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날, 코펜하겐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어린 소년이 추락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경찰은 단순한 실족사로 처리하지만, 같은 건물에 사는 스밀라는 소년의 죽음이 사고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녀는 특유의 관찰력으로 소년이 눈 위에 남긴 발자국, 그리고 소년의 고소공포증을 기억해 내고 소년이 살해당했다고 생각한다. 죽은 소년의 집에서 발견해낸 편지와 아이가 비밀장소에 남긴 녹음 테이프 등을 단서 삼아 수수께끼를 풀어나가기 시작한 스밀라는 소년의 죽음이 "빙정석 주식회사"라는 회사의 탐사선 소속이던 소년의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낸다. 결국 스밀라는 수수께끼의 탐사의 목적과 진상을 밝히기 위해 스스로 위험속에 뛰어드는데.... 이누이트 사냥꾼과 덴마크 의사 사이의 혼혈아 스밀라라는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입니다. 일단 추리소설의 맥락을 따르고 있습니다. 스밀라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은 같은 건물에 사는 소년 이사야의 알 수 없는 죽음이고 스밀라가 이 사건을 조사해 나가면서 작은 사건이 점차 확대되어 나가는, 그리고 그 뒤에 있는 거대한 음모와 조직, 진상을 파악해가는 내용으로 얼개 자체는 하드보일드와 상당히 유사합니다. 하지만 작품 전체를 놓고 본다면 추리소설이라는 말이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군요. 완전한 스밀라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는 소설인데 스밀라의 심리 상태가 너무나 디테일하고 문체 또한 과도할 정도로 현란해서 스토리의 큰 줄기를 따라가는 데에는 지장을 줄 정도였고 여기에 더해 등장인물들의 심리와 인간관계가 다른 작품들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읽기가 상당히 힘이 들었습니다. 페이지수와 등장인물 수도 만만치 않은 책이기에 복잡함이 더욱 가중되고요. 저는 캐릭터 일람을 정리해서 같이 들고다니면서 읽을 정도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작가가 복잡한 인간 드라마, 그것도 그린란드에 관련된 이야기를 쓰는데 너무 복잡하고 지루해 지지 않게 추리소설의 형식만 차용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추리적으로는 그다지 돋보이는 점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드라마와 심리 묘사가 너무 강하고 비중이 컸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눈에 대한 감각"이라는 특수 능력이 부여된 이누이트 혼혈 노처녀 탐정이라는 캐릭터는 분명 특이했지만 성격이 너무 복잡하고 즉흥적인 부분이 있으며 진상을 밝히려는 동기의 타당성이 저에게는 설득력이 떨어져 보인 것도 또 다른 이유이며 무엇보다도 사건의 진상 자체가 저에게는 전혀! 와 닿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범행의 바탕이 되는 조직 역시 제 관점에서는 스케일에 비해 허술하기 짝이 없었고요. 이누이트들의 생활이나 항해의 디테일 등 작가의 치밀한 연구가 돋보이는 장면은 좋았지만 작품에 그다지 녹아들어가지 않는 현학적 정보의 나열이라는 인상이 강했습니다. 북구의 땅에서 우연히 발생한 살인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나중에는 북구의 얼어붙은 극점 가까이까지 나아가는 행동... 이러한 설정은 마틴 크루즈 스미스의 "고리키 파크"와 "북극성"과 굉장히 유사하기도 해서 비교가 됩니다. 저는 마틴 크루즈 스미스의 아르카디 렌코 시리즈쪽이 더 마음에 드네요. 여러가지 복잡한 감정으로 가득찬 이누이트 혼혈아 스밀라보다는 우직하게 한길만 파는 우울한 소련인 아르카디 렌코가 제 취향이기도 하지만 뭐랄까, 더 깔끔하고 정리된 듯한 인상을 심어주었거든요. 평도 좋고 좋아하시는 분들도 많지만 저한테는 단순하면서도 간단 명료한 작품이 더 맞는게 아닐까 싶더군요. 역시 저는 400페이지 넘어가는 작품은 중간에 집중력을 상실한다는 것을 다시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와중에 며칠에 걸쳐 600페이지를 넘는 작품을 완독했다는 것에 위안을 삼아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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