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2006) - 봉준호

국내 인구의 1/5이 볼거라는 (아마도) 영화입니다.

저는 그동안 한국 관객 기록을 세운 영화는 거진 다 극장에서 봤습니다. 십수년 전의 "투캅스"에서 시작해서 "친구",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나 "왕의 남자" 등등등. 하지만 이 수많은 영화중에서 들인 돈과 번 돈에 걸맞는 스토리와 비쥬얼로 무장된 영화는 흔치 않았습니다. 대부분 지나치게 애국심이나 한국적인 상황을 강조하거나 (태극기..나 JSA, 친구 등) 한국에 특화된 소재 (왕의 남자)만을 가지고 승부한 경우였었다고 생각되거든요. (물론 이 전략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국내에 특화된 괴수영화이긴 하지만 객관적으로 보아도 세계적으로 충분히 먹힐만 하다고 보였으며 (칸에서 기립박수 받았다는 이야기는 왠지 오버같긴 하지만요) 흥행에 성공할 만한 재미와 미덕은 충분히 갖추고 있는 영화라 생각되었습니다.

모 감독이 "한국영화의 수준과 관객의 수준이 잘 만났다" 라고 했다는데 영화를 보고 이해가 되더군요. 헐리우드의 비싼 영화들에 익숙해진 눈 높이를 제대로 뒷받침 해주는 괴수의 특수효과 장면들은 마지막 불타는 장면을 제외하고는 그 수준이 굉장히 높았으며 무게감과 스피드, 박력 모두를 충분히 즐길 수 있었습니다. 또한 각본도 큰 무리가 없고 한국적인 실상을 나름 반영한 블랙코미디적인 설정도 좋았고요. 하여간 보면서 충분히 즐길 수 있었던, 최소한 돈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 영화라 만족스러웠습니다. 한마디로, 제 주위 사람들에게도 자신있게 추천하고 싶은 근간 보기드문 "재미있는" 영화였었습니다.

줄거리나 내용 등에 대한 글들은 워낙 많으니 대충대충 생략하고 짧은 제 단상만 두서없이 몇자 적는다면,

1. 송강호는 원래 지능이 떨어지는 캐릭터인가? :
보면서 들은 제일 큰 의문이었는데... 아무리봐도 정상인은 아닌 캐릭터라 계속 의심이 갑니다. 영화에서 나오는 설명이라고는 어렸을때 유기농 식단으로 생활해서 단백질이 부족하기 때문에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는 얘기 정도인데, 솔직히 설명도 와 닿지 않더군요. 어쨌건 송강호의 캐릭터는 영화에서 겉도는 부분이 너무 많았습니다.

