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스트 Vol.3 -2007 겨울
파우스트 2007.겨울
학산문화사 편집부 엮음/학산문화사(잡지)

경성탐정록으로 인연을 맺은 계간지입니다. 두께에 놀라 쉽게 손대지 못하고 있다가 3일에 걸쳐 겨우 완독하였습니다.

읽고나서 가장 먼저 들은 생각은 "과연 이 잡지가 팔리는가?" 라는 의문입니다. 왜냐하면 잡지 전체의 작풍을 한마디로 정의내리기가 모호했거든요. 호러와 판타지, 추리, SF가 뒤섞여 있는 쟝르문학 잡지라고 하면 되겠지만 각 작품이 목표로 하는 독자의 타겟도 전부 다르고 작풍도 너무 달라서 이 두꺼운 분량의, 가격도 만만치 않은 잡지를 소구하는 독자들이 과연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의 잡지는 잡탕찌게이긴 한데 그다지 맛은 없어 보이는, 취향에 따른 일부 재료만 맛있는, 그러한 상황이라 생각되네요. 장르 문학이라 하더라도 범위가 어마어마하게 넓은 만큼 그 특성을 보다 명확히 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추리면 추리, 판타지면 판타지, 호러면 호러 식으로요. 그리고 페이지도 좀 줄이고, 가격도 좀 더 줄인다면 지금보다 더 경쟁력이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래도 미스터리 관련 대담을 미루어 볼때, 향후의 잡지의 발전 방향을 짐작하게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기대가 됩니다.

경성탐정록을 제외하고 베스트를 꼽자면, 강병융의 "킬킬킬"과 세이로인 류스이의 "성공학 캬라 교수"입니다. 그 외에도 한국 작품들은 그런대로 괜찮은 수준의 작품인데 일본 작품들은 제 취향과 너무나도 다른 작품들이 많아서 저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네요.

덧붙여, 작품들의 문체나 설정을 미루어 본다면 대상 연령층이 상당히 낮아 보이는데 작품들 대부분이 잔혹한 폭력과 섹스에 대한 적나라한 묘사를 보인다는 것도 아이러니네요. 솔직히 대부분의 작품들이 "젊은 감성" 이라는 카피를 달고 나오긴 했지만 예전의 기쿠치 히데유키류의 엽기 에로 폭력물(?)의 문체만 약간 바꾼 것에 불과하지 않나 싶습니다. 기본적인 설정이야 약간 차이는 있지만 제가 보기에 결과물 그 자체로는 결국 똑같아 보였거든요. 작가의 의도와 내용이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론적인 부분에서의 고민이 아쉽더군요.

1. 신본격 마법소녀 리스카 - 니시오 이신
마법소녀가 등장해서 다른 마법사와 싸움을 벌이는 격투 액션물.. 로 보입니다. 재미있긴 한데 왜 소설로 쓰여졌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캐릭터들도 일러스트로 묘사하고 내용의 대부분이 액션 장면인데 만화 등으로 구현하는 것이 더 임팩트 있지 않았을까 생각되거든요. 아주 약간의 두뇌싸움이 등장하지만 비쥬얼이 중요한 요소로 쓰이는 두뇌 게임이라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듭니다.

2. 제로자키 키시시키의 인간 노크 - 니시오 이신
이것 역시 니시오 이신 작품입니다. "제로자키 일족"이라는 살인 집단과 그들에 대항하는 조직의 짤막한 사투에 대한 에피소드를 담고 있는데 역시 재미는 있습니다만 "리스카"의 경우 처럼 이 작품도 만화쪽이 훨씬 어울렸을리라 생각합니다.

3. 그녀 집으로 오세요 - 이종호
한국 호러 소설의 중견 작가인 이종호씨의 신작입니다. "분신사바"를 그런대로 재미있게 읽어서 나름 기대했는데 이 작품은 솔직히 기대 이하였습니다. 주요 설정을 "펫 세메터리"에서 가져온 것은 그렇다쳐도 주인공 캐릭터의 설정과 묘사가 진부하기 이를데 없었거든요. 쑥쑥 읽히는 맛은 있기 때문에 다음편에서 좀 더 나아진 모습을 기대해 봅니다.

4. 킬킬킬 - 강병융
취업난을 가지고 기발하게 써 내려간 단편입니다. 주인공 이름이 "철수"와 "영희"라는 것 부터 기발하고, 여러가지 설정 등이 읽으면서도 참 재치있게 쓴 작품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미있었습니다. 그러나 주인공의 외모에 대한 반전은 좀 더 복선을 깔아주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싶으며, 마지막 엔딩은 저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대체, 뭐가 어떻게 된건데? 라는 의문밖에는 생기지가 않더라고요.

5. 무지개빛 다이어트 코카콜라 레몬 - 사토 유야
여러가지 설정을 가져다 붙이면서 뭐 그럴듯하게 표현하고 있지만 이 작품의 주인공은 정신병자입니다.... 내용도 왠지 모르게 뻔했고요. 이외의 평은 생략합니다.

6. ECCO - 타키모토 타츠히코
다중인격 (일지도 모르는) 소녀의 다른 인격 (일지도 모르는) 존재와 교감을 나누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소설로 소외감이나 외로움 같은 것이 잘 묘사되어 있는 작품입니다. 다른 작품들에 비해 잔잔하면서도 전해 줄 이야기는 다 전해줘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무슨 이야기인지는 당쵀 잘 모르겠다는 문제가 있긴 하네요.

