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검 - 용대운 Book Review - 기타 쟝르문학

천하제일살수인 조무상은 병약하며 불치병을 앓고 있는 동생을 완치시키기 위해 위험성이 높은 고액의 청부살인을 업으로 삼아 왔다. 그는 동료들의 도움으로 무림 제일인인 만승무적극 소대진의 암살을 청부받아 성공하게 되는데 그 일로 구중천과 소대진의 일가에게 그와 동료들은 거의 모두 생명을 잃고 조무상만 겨우 목숨을 건지게 된다. 특히 병약한 동생 조유향까지 잔인하게 살해된 것에 분개한 조무상은 유일한 친구 임표의 처가가 있는 해남도라는 오지에서 몸을 치료하고 절세의 무공을 얻어 복수를 시작하게 된다...

드디어 읽게 된 "유성검" 입니다. 일찌기 "크리시" 시리즈에서 모티브를 따 와서 쓰여진 무협지가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었고 그때부터 쭉 읽고 싶었는데 최근 저만의 무협지 읽기 바람에 편승해 독파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크리시 시리즈 (1편) 하고 비교한다면 어린 소녀가 잔인하게 살해된 것에 대한 전문 살수(?)의 복수극이라는 기본 모티브는 똑같고 내용면에서는 주인공이 몸을 치료하기 위해 외딴 오지에 숨어서 그곳 사람들과 정을 나누며 건강을 회복하는 과정의 묘사가 거의 동일하더군요. 원작이 기본적으로 "재미"는 주는 만큼 여기까지의 과정은 무협지로 번안되었다 하더라도 상당히 흥미진진했습니다. 크리시 시리즈 처럼 "작전 (여기서는 암살)"에 대한 치밀함이 굉장히 돋보였고요.

하지만 주인공이 강호에 다시 출두한 다음부터의 이야기가 좀 애매합니다. 실제 복수의 대상이 되는 인물들에 대한 처절한 복수극까지는 괜찮은데 이후에 별 상관없는 구중천이라는 곳으로 잠입하여 활동하는 이야기는 실제 복수와는 거의 무관할 뿐더러 마지막에 갑자기 원군이 몰려오는 등 현실성 없는 설정이 난무해서 많이 실망스러웠습니다. 크리시가 마피아를 제거하기 위해 마피아에 잠입하여 중간보스 자리에까지 올라간다는 이야기가 말이나 됩니까?  무엇보다도 크리시는 복수에 대한 명분이 있고 소녀의 죽음에 대한 복선이 있지만 이 작품에서의 조무상은 누군가에게 일가족이 난도질당해도 뭐라 할 말 없는 전문 살수라는 엄청난 차이가 있기에 이후의 복수극도 설득력이 많이 떨어지는 편이고요. 차라리 치밀한 암살극을 더 디테일하게 꾸며 밀고 나가는 것이 재미나 작품성 측면에서 훨씬 낫지 않았을까 싶네요.

게다가 용대운 특유의 수많은 고수의 등장과 무의미한 비무에 대한 묘사가 너무 많아서 읽기가 짜증이 날 정도였습니다. 후반부에 억지로 등장하는 일종의 비무대회는 정말 좌절 수준이었었어요... 마지막의 어설픈 해피엔딩 역시 도대체 이해 불가였고요.

한마디로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큰 편입니다. 그냥 원전 그대로 스토리를 이어가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점은 전에 읽은 "탈명검"과도 같습니다. 제가 간략하게 구상했던 이야기가 더 충실하게 원작을 구현할 수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기까지 합니다. 솔직히 이 작품에서 건질만한 부분은 소대진의 암살을 계획해서 실행하는 과정까지일 뿐 뒷부분, 꼭 집어 이야기한다면 구중천 잠입 이후의 이야기는 완전히 사족이었습니다...


핑백

  • 극한추리 hansang's world-추리소설 1000권읽기 : 장르문학과 표절에 대한 단상 2011-04-09 22:03:24 #

    ... 나 작가 스스로 창작물이라면서 플롯이나 캐릭터, 중요한 설정을 사용하는 경우는 아무리 생각해도 잘 봐주긴 어렵습니다. 크리시 1부에서 초반 설정을 따온 무협소설 <유성검> 이라던가 몽테크리스토 백작에서 기본 설정을 따온 <탈명검> , 아니면 <불새의 미로> 라는 작품을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네요. 그 ... more

덧글

  • 功名誰復論 2006/06/09 14:09 #

    유성검은 크리시도 크리시지만 피닉스에서 노골적으로 베낀 부분이 눈에 거슬리죠. 피닉스에서 경쟁 상대인 여자 암살자 처리하는 부분의 내용을 유성검 초반에 거의 그대로 써먹었습니다.
  • hansang 2006/06/10 14:35 #

    功名誰復論 : 어쩐지... 그 부분이 굉장히 설정이 멋지고 치밀하다 싶었습니다.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2017 대표이글루_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