케는 선생님의 명령때문에 조선고에 친선축구시합을 제안하러 가게 된다. 그곳에서 코우스케는 조선고의 짱 안성의 여동생 경자를 만나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경자에게 다가가기 위해 사카자키라는 선술집 아들로부터 금지곡 '임진강'을 배우고 한국어를 공부하는 코우스케. 코우스케가 서서히 조선인 학생들과 친분을 쌓아나가는 동안 조선고와 대립하는 일본인 학생들의 연합이 그들에 대한 습격을 준비하는데.....


1968년이라는 일본에서는 상당히 격동적인 시기를 무대로 하여 재일 조선인들을 스토리라인의 전면에 부각시킨 점이 무척이나 특이한 영화입니다.

하지만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한 이유를 저는 잘 모르겠더군요.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싸움을 주요 모티브로 한 재일 한국인에 대한 묘사와 스토리의 힘은 "GO"보다 떨어지고 음악을 주요 모티브로 하여 과거의 청춘을 묘사한 이야기는 "청춘 덴데게데게데게" 보다 음악적 효과와 활용이 낮다고 생각되었거든요.

사실 적대하는 두 그룹과 그 사이에 속한 젊은 청춘남녀의 풋풋한 사랑이야기는 쎄고 쎘죠. 설정과 배경이 되는 시대가 독특할 뿐 내용면에서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서 한걸음도 진보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리고 보는 내내 영화의 메인 테마가 무엇인지 자꾸 헛갈렸고요. 젊은 청춘들의 한때를 그린 것임에는 분명하지만 그 한때의 주요 포커스가 싸움인지, 음악인지, 방황인지 확실히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요컨데 이 영화에서는 음악과 사랑으로 평화를 이루려는 주인공 코우스케와 경자의 이야기, 그리고 조선에 돌아가 축구를 하고 싶어하는 조선인 학교의 짱 리안성과 그와의 사이에서 아기를 가지게 된 모모코의 이야기, 그리고 두 학교의 주먹 전쟁이라는 3개의 큰 축으로 이야기가 돌아가고 있는데 그다지 편집과 내용 정리의 묘를 살리지 못한게 아닌가 싶더군요. 주인공이 누구인지 중심축조차 흔들리고 있는 정도이니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저는 보는 내내 좀 혼란스러웠습니다. 좀더 이야기의 중심축을 잘 살려나가는 것이 좋았으리라 생각됩니다.

또한 설정 자체도 뻔하지만 주인공 패거리 중의 한명이 죽어서 사건이 급 진전 되는 것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 너무 교과서적인 전개로 보이더군요. 최종 클라이막스를 위한 사전 포석으로 이 친구의 죽음을 설정해서 이후 민족간의 갭과 마지막의 큰 싸움, 그리고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전개로 이어지는데 솔직히 너무 뻔했습니다. 말죽거리 잔혹사 처럼 친구가 그냥 도망간다고 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었을 것 같은데 말이죠.

그래도 상큼한 여주인공과 효과적은 음악의 활용, 앞서 말했듯 특이한 시대 배경을 잘 살린 여러 설정으로 평균적인 재미는 선사하는 작품이긴 합니다. 당시의 전공투 상황이라던가 히피 문화, 그리고 조선인 학교의 디테일들과 (일본인 배우들의 한국말 연기는 최악이었지만요) 여러 노래들 등 향수를 자극할 만한 요소들이 많더군요.

또한 마지막에 주인공이 라디오 방송국에서 "임진강"을 포크송으로 부르며 겹쳐지는 여러 인물들의 모습을 그리는 하이라이트 장면은 (뻔하다고는 했지만) 한번 볼 가치가 있습니다. 노래도 좋지만 상황을 다 정리하는 여러 장면들의 편집이 꽤 괜찮거든요. 

덧붙여 재일 한국인들에 대한 새로운 평가와 시각 또한 높이 평가할만 합니다. 여기 나오는 각종 한국인의 수난사는 지금 한국에서도 잊혀진 것이 대부분이기에 더욱 그러하네요.
by hansang | 2006/01/29 13:15 | 영화를 보고 | 트랙백(1)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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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디지털리스트의 블로그 at 2006/01/30 15:42

제목 : 일본영화 '박치기'와 임진강...
2005년 한국 최고의 영화는 아무래도 '웰컴투 동막골'인 듯하다. 지난해 일본에서 흥행에 성공한10대 영화가운데 '박치기!(パッチギ!) '란 한글제목의 영화가 있었음을 최근 알게됐다. ^^ 두 영화는 남북한 분달현실을 밑그림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닮았다. 다만 동막골은 6.25를 배경삼아 첨예한 대결국면을 직접 그려낸 반면 박치기는 일본내 조총련계 고교생의 삶 속에 긷든 분단상황을 간접적으로 묘사한다. 박치기의 시대 배경은 1968년. 동유럽의 자유화운동, 미국의 반전운동, 프랑스를 중심으로 확산......more

Commented by akachan at 2006/01/31 04:07
박치기를 국내에 모 영화제에서 상영했을 때 관객들의 평가가 딱 한상 님의 평가와 비슷했습니다. 가장 크게 문제 삼았던 부분이 일본 배우들의 어설픈 한국어 구사였기도 하고요. 하지만 일본에서 직접 재일교포를 만나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일본에서 태어난 재일교포 2~3세, 심지어는 한국에서 태어나 일본으로 건너간 재일교포 1세대들조차 영화에 나온 일본인 배우와 비슷한 수준의 한국어를 구사하거나 그것보다도 더 형편 없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일본인 배우의 한국말 연기가 최악인 것은 나름대로 이 영화에서 감독이 추구하는 리얼리티를 살리는 방법이었다고 평가할 만 합니다. 몇 년 전 일제시대에 오사카에 건너가 그곳에서 파칭코 사업으로 대성한 친구의 작은할아버지 집에 초대 받아 저녁 식사를 한 적이 있는데 그 집 식구들이 딱 저 <박치기>에 나온 일본인 배우들 같은 엉터리 한국어+일본어 식의 화법을 구사했었습니다.
Commented by akachan at 2006/01/31 04:08
<박치기>라는 영화가 높게 평가 받는 이유는 재일 한국인이라는 매우 특수한 집단에 대한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묘사 때문일 것입니다. 저도 그 점을 높게 평가합니다. 영화 스토리는 그렇게 대단한 반전이 있거나, 치밀한 스토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요. 가장 인상적인 묘사는 전공투 상황에서 조총련계 재일 조선인들이 전공투에 참여하는 학생들을 바라보는 시선이었습니다. 전공투 세대들에게 투쟁은 생존에 대한 모사에 지나지 않지만 재일 조선인들에게는 생존 그 자체가 투쟁일수밖에 없고, 그렇기에 사회주의 사회를 이미 이룩한 북한으로의 이주를 자의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재일 조선인들이 전공투 세대들에게 전혀 동경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그 상황 묘사에서 네거티브한 감독의 독설이 느껴지더군요.
저처럼 이데올로기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정말 크게 공감 가는 시선의 영화였습니다.
Commented by hansang at 2006/01/31 22:28
akachan : 흠, 말씀을 들어보니 일본에서는 확실히 인정받을 만한 요소가 많을 것 같네요. 우리에게는 역시나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것을 새삼 다시 느껴봅니다.
Commented by marlowe at 2006/02/05 22:28
이거 꼭 보고 싶은 데 아직 개봉을 안 했더군요.
저도 스토리가 막혔을 때 갑자기 캐릭터을 죽여서 돌파구를 만드는 걸 싫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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