7. 이상한 사람들 - 와타나베 코지
짤막한 콩트. 한편으로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완성도는 높지만 어디선가 많이 보아왔던 이야기라는 것이 아쉽군요.

8. W*rld meets W*rld - 모토나가 마사키
설정, 묘사, 스토리 모든 것이 한편의 만화를 보는 듯한 인상을 강하게 심어준 작품입니다. 그런대로 재미는 있지만 만화쪽으로 가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대표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9. 호질 - 이선웅
파우스트 소설상 우수상 당선작입니다. 하나의 작품으로서 충분히 깔끔하고 재미 있습니다. 하지만 심사평처럼 너무 서둘러 끝낸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결말부가 매끄럽지 못해서 아쉬웠습니다. 주요 등장인물이었던 심령 수사관이 하는 일이 사실상 거의 없다는 것도 좀 황당했고요. 그래도 좋은 작품임에는 분명하고, 재미나게 읽었기에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 봅니다.

10. 성공학 캬라 교수 - 세이로인 류스이
젊은 감각이라면 이정도는 되야죠.^^ 그야말로 파격적인 전개방식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만화가 내용과 밀결합되어 있는 것도 특이했고요. 하지만 소설인지 아닌지 의심이 들기도 하네요.

11. 코마츠키 마키코 - 마이조 오타로
한 천재(?) 가 등장하는 소설로 다중인격(?) 같은 무언가를 밀도있게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담담하면서도 치밀한 이야기와 엉뚱하면서도 기발한 발상이 재미있었던 작품이었습니다. 그런데 역시 저는 무슨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더군요. 흠...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 기타 칼럼 / 대담 / 만화
 
by hansang | 2007/03/08 10:55 | 추리 / 호러 관련 독서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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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Meister at 2007/03/09 22:32
확실히 작품성향이 꽤나 제각각입니다. 1권부터 타성으로 사고있기는 한데 두어작품은 책을 사도 아깝지않을 정도로는 취향에 맞아주지만, 두어작품은 끝까지 읽은적이 없을 정도로 취향에 안맞을 정도니. 경향성자체가 좀 모호하긴 하네요.. 대상층을 누구로 잡고있는지도 잘 모르겠고. 일단 작품 실리는 경향 보아서는 여성독자는 아예 배제한게 아닌가 싶을 정도고, '뭔소리하는지 모르겠다'는 작품이 많은 걸로봐선 중고생도 대상외, 하지만 정작 좀더 윗 연령대를 노리기엔 침착함이 없다고 해야할지..
일단 제가 거주하고 있는 지역에선 확실히 안팔리는게 분명합니다. 단골서점에도 그냥 어차피 저밖에 안살테니 한권만 들여놔달라고 하고있습니다.(..)
Commented by twinpix at 2007/03/10 00:35
일단, 일본 쪽에서는 꽤 성공을 거두었고(문예지 판매 1위라던가요.) 그로 인해, 대만, 한국 등에까지 번역되어 나온 것이니 만큼, 학산도 아주 망하리라고 생각하진 않고 낸 것 같습니다. 2호에는 나스 키노코의 인터뷰와 함께 원래 3호에 게제되었던 신작 DDD를 앞당겨 실으면서 국내에 타입문 팬들의 구매욕을 끌어냈죠. 1호는 버스 광고까지 하는 전방위 마케팅으로 1쇄를 다 소화해냈다고 들었고요. 문제는 당시 나오기 전에 국내 독자들은 라이트 노벨 잡지라는 소리에 국내에 출간된 슬레이어즈, 마술사 오펜, 부기팝 시리즈, 풀 메탈 패닉,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 등의 NT에서 내놓은 라이트 노벨 계열을 생각했으나, 이쪽은 호러 미스터리 쪽으로 굉장히 어둡고 잔인하며 피가 난무하는 글들이 많았죠. 특히 1호 첫 작품인 마이조 오타로의 글은 수많은 독자들을 떨어져 나가게 했으리라 봅니다. 2호까지는 나스 키노코의 힘으로 어느 정도 팔렸더라도 3호는 타성으로 사거나, 충분히 마음에 든 특정 독자층 밖에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앞으로 호가 진행될 수록 분량은 몇 배가 되어서 두 권으로 분권 되기도 하고 수많은 작가들의 작품이 들어가 정말 다양한 온갖 장르들의 소설들이 실려서 여러 독자층을 수용할 수 있다고 하니, 확실히 판매 추이를 예측하기는 힘들 듯도 하네요. 저는 일단 기존의 글들과 전혀 다른 느낌의 글들이라 마음에 들어하면서 보고 있습니다. 이런 잡지가 만약 자리를 확실히 잡는다면 그건 그것대로 굉장히 좋은 일이라 생각하고요.
Commented by hansang at 2007/03/10 11:32
Meister : 아무래도 사는 사람만 사는 잡지가 된 것 같네요.
twinpix : 호러 "미스터리"라고는 할 수 없는 성향은 분명해 보입니다. 하지만 말씀하신대로 자리를 잡으면 좋을텐데... 앞으로 어떻게 될 지 궁금하네요.
Commented by Bluer at 2007/03/11 22:42
이런 잡지가 있었군요. 예전에 DDD관련해서 들어본적은 있는것 같습니다.
쓰신글을 보니 정체성이 애매하긴 하군요. 저도 한번 읽어보기나 해봐야 겠습니다.
Commented by hansang at 2007/03/14 21:31
Bluer : 굉장히 취향을 탈 듯한 작품이 많어서 선뜻 추천하기가 난감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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