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도가와 란보상 수상작가 걸작선 - 이경재 / 정태원
에도가와 란보상 수상작가걸작선
이경재 옮김/명지사

에도가와 란보상을 수상한 작가들의 단편을 모아놓은 앤솔로지입니다. 총 11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니시무라 교타로와 니키 에쓰코의 작품은 2편씩 실려 있어서 소개된 작가는 9명입니다.

하지만 작품의 선정기준이 굉장히 모호하네요. 단지 에도가와 란보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작가들의 단편 (수상작이 아닌!)만 아무 생각없이 실려있다고 생각될 정도로 작품 수준의 편차도 심하고 작품들의 성격도 천차만별입니다. 이렇게 소개될 바에야 실제로 에도가와 란보상을 수상한 작품을 시리즈로 하나씩 출간하는게 낫지 않을까 싶네요. 또한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품이 아닌 작품도 여러편 실려 있어서 신선함도 많이 떨어지는 편이고요. 그나마 그 작품이 모두의 공감을 얻을 정도로 뛰어난 작품이라면 이야기는 다르지만 진슌신의 "얼룩 화필" 같은 작품은 이렇게 많은 앤솔로지에서 소개될 정도로 뛰어난 작품은 아닌데 솔직히 의외입니다. 니시무라 교타로의 "친절한 협박자"역시 마찬가지고요. 개인적으로는 정통 트릭 미스테리를 선호하는 바라 더더욱 그런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다지 기대에 값하는 작품은 없다고 생각되네요.

무엇보다도 작품의 존재 의미를 알 수 없는 졸작들, 도가와 마사코의 "잠자는 추녀"라는 맥락 없는 어설픈 작품과 추리 퀴즈용 꽁트 수준으로 보이는 "홍콩 힐튼 살인사건" 이 두편은 정말 이런 앤솔로지에 속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니었다고 판단됩니다. 도가와 마사코는 자기 자신이 좀 환상적이고 기묘한 설정에 재능이 있다고 생각되는지 예전에 읽었던 "노란 흡혈귀"와 비스무레한 설정으로 작품을 써 내려간 것 같은데 당최 이해가 되지 않는 발상과 전개더군요. 단지 제 취향과 맞지 않다고 보기 이전에 전개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았거든요. "홍콩 힐튼 살인사건"은 뭐 작품 자체가 말이 안되는 수준이니.... 이 앤솔로지에서 위에 말한 단점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하더라도 이런 수준 이하의 작품들을 어거지로 끼워넣는 것은 독자에 대한 모독이 아닐까요? 보다 엄선된 작품으로 구성된 새로운 앤솔로지를 만나기를 희망합니다.

그래도 니키 에쓰코의 "빨간 고양이" 는 정통 추리 단편의 전통과 설정을 잘 계승한 좋은 작품이라 생각되고 구사카 게이스케의 "꾀꼬리를 부르는 소년"도 섬세한 묘사와 더불어 이야기의 전개가 깔끔한 재미난 작품이었습니다. 특히 "빨간 고양이"는 미스 마플의 일본판 재림을 보는 것 같아 인상적이었는데 이 두 편이라도 최소한의 값어치는 해 주니 다행이었지 안 그러면 정말 화날뻔 했습니다.

이 책은 한마디로 매니아와 일반 독자를 모두 노린 괜찮은 기획이긴 했지만 작품 수준이 어설퍼서 결국 실패작일 뿐이네요. 앞서 말한대로 란보상 수상작품이나 제대로 출간되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니키 에쓰코씨의 데뷰작이자 란보상 수상작인 "고양이는 알고 있다"가 곧 출간된다고 하는데 이 작품은 꼭 사 봐야죠.

PS : 이렇게 엄한 작품들이 하나둘씩 실려있는 앤솔로지보다는 추리 매니아들이 엄선한 단편만 실어놓은 앤솔로지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이 갑자기 드는군요. 아니면 매니아들이 한편씩 번역해서 싣는다던가.... 제가 번역한 "긴 추락"은 어떨까요?^^

한밤중의 살의 - 오타니 료타로
불륜관계에 있던 남자의 아내를 죽였다는 혐의로 고민하던 주인공 가와베 유미코는 남자가 자신과의 정사 후 되돌아가 아내를 죽인 것이 아닐까 하는 단서를 포착하는데...

꾀꼬리를 부르는 소년 - 구사카 게이스케
지방신문 기자 오케다니는 한 남자의 살해혐의로 체포된다. 피해자는 자신이 예전에 쓴 기사로 인해 집안이 몰락한 병원 가문의 외동아들. 오케다니는 자신과 밀회하던 다구치 히사에의 아들 마사오에게 농담삼아 한 말로 꼬투리를 잡히지만...

수험 지옥 - 니시무라 교타로
기무라 마사히코는 T대의 입시 시험날 늦잠을 자게된다. 그는 시험 시작 시간에 도저히 맞추어 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학교에 한통의 전화를 걸게 된다...

