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특급 - 엘러리 퀸 엮음 / 정성호 : 별점 2점 Book Review - 추리 or 호러

추리특급
앨러리 퀸 엮음, 정성호 옮김/제삼기획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들의 단편 중 추리적 요소가 강한 것들만 모아서 엮은 앤솔러지입니다. 뭐 기획의도는 좋죠. 순문학가들이 미스터리 단편을 발표 했다는 것도 나름 의의가 있는 일이고 그러한 풍토는 사실 부러운 일이기도 하니까요. 작품들도 나름 재미있고 괜찮은 수준들의 작품이 포진되어 있습니다. 작가들도 시대별로 다양하게 포진되어 있어서 무척이나 다채롭고 작품들마다 새로운 요소들이 많아 신선한 느낌도 많이 전해 주고요.

그러나 이 책의 단점은 딱 한가지,. 제목 만큼의 "추리" 요소가 있는 작품은 딱 한편뿐 이라는 것 뿐이겠죠..
추리라는 범주, 미스터리의 범주는 전형적인 고전적 트릭물에서부터 "범죄"에 관련된 묘사가 등장하는 것까지 굉장히 그 폭이 넓고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 작품들이 추리소설이다 아니다를 논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이긴 합니다. 그러나 엘러리 퀸이 선정했다기에 "광의"의 미스터리보다는 "협의"의 미스터리, 즉 정통 추리 매니아들이 좋아할 만한 작품들이 실려있으리라 나름 기대가 컸습니다. 퀸 선생은 한번 해줄때는 확실하잖아요?
하지만 솔직히 다른 작가들이 썼다면 너무 겉멋만 부린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묘사에 집착하고 애매한 상황 설정으로 끝나는 작품들이 대부분일 뿐더러 거진 다 소품 성격이 강한 작품들이라 그다지 성에 차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윌리엄 포크너의 "칵테일의 비밀"은 정통 추리물이라고 할만 하더군요. 이 작품이 이 앤솔러지의 베스트라 할 수 있고, 싱클레어 루이스의 "완전한 변신"도 나름 추리적 성향이 강해서 추천할 만 합니다. 그 외에는 추리적인 요소를 조금이라도 기대하고 본다면 전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작품들입니다. 저도 나름 기대하고 읽었는데 조금은 실망했거든요. 그냥 이런 저런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군을 한번쯤 스쳐지나간 것으로 위안 삼아야겠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완전한 변신 - 싱클레어 루이스
뛰어난 배우이자 유능한 은행원인 제스퍼 홀트는 1년간 은둔자 쌍동이 형 존으로 위장한 이중생활을 계속하며 은행에서 돈을 빼돌리고 자기 자신을 지워버릴 계획을 세운다.
초중반까지는 아주 흥미진진합니다. 어떤 사람이 한몫 단단히 잡은 뒤 자기 자신을 지워버리고 다른 사람으로 위장하여 살아간다는 이야기는 흔하지만 이 작품은 그 과정이 굉장히 디테일하게, 그리고 설득력있게 표현되어 있거든요. 하지만 막판에 심리적으로 주인공이 붕괴한다는 이야기는 굉장히 허무해서 결말이 그다지 명쾌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추리물 성향이 가장 짙은 작품 중 하나이긴 합니다만....

칵테일의 비밀 - 윌리엄 포크너
떠돌이 조엘 플린트는 마을의 은둔자같은 프리첼 영감의 외동딸과 결혼하여 마을에 정착하지만 2년 뒤 자신이 아내를 죽였다고 자수한다. 그러나 그가 곧바로 탈옥하여 종적을 감추고 프리첼 영감은 광기가 더 심해져 마을 사람들을 거부한채 지내다 결국 농장을 팔고 다른 곳으로 이주할 결심을 하게 되는데...
이 앤솔러지 유일의 정통 추리물입니다. 중간중간 묘사가 장황하고 캐릭터를 심리 분석, 묘사하는 것이 지나치긴 하지만 범죄의 과정과 동기, 결말까지 매끄러운 작품입니다. 범인의 한순간의 실수로 사건이 들통나는 것은 정통 추리물로 보기에는 약간 문제가 있지만 이 정도 사소한 문제는 덮어줄 수 있을 정도로 극 전개가 명쾌한 정통파 추리 단편입니다. 배경 설정과 등장인물이 약간 엉클 애브너 스타일이라는 것도 재미를 주는 요소였고요. 포크너라는 작가가 이런 작품을 썼다는 사실이 더욱 놀랍네요.

