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 출발하기 직전 공항 서점에서 구입하여 읽게 된 기리노 나쓰오의 단편집입니다. 읽고 나니 "백년 동안의 고독"의 마르께스의 단편들과 상당히 유사하다 생각되어 집니다. 평범하지만 뭔가 어긋난 인간을 다루면서도 인간 심리를 묘하게 건드리는 분위기가 상당히 비슷하더라고요. 책에는 이러한 분위기의 단편 7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대부분이 앞서 말했듯이, 인간 내면 심리를 고찰하면서도 묘한 분위기를 풍겨주고 있습니다. 작품들 전부가 인간의 이중성이라던가 내면 심리를 적나라하게 그리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개중 평범하고 일상적인 이야기도 있고 상상의 허를 찌르는 기발함이 가미된 이야기도 있는 등 작품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어서 풍성한 느낌을 주는 것도 마음에 들더군요. 목차별로 조금 자세히 설명하자면 외모에 대한 컴플렉스로 성인이 된 이후에도 주눅들고 사는 여성의 심리와 소박한 복수를 디테일한 묘사로 그려나간 "식림", 그리고 여성들의 성에 대한 수다에서 비롯되는 기이한 이야기인 "사랑의 섬", 한 노숙자와 노숙자들에게 흘러들어온 여성을 묘사한 "루비", 가족의 붕괴와 불륜을 다룬 "괴물들의 야회", "부도의 숲", "식림"과 유사한 설정이지만 좀 더 환상적 설정이 가미된 "독동", 마지막으로 표제작인 1인칭 서간문 시점의 독특한 발상의 범죄물 "암보스 문도스"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사랑의 섬"과 "루비", "암보스 문도스"가 좋았습니다. 외모 컴플렉스 등을 다룬 이야기는 너무 진부하다 생각되고 불륜같은 이야기도 조금 식상한데 이 작품들은 그래도 조금 색다른 설정이 깔려 있는 작품들이라 생각되거든요. 특히 "암보스 문도스"는 가장 추리적 요소가 있어 보이는 작품이고 이전 작품들과의 연관성도 많이 느껴지는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하지만 추리적인 요소를 기대한 저에게는 썩 마음에 들거나 와닿지는 않아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절대 추리소설이라고 보기 힘든 작품들이기 때문에 이전에 읽었던 두 작품들 ("내 아이는 어디로 갔을까", "얼굴에 흩날리는 비") 에 비하면 제 흥미를 자극하는 요소가 좀 적었고 그만큼 기대에는 미치치 못했다 생각됩니다. 그래도 심리 묘사능력이 탁월한, 그야말로 "글 잘 쓰는" 작가의 단편집이기도 하고 추리적 요소가 적은 만큼 대중에게 어필할 요소가 많다고 생각되니 기회가 된다면 한번 읽어 보실 것을 권해드리고 싶네요. 단 취향을 좀 타긴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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