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서출판사에서 70년대에 간행된 세계 추리 명작 전집의 단편 모음집입니다. 추리 소설로는 초기작들의 비중이 높은 편이나 재미와 수준이 아주 뛰어난 작품들로 엄선되어 있어 무척이나 만족스러웠습니다. 또 지금은 좀 구하기 힘들어진 작가들의 비중이 높은 것 역시 마음에 들었고요. 아주 흔히 볼 수 있는 작품들 몇개가 섞여 있긴 하지만 그 역시 워낙 수준이 높은 작품들이기에 당연하다 싶네요.
목차와 소개는 다음과 같습니다.
크리스티 여사의 "야앵장" - 한 여성의 의혹과 생존을 위한 속임수를 다룬 소품이지만 심리묘사가 정말로 흥미진진한 작품이죠.
토마스 버크 "오터모울씨의 손" - 추리소설의 역사상 최고 걸작 중 하나. 이유는 아주 획기적인 트릭이 등장하기 때문이죠. 이후 여러 후대 작품들에 인용된 걸작 트릭입니다.
로버트 바아 "건망증 있는 사람들" - 이른바 유머 미스테리 걸작으로 은화 위조단 추적으로 비롯된 사건이 기발한 사기 사건으로 연결되는 구조도 신선하지만 트릭과 전개가 무척이나 유쾌하고 재미납니다.
스미스 어네스트 브래너 "브룩밴드 장의 비극" - 장님탐정 맥스 캐러더스 시리즈로 시리즈 최고 작품 중 하나입니다. 과학적이고도 신선한 트릭이 등장한다는데 높은 점수를 주고 싶네요. 단, 맥스 캐러더스가 장님일 이유가 전혀 없다는 점에서 설정상 감점요소가 좀 있고 결말이 좀 개운하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아무래도 이 작가는 전개 능력이 좀 없는 듯 싶어요.
로드 던세이니 "두병의 소오스" - 로얄드 달이나 스텐리 엘린류의 "기묘한 맛" 스러운 작품으로 지금 읽어도 굉장히 충격적이고 기발한 결말을 지니고 있습니다. 또한 화자를 통해 전개하는 작품의 스토리텔링이 무척이나 빼어난 것이 인상적이기도 하고요.
멜빈 데이비슨 포스트 "둠도프 사건" - 서부개척 탐정 엉클 애브너 시리즈입니다. 이 작품은 동서 문고 시리즈로도 접할 수 있죠. 지나칠 정도로 하나님 어쩌구 하는 전개는 짜증나지만 기발한 트릭이 일품인 작품입니다.
G.K 체스터튼 "기묘한 발소리" - 이 작품은 브라운 신부 시리즈죠. 역시 지금은 정식 간행되어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고요. 브라운 신부 시리즈 최고작이라 말하기는 좀 어렵지만 좋은 작품이죠.
로널드 K 녹스 "밀실의 신비주의자" - 밀실 트릭의 새로운 지평을 열은 단편으로 이 트릭은 "김전일" 시리즈에서도 사용될 정도로 추리 소설계에 유명한 트릭이기도 합니다. 재미있는 작품이죠. 단, 지금 읽는다면 트릭이 좀 뻔해보이기도 합니다.
휴 월폴 "은가면" - 한 착한 부인이 자신의 선행에 의해 파멸해 나가는 과정을 잔인할 정도로 냉정하게 그린 독특한 작품. 이색적이고 좀 서늘한 유머가 있는 작품입니다.
윌키 콜린즈 "사람이 오만하면" - 전체가 서간문으로 이루어진 독특한 진행에 추리소설로 나무랄데 없는 전개를 가진 걸작입니다. 유머러스한 문체까지 곁들여진 초기 영국 추리 문학계의 힘을 제대로 보여주는 작품이죠.
E.B 오르치 "더블린 사건" - 구석의 노인 시리즈 중 한편입니다. 역시 동서문고로 간행되어 지금은 쉽게 구할 수 있는 작품이죠. 최고 걸작이라고 보기에는 조금 부족하지만 발상의 역전이 기발한 작품으로 당대의 명탐정의 반열에 오른 구석의 노인의 매력을 느끼기에는 충분합니다.
A.모리슨 "렌턴관 도난사건" - 탐정 마틴 휴이트 시리즈로 역시 추리소설 역사에 남을만한 멋진 트릭이 등장합니다. 또한 이 트릭을 풀어내기 위한 단서도 굉장히 합리적이라 단편 추리소설의 교과서 같은 작품이라 할 수 있겠죠. 전개가 조금 밋밋한 것은 조금 아쉽지만 저는 무척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도로시 L 세이어즈 "의혹" - 굉장히 유명한 작품이니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걸작이죠.
다 대단한 작품들이지만 그래도 희소성을 따져서 꼽는다면 최고 작품은 로버트 바의 "건망증 있는 사람들"과 윌키 콜린즈의 "사람이 오만하면", 그리고 로드 던세이니의 "두병의 소오스"가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다른 작품들도 굉장히 재미있고 수준높은 작품들이라 몇번씩 읽어도 똑같은 재미를 전해 주네요.
이 앤솔러지를 읽은 만족은 크지만 요새는 구하기도 어렵고 해서, 새로 간행하면 어떨까 싶어서 저만의 리스트를 한번 뽑아보았으니 혹 출판사 관계자가 보신다면 한번 고려해 보셨으면 합니다.
물론 번역은 다시 해야 겠죠^^
FTA 체결로 늘어난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사후 50년 이상이면 저작권이 풀리는 당장의 국내 현실에 맞추어 추리 단편 걸작선 목차를 한번 꼽아 보았습니다. 이 단편집 위주이긴 하지만 몇몇 작품은 다른 작품에서 뽑아와도 좋겠죠.
-추리소설의 여명기 걸작선-
토마스 버크 (1886~1945) "오터모울씨의 손"
로버트 바 (1850~1912) "건망증 있는 사람들"
윌키 콜린즈 (1824~1889) "사람이 오만하면"
-기묘한 맛, 추리소설의 색다른 재미-
로드 던세이니 (1878~1956) "두병의 소스"
도로시 L 세이어스 (1893~1957) "의혹"
-셜록홈즈의 라이벌들-
스미스 어네스트 브래머 (1869~1942) "연립주택의 참극" (장님탐정 맥스 캐러더스) 또는 그외 (브룩밴드 장의 비극)
멜빈 데이비드 포스트 (1871~1930) "둠도프 사건" "나보테의 포도원" (서부개척시대 탐정 엉클 애브너) 또는 그외
로널드 A. 녹스(1888~1957) "밀실의 수행자" (비밀탐정 마일즈 브랜든)
체스터튼 (1874~1936) "날개달린 단검" (브라운 신부 시리즈) 또는 그외
오르치 백작부인 (1865~1945) 더블린 사건 (구석의 노인 시리즈) 또는 그외
잭 푸트렐 (1875~1912) "정보누설" (사고기계 반 두젠 시리즈) 또는 그외 (13호 독방의 문제)
아더 모리슨 (1863~1945) "렌턴관 도난 사건" (사립탐정 마틴 휴이트 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