2. 현서는 살려줬더라면 좋았을 것을 :
혹자는 현서를 죽인 것이 이 영화가 한국적 괴수 영화가 될 수 있는 가장 큰 차별점이라고도 하던데 그 생각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영화를 보면서 갖은 고생과 가족들의 처절한 노력땜시 감정이입을 심하게 해서 살았으면 했는데.. 안됐더라고요. 또 이왕 죽일거면 꼬마애도 같이 죽었어야 하는거 아냐?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 이거 대체 몇살부터 볼 수 있는거지? :
12세 이상 관람가인데 극장측에서 무슨 짓을 하는건지 척 보기에도 어려보이는 애들이 많더군요. 애들이 보기에는 썩 좋은 소재는 아닌것 같기도 한데, 부모님들이 무슨 생각하는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영화보고 잘 터지는 새 핸드폰 사달라고 조르기만 할 것 같은데.....
by hansang | 2006/08/13 12:51 | 영화를 보고 | 트랙백 | 덧글(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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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rumic71 at 2006/08/13 22:31
한국인 아니면 와 닿기 힘든 부분이 꽤 있었다고 생각합니다만...
Commented by 앗슈 at 2006/08/13 22:36
저도 현서는 꼭 살았으면 했어요.. 꼬맹이가 살았을땐 괜히 울컥하더라구요ㅡㅜ
Commented by 산왕 at 2006/08/13 22:43
김모 감독의 발언(언급하신)은 그다지 좋은 늬앙스라고는 느껴지지 않았습니다만^^; 진의를 밝히지 않았으니 말씀하신 대로 해석해도 무리는 없네요^^;;
Commented by Kainian at 2006/08/14 01:49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현서를 죽이기도 살리기도 좀 애매했던것 같은 기분이라.
살리는건 살리는것 나름대로 억지 같지만 죽이는것도 또 억지같은 -_-
Commented by 작은울림 at 2006/08/14 05:57
저도 처음에는 현서를 살렸으면 좋았을거라 생각했는데 , 한번 더 보면서 생각해보니 만약 살렸더라면
헐리우드식 가족 만세...삐일이 풀풀 풍겼을거라는 결론도 나올법하더군요....;;;
Commented by marlowe at 2006/08/14 09:44
현서를 죽이고 다른 아이를 송강호가 키우는 걸로 마무리를 지은 게, '이 괴물같은 세상을 바꾸려면, 평범한 시민들이 가족이기주의에서 벗어나서 사회에 참여할 필욕 있다'는 감독의 주장으로 보이더군요. 변희봉 외의 나머지 캐릭터들, 특히 송강호는 감정이입이 안 되더군요. 이것도 감독의 의도였는 지는 모르겠지만요.
Commented by hansang at 2006/08/14 11:32
rumic71 : 뭐 그래도 괴물 자체는 글로벌한 소재니까요^^
앗슈 : 그렇죠? 저도 감정이입이 좀 많이 돼서리....
산왕 : 뉘앙스는 해석하기 나름이겠지만 전 좋은쪽으로 생각하려고요
kainian : 음.. 여러가지 해석이 공존하는 이슈인것 같습니다.
작은울림 : 그런데 대신 꼬마애가 살아남는게 좀 반칙같았어요.
marlowe : 송강호 캐릭터는 정말이지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Commented by pachi at 2006/08/15 11:43
음 그 꼬마가 살아남을 거라는 복선이 너무 많았지요.
괴물조차 비틀거린 독가스를 2번이나 맞고도 살아 있다니..사실은 괴물 2가 나오면 그 아이가 주인공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_-;;
Commented by 열린세계 at 2006/08/15 19:34
pashi> 독가스 (옐로우 에이전트였던가요?)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해가 없다고 언론에서 보도했었지요 :-) 다만 그러한 주장은 거짓이라면서 사람들이 열심히 시위를 했었고요. ^^ 뭐 해가 있다해도 독가스 2번 맞아도 바로 죽진 않는게 맞겠지요. :-)
저는 개인적으로 맨 마지막 장면에서 송강호가 아이랑 밥 먹는 장면 후에, 컨테이너 매점이 비춰질 때 수십마리의 괴물이 그 집을 둘러 싸고 있는 장면을 기대했었답니다. ^^

이 영화는 2가 나오긴 아주 쉽겠지만 그러려면, 에일리언 시리즈처럼 영화 장르가 완전히 바뀌고, 감독도 바뀌어야 할 듯 합니다.
Commented by mrkwang at 2006/08/16 14:59
모 감독의 "한국영화의 수준과 관객의 수준이 잘 만났다" 소리는 비꼬는 얘기죠.

괴물은 저리 많이 보는데, 자기 영화는 안본다는.
Commented by hansang at 2006/08/16 15:40
pachi : 2가 나올까요? 하긴 "불가사리"도 완벽한 끝맺음이었는데 계속 후속작이 시리즈로 나온 것을 보면 가능성 있겠네요.
열린세계 : 그 결말 좋네요!
mrkwang : 흥행할만한 영화가 흥행하는 것은 당연하다 생각됩니다. 뭐 저는 좋은 소리로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Commented by 나의르미 at 2006/08/24 20:17
안녕하세요. :)
밸리에서 어찌어찌 오게 되어서^^ 글 보다 갑니다.
송강호의 캐릭터에 대해서 저는 별 생각 없었는데, 한번 생각해보게 되네요.
Commented by hansang at 2006/08/24 20:51
나의르미 : 앞으로도 자주 들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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