친절한 협박자 - 니시무라 교타로
이발사 신키치는 뺑소니 사건의 기억으로 괴로워 하던 중 그 사실을 목격한 한 남자에게 협박받게 된다...

수직의 함정 - 모리무라 세이이치
다카무라는 아들 신이치가 산악부에 들어가는 것을 반대한다. 그 이유는 20여년 전 자신과 친구 에나쓰가 저지른 살인 때문이었던 것. 하지만 아들의 고집을 꺾지는 못하고 결국 아들이 20여년전의 친구 에나쓰의 아들과 위험한 등반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얼룩 화필 - 진슌신
조직 폭력배의 살인현장을 목격한 화가가 그들에게 자살을 가장하여 살해당하지만 그는 한통의 유서와 마지막 유작을 남기는데 성공한다...

빨간 고양이 - 니키 에쓰코
누마데 다카코는 어렵게 살아오던 중 한 노부인의 말벗으로 취직하는데 성공한다. 노부인 이쿠씨는 70대 중반으로 몸도 불편하지만 사실은 뛰어난 추리력을 가진 인물로 다카코의 어린 시절의 살인 사건의 진범을 알아내게 되는데...

엄마는 범인이 아니다 - 니키 에쓰코
어느날 엄마가 같이 사는 불량배를 살해했다는 혐의를 뒤집어쓰고 경찰에 잡혀가게 되지만 "나"는 엄마가 진범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잠자는 추녀 - 도가와 마사코
도망친 아내가 한 병원에서 의식 불명의 상태로 입원해 있다는 소식을 접한 구보다니 고지는 병원을 방문하여 기묘한 환경과 조우하게 되는데...

에노시마 비가 - 사이토 사카에
이시가미는 같은 아파트 단지의 직업 매춘부와의 관계를 끝내기 위해 그녀를 살해할 결심을 한다...

홍콩 힐튼 살인사건 - 도모노 로
추리소설 작가 이치무라 후미히데는 홍콩 여행 중 자신에게 실언을 한 호텔 직원에게 취중 폭언을 하게 되고 그 직원이 살해당하는 소설의 초고를 작성하지만 그 직원이 실제로 살해당하자 유력한 용의자로 몰려 체포당하게 된다...
by hansang | 2006/05/14 17:58 | 추리 / 호러 관련 독서 | 트랙백 | 핑백(1)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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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ed at hansang's world .. at 2007/09/17 13:07

... 작은 "나폴레옹광" 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 작품 역시 만만치 않은 전율을 가져다 주는 좋은 작품이죠.13. 빨간 고양이 - 니키 에쓰코역시 이전에 읽었었던 "에도가와 란보상 수상작가 걸작선"에 포함되었던 작품입니다. "빨간 고양이"라는 인형에 함축된 중의적 의미를 풀어내는 트릭과 범인을 집어내는 과정이 합리적이고 타당한 정통 안락의자형 추리물로 추리 ... more

Commented by Shoo at 2006/05/14 20:06
당연히 매니아들이 꼽는 작품들을 모아놓는 쪽이 압도적 우위를 차지할겁니다.
Commented by rumic71 at 2006/05/14 20:24
니시무라는 워낙 다작하다 보니 편차가 큰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군요. 뭐 그런 경우에 해당되는 다른 작가들도 여럿 있겠지만.
Commented by 석원군 at 2006/05/14 23:49
앗, 재미가 없으셨군요. ^^;; 니키 에츠코만 hansang님이 좋아하실 것 같긴 했습니다만 괜히 죄송스럽네요~전 비교적 괜찮다고 봤는데, <홍콩 힐튼 살인사건>이나, <잠자는 추녀>는 좀 별로긴 하죠. <J미스테리 걸작선>보다는 재미있더군요.
Commented by 카구라 at 2006/05/15 08:46
일단 단편집 모음이라는데서 많이 끌리긴 하네요... 고양이는 알고 있다는 저도 기대하고 있습니다만은...
Commented by marlowe at 2006/05/15 10:14
이런 역대 수상작들 모음집을 볼 때 느끼는 건 데, 당시 심사위원들도 골치아플 겁니다.
어떤 해에는 좋은 작품이 몰려들어 다른 때라면 무난히 수상할 작품을 탈락시켜야할 때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으니까요.
차라리 좋은 작품은 공동수상을 하고, 수준이 떨어지면 수상작을 아예 뽑지않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hansang at 2006/05/16 00:13
Shoo : 좀 나와 주었으면 하는데..
rumic71 : 다작이라는 말만으로 용서될 수는 없지요^^
석원군 : 아닙니다. 최소한 몇몇 작품은 눈에 뜨이는 수준이었으니까요.
카구라 : 단편집이라는 메리트는 분명 있죠.
marlowe : 음.. 상이라는 것은 역시 주는 것도 신중해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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