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날 밤, 샌프란시스코 공항을 출발한 국내선 747 점보 여객기가 360여명의 손님과 함께 사라진 직후, 범인으로부터 2천 5백만달러의 다이아몬드를 요구하는 편지가 날아온다. 옛 전우였던 항공 조사원 필 링롭에게서 이야기를 우연히 전해들은 가난뱅이 변호사 윌리엄 베레커는 자신이 전날 골프를 친 골프장의 비행기 이륙 흔적을 기억해 내고 전 부인인 비서 애니와 함께 사건에 걸려있을 보험금을 기대하며 사건 조사에 뛰어든다. 전설의 자유 추리문고 46, 토니 켄릭의 스카이잭 입니다. 원제와는 다르게 직접적인 제목을 가져다 붙였네요. 이왕이면 사전 용어인 하이잭이 어땠을까 싶기도 하지만... 어쨌건 잘 모르는 작가의 잘 모르는 작품이었지만 눈에 띄는 대로 사고 있는 자유 추리문고, 거기에 워낙 싼 가격 (1000원이었습니다) 이기도 해서 구입해서 읽어보았는데 생각 이상으로 재미있는 작품이어서 무척 만족스럽습니다. 소설은 위에 요약한 줄거리대로 747 점보 여객기의 실종을 둘러싸고 우연히 사건에 가담하게 된 변호사 윌리엄 베레커와 전 아내이자 비서인 애니의 활약과 실제 범행을 저지른 인물들을 그리고 있는데 단순한 이야기의 나열이 아니라 이 2개의 축을 교묘하게 교차하여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축인 베레커와 애니의 이야기는 추리적 / 스릴러적인 요소 보다는 둘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무척 재미나게 그리고 있어서 인상적이네요. 스쿠루볼 코미디의 장르를 그대로 이어받은 듯한 감칠맛 나는 대사들이 수도없이 쏟아지는데 읽으면서 저절로 웃음을 머금게 만듭니다. 단지 티격태격하는 것만 아니고 사건에 실제로 뛰어들면서 닥치는 여러가지 황당한 상황들 - 사이비 종교집단과의 조우라던가 스튜어디스로 위장했는데 진짜 스튜어디스로 착각되어 비행기에 타게 된다던가 - 역시 굉장히 기발하고 재미납니다. (이러한 코믹스러운 상황 중에서 개인적인 베스트는 애니가 납치된 뒤 그 사실을 모르는 베레커와 범인들의 통화 장면이었습니다) 추리적으로도 과연 승객을 가득 채운 747 여객기를 어떻게 완벽하게 납치, 은폐할 수 있나라는 주제를 꽤 설득력있게 풀어내고 있어서 수긍할 만 했습니다. 군데군데 약점도 많이 보이긴 하지만 정말 그럴싸한 방법이라 생각되거든요. 소설에도 나오지만 범인들이 거액을 요구하지 말고 단지 짐을 빼돌리는 정도로 만족했으면 그야말로 완전범죄가 성립되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 정도였거든요. 그 외에도 여러 코믹하거나 별거 아닌 듯 했던 복선들이 하나의 인과관계를 이루는 구성도 좋았고요. 하지만 모든것이 완벽하지만은 않아서, 사건의 공범 중 한명을 비교적 초반에 눈치채지만 이후에 해당 인물에 관련된 별다른 상세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설정은 설득력이 좀 떨어졌고 뒷부분으로 갈수록 지나치게 헐리우드 영화처럼 통속적으로 흐르는 것은 좀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베레커의 활약은 몸빵이었을 뿐이며 결과적으로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는 것은 범인의 고백이었다는 것 역시 완벽한 추리소설로 보기에는 좀 어렵게 만들더군요. 개인적으로는 폭탄마의 등장은 없어도 되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그리고 대체 벽돌이 들어있는 가방은 무슨 의미였을까요? 그래도 제가 읽은 작품들 중에서도 손에 꼽을만한 스케일의 범죄가 등장하고 그 트릭과 수법 자체가 괜찮은 편이라 생각됩니다. 무엇보다 이 책의 가치는 베로커 - 애니 커플의 톡톡 튀는 대사와 여러가지 재미난 상황 설정이니만큼 부담없이 가볍게 즐기기에 딱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이 작품이 두번째 장편이라는데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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