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루스의 문제로 먼저 썼던 글이 다 날아가서 다시 적습니다.... 사실 대단한 리뷰는 아니지만 꽤 길게 썼는데 약간 화가 나긴 하네요. 처음 쓸때의 기분이 전혀 들지 않으니 대충 짧게 요약하겠습니다. 자프리조의 작품은 그동안 두어개 읽어보았었는데 사실 다 제 취향은 아니었죠. 일단 너무나 "프랑스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특유의 몽환적이고 정신사나운 문체 때문에 추리라는 쟝르와는 약간 갭이 느껴졌거든요. 그래도 이 작품 "신데렐라의 함정"은 탐정이면서 증인, 피해자이면서 가해자라는 희대의 1인 4역 트릭을 구현한, 추리 소설 역사에 하나의 이정표를 세운 작품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기에 관심은 계속 갖고 있다가 여러가지 책을 사면서 같이 구입,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같이 실려있는 "살인급행 침대열차" 역시 꽤 관심가는 작품이기도 했고요. 그러나 읽어보니 생각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일단 "신데렐라의 함정"은 앞서 이야기한 1인 4역의 트릭 그 자체는 꽤 그럴듯하게 구현해 놓고 있긴 합니다. 그러나 구현해 놓은 방법이 약간 반칙이라 기억상실이라는 너무나 흔한 장치로 주인공이 과연 누구인가? 라는 명제를 던져놓는 것이 전부이기 때문에 정통 추리물로 보기에는 문제가 좀 있네요. 어떤 단서나 실마리를 찾아간다기 보다는 주인공의 혼란스러운 심리묘사를 따라가다보면 작품이 끝나버리는 심리 스릴러에 가까운 작품이었습니다. 그리고 같이 실려 있는 "살인급행 침대열차"는 작가의 데뷰작이라고 하는데 정통 추리물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침대칸에서 발견된 시체와 같은 침대칸에 타고 있던 승객이 하나씩 살해된다는 연쇄살인극을 꽤 그럴듯하게 보여주고 있거든요. 그러나 동기가 너무 뜬금없이 밝혀지고 작품 전반에 걸쳐 탐정역을 수행하고 있는 듯 했던 그라지아노 형사가 어느새 한켠으로 밀려나고 당시 침대칸에 무임승차했던 애송이가 탐정으로 등장, 사건을 전부 해결해 버리는 내용 구성은 이색적이긴 했지만 수긍하긴 힘들었습니다. 정통 추리물로 보기에는 독자와의 공정한 승부가 아쉬웠던 작품이라 할 수 있겠네요. 그러나 위에서 말한 이 작품 (들)의 문제는 사실 사소한 것이고 진짜 문제점은 제가 구입한 동서 미스터리 북스의 번역이 너무나 엉망이라 뭐라 논하기 힘든 수준이라는 것이죠. 특히 주인공의 왔다리 갔다리 하는, 몽환적인 심리묘사가 작품 전반에 걸쳐 현란하게 펼쳐지는 "신데렐라의 함정"과 같은 경우에는 제 머리로는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무슨 이야기인지 당쵀 감을 잡기 힘든 수준의 번역을 보여줍니다. 그나마 "사건"과 "인물" 묘사에 많이 치중하는 "살인급행 침대열차"의 경우는 이해는 가능한 수준이기에 약간이나마 낫긴 하지만 뭐 50보 100보죠. 동서 미스터리 북스의 기획과 작품 선정은 마음에 들고 괜찮은 작품은 계속 구입할 의사가 있긴 하지만 번역이 이정도 수준이라면 도저히 참고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닌것 같습니다. 좀 더 제대로 즐길 수 있었던 작품이라 생각되기에 씁쓸하기 그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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