몸값 - 펄 벅
켄트는 아내 알린, 딸 베티와 아들 브루스와 단란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미고 살아간다. 그러나 딸이 유괴되고 몸값을 요구하는 메모가 발견되면서 그는 악몽과도 같은 며칠을 보내게 된다.
유괴에 대한 이야기로 유괴된 아이의 가족, 특히 아버지에 대한 디테일하고 감수성이 넘치는 묘사로 이루어진 작품입니다. 때문에 지옥과도 같은 상황에 대한 설득력은 강하지만 범죄 그 자체에 대해서는 그다지, 거의 보여주는 것이 없습니다. 사건의 해결 역시 추리적인 요소와는 거리가 멀고요. 범죄물에 가까운 소품이라 생각됩니다.

기적적인 복수 - 버나드 쇼
가족 사이에서 광인으로 취급받는 제노는 추기경으로 있는 아저씨의 부탁으로 한 시골 마을에서 벌어진 기적 사건에 대해 조사해 줄 것을 요청받는다. 기적은 그 마을의 소문난 무신론자인 브림스턴 빌리가 마을 묘지에 매장당한 날 밤에 다른 모든 무덤이 강 건너편으로 옮겨간 사건. 즉 그와 같은 무신론자와 같은 땅에 누워있는 것을 거부한 묘지의 의지라는 것이었다.
버나드 쇼의 유머가 넘치는 소품입니다. 주인공 캐릭터의 성격이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작품에서 표현된 것 처럼 광인에 가까운 인물이기에 더더욱 작품에 활기가 넘치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주인공이 문제의 원인이기도 해서 약간 반칙같기도 하지만 마지막의 반전도 기가 막히네요. 단, 기적에 대한 묘사가 전혀 설득력이 없다는 것은 좀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유머와 재치 면에서 탁월한 작품이었습니다.

불과 그림자의 저주 -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음.. 줄거리를 요약할 필요도 없는 너무나 짧은 꽁트로 청교도 병사들이 카톨릭 사제단을 학살한 날 밤에 벌어진 괴이한 복수극입니다. 뭐나 논하기 어려운 작품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너무 짧지 않았나 생각되네요.

코르시카 섬의 악몽 - 버트란드 러셀
N교수의 친구인 나는 교수의 비서인 X양이 코르시카 섬에 여행갔다온 이후 그녀가 뭔가 깊은 고민에 휩싸인 것을 알고 N교수를 대신해서 코르시카 유력자들을 찾아다니며 그녀의 고민을 해결해 주기 위해 노력한다.
도저히 종잡을 수 없는 장난스러운 작품입니다. 솔직히 버트란드 러셀의 작품이 아니었다면 이 앤솔러지에 실리지도 못할 치졸한 작품이라 생각되네요. 사건은 장황하고 허황되며 결말은 어처구니 없고 맥이 빠지는 그런 단편으로 작가 이름만 뺀다면 그냥 습작 수준이 아닐까 여겨질 정도로 어처구니 없는 작품이었다고 보여집니다.

유령의 숨결 - 루디야드 키플링
인도 제국에서 근무하는 임레이가 어느날 불가사의하게 실종된 이후 그의 방갈로에 스트릭랜드가 이사온다. 화자인 "나" 역시 사업차 방문했다가 그 방갈로에 같이 기거하게 되며 그 이후 방갈로에 나타나는 유령때문에 그곳을 떠날 결심을 하는데...
키플링의 전형적인 인도 제국을 무대로 한 작품으로 사건의 동기가 기발하긴 하지만 나머지는 그냥저냥인 작품이었습니다. 유령이 나타나 자기에게 일어난 범죄를 고발한다는 설정도 지금 읽기에는 좀 고리타분하기도 하고요.

이웃 - 존 갤스워디
이 작품도 굉장히 짧아서 줄거리를 요약하지는 않겠습니다. 한 사람이 살인을 저지른 순간의 격정을 기록한 소품입니다.

살인 - 존 스타인벡
짐 무어는 유고슬라비아 여자인 젤카와 결혼한다. 그녀는 완벽한 주부이지만 짐은 뭔가 부족함을 느끼고 수시로 바람을 피우러 다닌다. 그러던 어느날 그의 농장에 도둑이 들었다는 것을 듣게 되는데...
존 스타인벡은 사실 굉장한 작가죠. 그러한 작가가 이런 작품을 썼다는 것이 의외일 정도로 마초적이고 유머러스한, 이색적인 작품입니다. 작가의 사상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초적인 요소가 너무 심하게 드러났다 생각되어 굉장히 재미나게 읽긴 했지만 뭔가 뒷맛이 조금 씁쓸하기도 합니다.


덧글

  • 옥수수밭 2006/12/07 20:16 #

    예전에 낚시글 틱한 제목에 걸려 읽어봤는데 추리소설의 본질인 "범죄를 사이에 둔 작가와 독자와의 교감"이 지나치게 심리 쪽에 쏠려있는 것 같아 실망했습니다.

    ...하긴 진지한 문학을 쓰는 사람들이니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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