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반 형사 빅토르는 극장에서 우연히 잡은 수상한 인물이 90만 프랑짜리 국공채를 횡령한 인물이라는 것을 알아낸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채권을 가지고 있던 여인 엘리즈 마송이 살해되고 국공채는 행방이 묘연해 지며 이 사건 뒤에 뤼팽이 다른 음모를 꾸미고 암약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게 된다. 빅토르는 뤼팽을 체포하고 뤼팽에게 푹 빠진 러시아 공주를 구하기 위해 스스로 변장하고 공주 옆에 나타나 자신의 존재를 어필하기 시작하며, 이윽고 뤼팽이 등장하여 빅토르에게 자기와 손을 잡고 천만프랑짜리 큰 건수를 같이 해치우자고 제안하는데... 뤼팽 전집 18권으로 적당한 길이의 장편입니다. 이 작품의 특징은 뤼팽보다는 빅토르라는 인물에게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하는 행동이나 성격이 너무나 뤼팽과 비슷해서 독자에게 뤼팽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불러 일으키는데 뒤에 실제로 뤼팽이 등장함으로서 독자의 호기심을 더욱 증폭시키는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지금 보기에는 좀 낡은 구조와 전개이긴 하지만 꽤 재미나더군요. 물론 진상은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지만 그래도 마지막 두명의 대결까지 끝까지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도록 하는 힘과 재미를 가지고 이야기가 전개되어 2시간 동안 손을 떼지 않고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결말에서 완벽하게 이야기를 정리해서 뤼팽 특유의 캐릭터가 잘 드러나도록 하여 뤼팽 팬에게 포만감 넘치는 즐거움을 주는 것도 대단하고요. 추리적으로만 보더라도 이 작품의 사건은 크게 3개, 즉 국공채를 놓고 벌어진 라 비코크에서의 살인 사건과 엘리즈 마송의 살인 사건, 그리고 천만프랑짜리 큰 건수를 놓고 벌어지는 사건으로 나눌 수가 있으며 관련 트릭으로는 도트리 남작의 알리바이 깨기와 엘리즈 마송 살인 사건의 진상, 국공채가 어디로 갔는지, 그리고 천만프랑이 어디에 있는지 등 굉장히 다양한 사건과 트릭이 등장하여 추리 애호가로서 굉장히 반갑고 즐거운 경험을 하게 해 줍니다. 또한 이 모든 사건과 트릭이 유기적으로 잘 조합되어 있다는 것 역시 좋았습니다. 물론 모든 트릭이 최고 수준은 아니라서 엘리즈 마송 살인 사건은 트릭이 약간 억지스럽긴 했고 천만프랑에 관련된 트릭 역시 굉장히 설득력이 있다고 보여지진 않았지만 대체로 만족스러운 수준이었습니다. 특히 사소한 맹점을 파고든 도트리 남작 알리바이 트릭 같은 것은 지금 보아도 별로 낡아 보이지 않고 설득력 있는, 모리스 르블랑 다운 멋진 트릭이라 생각되네요. 딱딱해 보이는 제목 탓에 뤼팽 시리즈에서도 선뜻 손이 가지 않았는데 정말로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뤼팽 시리즈의 최고 걸작이라 보기에는 무리가 조금 있겠지만 재미와 캐릭터 성으로는 다른 어떤 작품에도 뒤지지 않았습니다. 특히 재미와 추리라는 두가지 요소가 잘 조합되어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네요. 이런 좋은 작품이 고전 중에도 너무 많기에 최신 작품을 손댈 시간이 없다니까요. 역시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맞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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