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반전이 있는 "기묘한 맛"류 소설의 대표자인 로얄드 달의 새로운 단편집입니다. 예전에 "당신을 닮은 사람" 은 이미 구입해서 읽었었는데 서늘한 매력이나 반전보다는 순문학적인 느낌이 많아 조금 실망스러웠던 반면 이 단편집은 로얄드 달의 매력을 잘 드러내는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어 훨씬 만족스러웠습니다. 목차는 목사의 기쁨 손님 맛 항해 거리 빅스비 부인과 대령의 외투 남쪽 남자 정복왕 에드워드 하늘로 가는 길 피부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어린 양 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파란색으로 표시한 것은 다른 작품집에서 접했던 것들이며 나머지가 저는 처음 접하는 작품들 이었는데 뭐 하나 뺄 것 없이 모두 유머스러우면서도 서늘한 반전의 묘미가 잘 살아있는 매력적인 작품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자면 (기존에 읽은 작품은 생략합니다) "목사의 기쁨"은 목사로 변장하여 골동품을 구하러 다니는 골동품 상인의 이야기인데 반전이 너무 생각대로라 조금 아쉽더군요. 골동품 (가구에 한정되어 있지만) 에 관련된 여러 지식이나 유머러스한 문체는 좋지만 예상가능한 전개 때문에 이 책에서는 제일 처지는 범작 수준입니다. 그러나 두번째 작품부터 진가가 나옵니다! "손님"은 숙부의 일기를 토대로 한 이야기로 시점도 독특하지만 바람둥이에 거미와 지팡이를 수집하고 오페라와 중국 청자에 대해 전문가적인 식견을 지니고 있는, 그리고 결벽증 증세를 보이는 숙부라는 인물의 설정이 너무나 탁월하고 반전 역시 서늘한 맛이 제대로 느껴지는 멋진 작품으로 이 책의 베스트로 꼽을만 합니다. 조금만 생각해봐도 더욱 다양하고 기발한 스토리나 반전이 계속 떠오를 정도로 설정이 좋거든요. "빅스비 부인과 대령의 외투"는 일종의 복수극이랄까... 부정을 저지른 아내에 대한 통쾌한 복수극인데 유머러스함이 돋보였고 "정복왕 에드워드"는 프란츠 리스트의 환생으로 여겨지는 기묘한 고양이에 관한 이야기로 로얄드 달 특유의 환타지스러운 설정이 빛나더군요. 뭐 두 작품 모두 좀 쉽게 쓴 느낌이 들 정도로 그냥저냥한 수준이긴 하지만요. "하늘로 가는 길"도 역시 복수극으로 시간에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는 여자가 자신을 골탕먹이는 남편에 대해 정말 제대로 복수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지금 읽으면 조금 낡아 보일 수도 있지만 반전이 굉장히 기발하면서도 제목과 딱 맞아 떨어져서 역시 로얄드 달이라는 느낌을 주는 작품이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번역도 정영목 선생님의 번역이라 마음에 들지만 개인적으로 친숙한 제목보다 직역으로 표시한 제목 몇개 (남쪽 남자 라던가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어린 양) 은 기존의 제목이 더욱 마음에 들긴 하더군요. "맛있는 흉기"쪽이 보다 멋진 제목 아니었을까요? 어쨌건 로얄드 달이라는 작가에 대해 잘 모른다면 꼭 한번 읽어볼 만한 작품집입니다. 동서 추리문고판본인 "당신을 닮은 사람"쪽은 아무래도 취향을 좀 탈 듯 하니 우선은 쉽고 재미가 쏠쏠한 이 책으로 시작하시는 것이 좋으리라 여겨지거든요. 개인적으로는 "강추"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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