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아.. 그동안 생각지도 못한 여러 일이 겹쳐서 좀 격조했습니다. 요새 책 몇권 구입했으니 부지런히 리뷰를 올려야 겠네요. 5월 리뷰의 첫 빠따(?)는 윌리엄 아이리쉬라고도 알려진 코넬 울리치의 단편선인 "밤 그리고 두려움" 입니다. 1,2 권으로 시공사에서 발간된 책으로 책의 크기나 장정이 참 마음에 들어서 일단 외모만으로도 합격점을 줄 만 한데 내용 역시 알찹니다. 국내 미발표 단편집이기 때문에 초역이라는 것도 높이 살 만 하지만 전체적으로 코넬 울리치 (윌리엄 아이리쉬) 특유의 분위기를 짙게 풍기면서도 재미도 있는 우수한 단편들로 가득차 있습니다. 코넬 울리치 탄생 100주념 기념 단편집이라는 부제에 걸맞는 멋진 작품들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1권에 8편, 2권에 6편의 단편이 실려있는데 개인적으로는 1권이 훨씬 좋았습니다. 긴박하고 스릴이 넘치며 하드보일드 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제임스 엘로이의 대 선배같은 코넬 울리치의 진가가 잘 보이는 작품들이랄까요? 제임스 엘로이와는 다르게 경찰의 폭력이 독자의 공감을 얻게끔 하는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저는 이러한 권선징악적 요소가 외려 마음에 들더군요. 개인적으로 특히 재미있게 읽은 작품을 꼽아보자면 1권에서는 앞서 말한 권선징악적 요소가 잘 드러난 "용기의 대가"와 하드보일드 모험소설에 가까운 색다른 느낌의 "요시와라에서의 죽음", 심리묘사가 발군이며 작은 사건에서 서스펜스가 넘쳐서 거장의 풍모를 느낄 수 있었던 "앤디코트의 딸", 마지막으로 부정을 저지른 형사에 대한 이야기인 "윌리엄 브라운 형사" 였고 2권에서는 경찰의 아들이 대사건에 뛰어드는 "유리 눈알을 추적하다"와 굉장히 이색적인 트릭이 겹치는 "죽음을 부르는 무대"가 마음에 들더군요. 특히 "유리 눈알을 추적하다"는 모험소설적이고 동화적인 요소에서 코넬 울리치의 색다른 모습을 느낄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베스트로 평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편저자인 프랜시스 네빈스가 밝히듯 본인의 다른 작품의 플롯과 분위기를 그대로 차용하여 재 생산한 작품들은 모르고 읽는다면 괜찮겠지만 확실히 알고 읽으면 뭔가 속았다..라는 느낌도 들기는 합니다. "댄스 한번에 10센트 (춤추는 탐정)"을 그대로 베낀 듯한 느낌이 드는 작품이 특히 눈에 띄는데 뭐 이것도 재능이라면 재능일테고... 2권 뒤의 편저자 프랜시스 네빈스의 서문이 상당한 분량으로 실려있는데 코넬 울리치의 삶과 작품세계를 잘 요약하고 있더군요. 읽어보니 읽어보지 못한 다양한 장편들, 특히나 Black 시리즈 작품군이 무척 땡깁니다. 코넬 울리치 명의이건 윌리엄 아이리쉬 명의이건 제가 읽은 장편이라고는 어린이용 "공포의 검은커튼"과 "환상의 여인"밖에 없으니 조만간 제대로 번역되어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 생기네요. 번역자 후기에 따르면 번역자도 번역하고픈 마음이 든다니 적극! 추진 좀 해 보았으면 합니다. 어쨌건 추리시장에 한줄기 단비같은 멋진 단편집이었다 생각합니다. 저같은 단편 추리 매니아에게는 더할나위 없는 선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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