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궁과(迷宮課) 사건부 - 로이 비커즈 / 이종수 (자유 추리문고 19) : 별점 2.5점 Book Review - 추리 or 호러

자유 추리문고로만 접할 수 있는 희귀본이죠. 국내 굴지의 추리 동호회 사이트인 Howmystery.com 회원분의 도움으로 입수하게 되었습니다.

원제는 "The Department of Dead ends". 미궁과는 경시청의 한 부서로 여러가지 미해결 사건이나 증거, 정보들이 모이게 되어 결국 해결하게 된다는 부서로 이러한 설정은 일본 드라마 "케이조쿠"를 생각나게 합니다. 그러나 이 작품의 특이한 점은 단편이지만 전 작품이 모두 범인과 범행과정을 치밀하게 묘사, 서술하고 그 사건이 미궁에 빠진 뒤에 미궁과에서 남겨진 몇몇 단서를 가지고 추리하여 사건을 해결한다는 도서 추리 소설 형태로 쓰여져 있다는 점입니다. 도서 추리 단편집은 처음 접해 보았네요. 그래서인지 범행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이라 실제 미궁과의 활약, 특히 미궁과의 수장격인 레이슨 경감의 비중은 굉장히 낮다는 것도 이색적이고요.

또다른 특징은 도서 추리물이기 때문에 범행의 치밀함, 특히 완전범죄를 이루려는 범인의 노력이 주가 되어야 이야기 전개가 매끄러울텐데 이 작품집의 거의 모든 범죄는 "우발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 역시 독특한 부분이었습니다. 전부 10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는데 "웃은 부인"과 "보트의 푸른 수염", "장님의 망집" 3편이 그나마 범인의 치밀한 범행 계획을 담고 있으며 다른 작품들은 범행 자체가 우발적으로, 즉흥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자면 전체적으로 작품들의 수준이 딱히 우수하진 않더군요. 기대에는 많이 미치지 못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추리"라는 요소가 많이 결여된 느낌이에요. 도서 추리물이기에 범인과 탐정의 두뇌싸움이 보다 치밀하게 그려질 수도 있을텐데 우발적 범행이 주를 이룬다는 특징 때문인지 우연찮게 얻어진 증거로 범행이 드러나게 된다는 구성이 많습니다. 또한 작품마다 비슷한 내용이 반복된다는 것도 실망스러운 부분이었어요.

결론내리자면 엘러리 퀸 마저도 높이 평가한 미궁과의 제 1작 "고무나팔"은 무척이나 신선하고 새로운, 단편으로서 완성도도 높으면서도 이후 시리즈에 기대를 갖게 하는 수작임에는 분명하나 다른 작품들이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기에 전체 별점은 2.5점입니다. 아직 읽지 못하신 분들도 나중에 "고무나팔" 한편만 읽어보셔도 될 것 같네요.


1. 고무나팔
어머니의 과보호 하에서 성장한 유약한 청년 조지는 에셀이라는 아가씨와 마음에 없는 결혼을 한 뒤 노처녀 콜래미어와의 관계 때문에 그녀를 살해한다. 그런데 그가 자신의 존재를 숨기고 에셀과 교제했기에 경찰은 그를 찾지 못하고 사건은 미궁과로 넘겨진다.
기념비적인 "미궁과" 시리즈 1작. 추후 시리즈화된 것이 당연할 정도로 매력적인 요소가 많은 수작입니다. 우발적이지만 완벽한 완전범죄, 그리고 그 범죄가 파헤쳐지는 극히 사소한 단서라는 요소가 교묘하게 결합되어 있거든요. 미궁과의 특징인 "상상력"이 가장 잘 발휘된 작품이기도 하죠. 마지막 문장까지 인상적인 좋은 작품입니다. 별점은 4점입니다.

2. 웃은 부인
유명한 광대 스펜글레이브는 자신의 아내가 자신을 남자로 인식하지 않고 "광대"로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뒤 그녀에게 살의를 품게된다.
전작과는 달리 범인이 범행에 대한 상세한 계획을 세워 실행한다는 것이 차이점인 작품인데 미궁과가 등장할 필요가 없는 강력한 단서가 존재하기에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경찰이 그 차이점을 먼저 깨달았어야 하지 않을까요? 별점은 2점입니다.

