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색의 상장 (삼중당 미스테리 명작 36) - 사노 요 / 김정우 추리 / 호러 관련 독서

S대학 법의학과 조교수 기하라는 은사의 해외 출장 환송을 마치고 공항을 빠져나오다가 낯선 중국인 여성인 명방의 유혹을 받고 하룻밤을 같이 보내게 된다. 그러나 후일 차 트렁크 안에서 명방의 시체가 발견된다. 피해자 사망 추정 시간에 관계를 가지고 자동차 트렁크를 열 수 있는 열쇠를 소지하고 있던 기하라는 유력한 용의자로 몰려 거짓말 탐지기 조사까지 받지만 다행히 결백이 입증되어 풀려난다. 그러나 기하라는 아내와 별거하게 된 원인인 자신의 몽유병과 사건이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닐까 고민하는데...

사노 요의 작품으로 국내에 제대로 출간된 저자의 작품 두개 중 하나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완전범죄 연구") 이런 저런 조사 결과로는 이 작품들이 저자의 대표작은 아닌데 어떤 기준으로 선정되어 번역되는지는 잘 모르겠군요.

어쨌건 읽으면서 들은 생각은 일본의 시드니 셀던.. 이랄까요? 대중적이고 통속적인 소재를 다루는 데 능하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주인공 기하라의 혼외정사(?) 만 해도 2건이나 나오는 것이 그러하죠. 또 주인공 기하라의 혼외정사는 자연스러운 행위처럼 묘사하면서도 별거중인 아내 마사꼬의 부정은 바보같은 짓으로 결론 내리는 것은 굉장히 남성중심적인 사고방식으로 쓰여졌구나 싶기도 했고요. 그래도 이야기 자체는 매끄럽게 풀어나가는 글 솜씨는 인정할 만 했습니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추리적으로 평가하자면 아주 높은 점수를 주기에는 좀 힘들군요. 주인공 기하라는 좌충우돌 뛰어다니기만 할 뿐, 실제 사건을 해결하는 결정적 인물은 아주 잠깐 등장하는 여류 평론가 고나미세 구리코라는 점, 그리고 기하라라는 인물이 명방과 마지막 밤을 보내야 하는 타당성이 없다는 점, 어차피 경찰 수사에 의해 해롤드 운노의 범행이 서서히 밝혀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점 등 약점이 많은 편이거든요. 또 시대가 다른 탓에 가장 결정적 단서이기도 한 "자동차 키"의 존재가 지금 읽기에는 설득력이 많이 떨어져 보였고요.

앞서 설명한 혼외정사 자체가 사건의 주요 소재이자 트릭의 하나로 쓰이는 것은 꽤 교묘한 발상이었고 초반부터 "시체 바꿔치기" 트릭에 대한 복선을 계속 설명하는 점 같은 것은 괜찮았지만 전체적으로는 헛점이 많은 작품이었습니다. 아무래도 불필요한 설정도 좀 많았던 것을 감안한다면 이런 저런 요소를 다 빼버리고 단편으로 가는 것이 훨~씬 나았을 것 같네요.

그래도 국내에 출간될 가능성이 거의 보이지 않는 희귀본을 읽게 된 기쁨은 무척 컸습니다.  책 뒤의 해설도 귀중한 자료였고요. 이 책 역시 이영진님이 제공해 주신 책인데 귀한 책을 너무 많이 주셔서 황송할 뿐이네요.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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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ansang's world is not enough : 필독본격추리 30선 2009-08-14 17:58:58 #

    ... 번역이 좀 되었으면 하는 작가 중 한명인데, 이 작품은 데뷰작이기도 한 "초대받지 않은 손님" 입니다. 二人で殺人を / 佐野洋 / 角川文庫 : 사노 요도 친숙한 작가죠. 저도 "금색의 상장"이라는 작품을 읽어봤습니다. 이 작품은 잘 모르겠지만...りら荘事件 / 鮎川哲也 / 講談社文庫, 角川文庫 ("りら荘殺人事件") : 아유카와 데츠야.人喰い / 笹沢 ... more

덧글

  • euphemia 2007/03/18 20:57 # 답글

    엇, 이 사람 작품이 [완전범죄연구] 말고도 들어온 게 있었군요. 저도 읽어보고 싶네요. :D [완전범죄연구]를 읽으면서 꽤 재치가 있다고 느꼈거든요. 그런데, 문맥상 어떤 뜻으로 쓰셨는지 잘 모르겠지만 사노 요의 [완전범죄연구]는 단편집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 hansang 2007/03/18 21:01 # 답글

    euphemia : 헉.. 장편인줄 알았는데 단편집이었군요... 수정하겠습니다.
  • RESISTANCE 2007/03/19 00:28 # 답글

    국내에 출간될 가능성이 거의 보이지 않는 희귀본을 읽게 된 기쁨이라...저도 이런 종류의 기쁨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
  • hansang 2007/03/19 13:30 # 답글

    RESISTANCE : 저도 굉장히 좋아하죠^^
  • 석원군 2007/03/22 17:45 # 답글

    완전범죄연구는 살인사건과 미스테리에 대한 성찰이 돋보인달까요? 상당히 괜찮은 단편집입니다. 워낙 레어라는 것이 문제죠;
  • hansang 2007/03/23 14:36 # 답글

    석원군 : 그러게요. 구해보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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