3. 보트의 푸른 수염
조지 매커트니는 알고 지내던 하녀와 보트를 타다가 우연히 일어난 사고 덕에 "완전범죄"의 방식을 깨닫게 된 후 아내에게 보험을 가입하게 하고 그녀를 보트사고로 위장시켜 살해하는 수법으로 재산을 늘려나간다. 경찰은 그의 범행을 확신하지만 증거가 없어 체포하지 못하고 사건은 미궁과로 넘어간다.
이 작품도 범인 이름이 조지네요. 작가가 조지라는 친구한테 사기라도 당했었나? 어쨌건 이번에는 연쇄살인극이네요. 그러나 범행 사실을 입증하기 힘들다는 것이 믿기 힘들 정도로 범행 수법이 너무나 뻔하고 얄팍한데다가 사건의 해결이 지극히 우연에 기반하고 있기에 좋은 평을 주기 힘들군요. 별점은 1.5점입니다.

4. 없어진 두개의 다이아몬드
블렌든 집안의 11대째 백작인 헨리 어시웬 경은 희극 여배우 넬리 해이드와 깊은 관계를 맺는다. 그러나 그녀가 결혼을 요구한 직후 살해되고 보석을 훔쳐간 건달 짐이 살인 혐의로 교수형을 받는다. 그러나 2년여의 세월이 흐른 뒤 도둑맞은 보석이 새롭게 발견되고 미궁과는 사건 해결을 위해 헨리경을 다시 찾게 된다.
원제는 "속물의 살인", 우발적 범행을 다룬 작품으로 사건 해결 역시 우연에 의지하고 있습니다. 범행 관련 당시의 물품을 그대로 소지하고 있던 범인의 사고 방식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사건의 결정적 단서 역시도 납득하기 어려운, 평균 이하의 작품이었습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5. 옥스퍼드 거리의 카우보이
앤드류 애머셤은 자그마한 체구의 소심한 사나이로 자신의 아내가 다른 남자와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을 묵인하고 살다가 어느날 분노가 폭발한다...
제목과 설정에서 뭔가 정교한 트릭이 한번쯤 등장해 봄직한 느낌을 전해주는데 트릭이 너무 간단해서 좀 맥이 빠지네요. 사건 해결의 단초가 되는 시계의 묘사와 설정 만큼은 마음에 들었기에 별점은 2.5점. 문제는 이 설정을 이후 계속 작가가 써먹는다는 것이죠...

6. 빨간 카네이션
변호사 웨이컬링은 한때 자신이 사랑했지만 캐스버트라는 인물과 결혼을 약속한 여성 지니를 10여년 뒤 그녀가 출소하는 교도소 앞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녀가 병으로 사망한 후 그는 그동안 만나지 않았던 캐스버트를 찾아가 살해하는데...
역시 우발적 살인을 다룬 작품으로 멜로드라마의 전형같은 범행 동기와 과정이 그려진 것은 특이했습니다. 카네이션과 포장지를 단서화 시키는 식으로 범행의 중요한 단서가 되는 물건을 찾는 이야기도 설득력 있었고요. 그러나 너무 많은 곳에서 범인이 얼굴을 드러냈기 때문에 구태여 미궁과가 출동할 필요가 있었는지는 좀 의심스러웠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7. 노랑 잠바
여자 기숙 학교의 선생인 루스 워틀링턴은 같은 학교의 교사 허버트와 이성으로서가 아닌 우정을 오래 지속하던 중 그가 리타 스티븐즈라는 새로 부임한 선생과 결혼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진심으로 축하를 전하지만 결혼 선물과 관련하여 리타와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그녀가 자신과 맞지 않는 가치관을 털어놓자 순간적으로 살인을 저지르는데...
역시 순간적 충동에 의한 범죄, 그러나 그 범죄가 완전 범죄에 가깝게 흘러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래도 동기나 범행 과정에 대해 합리적으로 묘사하고 있으며 정말 사소하고 작은 단서에 의해 사건이 해결된다는 점은 마음에 듭니다. 단, 범인이 빠져나가려고 노력했다면 빠져나갈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긴 하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8. 사교계의 야심가
대부호 은행가 스텐틀러는 해디넘경과 어린 시절 기숙 학교에서부터 친분을 유지했던 관계로 서로의 아들 딸이 곧 결혼을 앞둔 사이이기도 하다. 또한 사교계의 정점에 선 인물들만 가입할 수 있는 클럽 가입에 20여년의 세월을 바쳐 결국 딸의 결혼과 클럽 입성이 눈 앞에 보이는, 행복의 정점에 다다랐다고 믿는다. 그러나 해디넘경과의 식사 자리에서 자신의 클럽 가입이 거부되었다라는 것을 알게 되는데...
원제는 "신분 상승자의 사건" 정도 될까요? 이 작품에서 귀족들 이야기가 많이 나오긴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최고위층 인물이라는 것이 독특한 작품입니다. 그러나 사건을 풀어나가는 방식이 너무 뻔해서 조금 실망스러웠어요. "극히 사소한 단서" 라는 전제가 있지만 범인의 아주아주 작은 실수를 통해 드러나는 구조는 이 시리즈 전체에서 너무 많이 반복되는 방식이라 생각되거든요. 별점은 2점입니다.

9. 공처가의 살인
커머튼은 아내 거트루드에게 꽉 잡혀 사는 공처가로 아내와 전혀 다른 타입의 비서 이자벨과 은밀한 관계를 맺는다. 그러나 그 사실이 들통나고 이자벨에게도 많은 돈을 요구받게 되자 그녀를 살해한 뒤 그 사실을 아내에게 털어놓는다.
이 작품은 그간 보아왔던 "미궁과" 시리즈의 전형을 답습하고 있는 작품으로 그다지 좋은 평을 내리기는 어렵네요. 사건을 해결하는 결정적 단서가 너무 뻔할 뿐더러 기존 트릭의 반복일 뿐이었습니다. 평균 이하의 아류작이기에 별점은 1.5점입니다.

10. 장님의 망집
유망한 변호사 로버트는 자신의 변호에 앙심을 품은 여인의 테러로 장님이 되지만 곧바로 성공한 작가로 자리매김한다. 그러나 자신의 아내에게 호감을 가진 웨인이라는 인물때문에 자신의 장애를 깨닫게 된 뒤 그를 살해할 계획을 짜기 시작한다.
역시 비슷한 주제로 비슷하게 써 내려간 전형적 작품. 설정은 두번째 단편 "웃은 부인"의 판박이, 범행 계획 및 실행은 "옥스퍼드 거리의 카우보이", 그리고 해결되는 과정은 "옥스퍼드 거리의 카우보이"와 "사교계의 야심가" 등과 동일합니다. 솔직히 다른 작품으로 보기 힘들 정도에요. 별점은 1.5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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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옥수수밭 2006/11/26 12:37 #

    우발적인 범행을 사후 조작으로 완전범죄로 탈바꿈하는 수법도 나름대로 좋아하기 때문에
    읽어볼만한 수작이로군요.

    요즘 <잘린머리 사이클>과 <시소게임>을 읽고 있습니다. 전작은 니시오 이신의 메피스토 수상작인데,
    독특한 화법에 휘말려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평소보다 120% 되는 것 같네요. ^^;; 다만 라이트노벨 틱한
    캐릭터 구성(그렇기에 10~20대 독자들에게 먹히는 것이겠지만)과 수다를 떨어대는 1인칭 시점 탓에
    가볍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든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일까요.
  • 석원군 2006/11/26 13:24 #

    저는 무난하게 읽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미궁에 빠질 범죄도 아닌 범죄들이지만, 작품 전체에 흐르는 영국의 생활상이랄까...신흥 부르조아지와 기존 귀족계층간의 갈등 같은 것들이...이런 부분이 참 고전틱하다라는 느낌을 받게 하더라구요.
  • hansang 2006/11/26 20:11 #

    옥수수밭 : 몇 작품은 괜찮고 특히 "고무나팔"은 수작이니 꼭 한번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그런데 메피스토 수상작은 영 취향에 맞지 않더군요...^^
    석원군 : 고전틱한 부분은 매력적이지만 작가가 너무 쉽게 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 옥수수밭 2006/11/30 19:37 #

    + hansang
    메피스토상은 사건에 쓰인 트릭이나 캐릭터 간의 갈등 구조(동기?)보다는 이 작품 전체에 걸쳐 얼마나 광기가 표출되었나"만" 따져서 심사하지 않나 싶을만큼 편향된 라인업이더군요. 하긴 <그것이 F가 된다>부터 그랬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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