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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어렵사리 구하게 된 자유추리문고의 "주정꾼 탐정" 입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네요^^
이 작품의 작가 에반 헌터는 "87분서" 시리즈의 작가 "에드 멕베인"입니다. 에드 멕베인의 작품은 실망스러웠던 작품도 많은 편인데 이 작품집은 비록 단편 8편이 실려있는 짤막한 작품집이지만 작가의 초기작이기도 하고, 당시 유행의 끝자락이던 초기 하드보일드의 정서를 많이 전해주는, 정통파적인 부분도 많이 가지고 있으면서도 서정적인 문체와 묘사가 아주 인상적인 좋은 작품집이었습니다. 흡사 하드보일드계의 서정시인 로스 맥도널드를 연상케 하기도 하더군요. 무엇보다도 주정꾼 탐정인 주인공 커트 캐넌의 캐릭터가 무척 독특한데 정통파(?) 알콜중독 룸펜 탐정으로 "800만가지 죽는 방법"의 매튜 스커더의 형님뻘이라 할 수 있겠네요. 아닌게 아니라 이 작품의 설정에서 로렌스 블록이 많은 부분 영향을 받은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탐정 면허증도 없는 알콜중독자로 심리 묘사가 주를 이루고 있다는 것은 유사한 수준을 넘어서거든요. 외려 과거의 트라우마로 괴로워하는 매튜 스커더에 보다는 바람난 아내를 응징하려다가 모든 것을 잃게 되는 커트 캐넌이 50여년의 시간차이가 있지만 저에게는 더 설득력있게 다가오는 캐릭터였습니다. 하지만 역시 "대중소설" 작가인 에드 멕베인이기 때문인지 거의 모든 편에서 처음 만난 여성과의 정사가 그려지는 등의 요소는 약간 눈쌀을 찌푸리게 하며, 8편의 단편이 다 정통 추리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지는 않고 작품의 편차도 좀 있고, 작가의 히트작인 "87분서" 시리즈와 유사한 스토리, 분위기가 반복된다는 약간의 단점이 있긴 합니다. 특히 몇몇 작품의 세부 묘사는 굉장히 비슷하더라고요.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기다렸던 만큼, 기대했던 만큼의 재미를 전해주기에 무척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었습니다. 명작이나 걸작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부족할 수 있지만 추리소설 황금기 막차(?)의 느낌은 잘 전해주고 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개인적인 추천작은 "다시 만남" 입니다. 다른 작품들도 괜찮지만 추리적인 요소나 전체적인 분위기가 제일 마음에 들더군요. 그러나 이 작품은 다른 작품과는 좀 분위기가 다르기에 "주정꾼 탐정" 으로서의 캐릭터가 가장 잘 살아있는 다른 추천작이라면 "나도 산타클로스"를 꼽겠습니다. 1. 떠나지 않는 유령 (Die Hard) 커트 캐넌에게 한 남자가 마약중독에 빠진 자기 아들을 구해달라는 의뢰를 하지만 캐넌은 거절한다. 그러나 남자가 자기 눈 앞에서 살해당하는 것을 목격한 커트 캐넌은 사건 수사에 뛰어든다. 아마 커트 캐넌 시리즈 제 1작이겠죠? 뉴욕 뒷골목의 묘사와 인물 묘사가 일품이긴 한데 범인이 너무 쉽게 드러나는 약점이 있더군요. 2. 죽은 사람의 꿈 (Dead Men Don't Dream) 소꼽친구 찰리의 장례식에 참석한 커트 캐넌은 다른 친구들로부터 그 지역 건달들에게 상납금을 내지 않아 찰리가 살해 당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건달 소탕에 나선다. 추리물이라기 보다는 하드보일드 액션에 가까운 작품으로 커트 캐넌이 동네 건달들과 한판 벌이는 액션이 대부분입니다. 전체적으로는 마이크 해머스러운 느낌이더군요. 추리적으로 특기할 것은 없습니다. 3. 프레디는 그곳에 (Now Die in It) 지인 루디가 처제의 임신 사실을 고백하여 상대 남자가 누구인지 밝혀줄 것을 의뢰한다. 처음에는 거절하지만 처제 베티가 살해당한 뒤 사건 수사에 나서게 되는데... 전형적인 하드보일드 추리물이라 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룸펜 신분으로 할 수 있는 수사가 어떤 것인지를 잘 묘사하고 있기도 하죠. 루 아처의 다른 단편과 꽤 유사한 느낌을 받은 작품으로 범인이 누구인지는 쉽게 알 수 있다는 단점은 있지만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4. 착한이와 죽은이 (Good and Dead) 룸펜 친구 조이가 살해당한 뒤 커트는 그가 무엇인가를 알고 있어서 살해당한 것이라는 중국인 칭크의 말을 듣고 관련 인물 조사에 나선다. 여름, 더위의 묘사가 탁월한 작품. 역시 "경관혐오"의 작가 답다는 느낌이 물씬 나더군요. 추리적으로는 별다를게 없고 관련 사건의 연결고리가 너무 쉽게 드러나는 단점때문에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지만 묘사가 정말 좋아서 읽는 재미가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5. 나의 죽음 (The Death of Me) 커트 캐넌은 신문에서 그가 죽었다는 기사를 읽은 뒤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나선다. 커트 캐넌이 드디어 노숙자 신세로 전락한 시즌의 이야기로 내용은 갱들의 세력 다툼이 대부분이라 추리적 요소는 거의 없습니다. 팜므파탈, 갱, 킬러 등 하드보일드 액션물의 모든 요소가 등장하긴 하지만 뭔가 좀 어수선한 분위기라 정리가 잘 안되기도 하고요. 스케일이나 캐릭터에서 영화적인 느낌을 많이 전해주는 작품이었습니다. 단편에 잘 어울리지 않는 소재가 아니었나 싶네요. 6. 나도 산타클로스 (Deadier Than the Mail) 커트 캐넌은 어렷을때의 친구인 키트 오드닐의 부탁으로 생활보호 대상자들의 복지수표 도난 사건 수사에 착수한다. 영문 원제가 너무 범인을 뚜렷이 암시하고 있으며 범행이 우발적이고 좀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추리적으로 문제점은 많지만 전체적인 분위기와 묘사가 마음에 들은 작품입니다. 좀 맹점을 찌르는 맛이 있는 작품이죠. 7. 다시 만남 (Return) 커트 캐넌에게 헤어진 옛 아내 토니가 다시 찾아와 새출발 할 것을 약속하고 그에 고무된 커트 캐넌은 부랑자 룸펜 생활을 청산하고 다시 탐정일을 제대로 시작할 것을 결심한다. 커트 캐넌 시리즈의 핵심 인물인 전처 토니가 주연급으로 등장하는 작품으로 정통 하드보일드적인 냄새도 나면서도 여러가지 곁가지 설정들이 양념처럼 재미를 더하는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재미도 재미지만 커트 캐넌의 심리 묘사가 특출났습니다. 범인의 공작이 너무 얄팍하지 않나 싶은 생각은 들지만 (예를 들자면 저같으면 확실한 알리바이 공작을 하고 있었겠지만)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8. 거리에 내리는 주먹비 (The Beating) 룸펜들을 노리는 테러가 연달아 발생하고 결국 한명이 살해당하게 된다. 경찰 수사를 믿지 못하는 커트 캐넌은 스스로 미끼가 되어 밤거리를 배회하기 시작하는데... 역시나 여름 묘사가 발군인 단편으로 진상을 밝히는 데 까지의 조사과정이 허술하고 결국 단서 없이 함정수사(?)로 범인을 잡는 결말이라 조금 시시하긴 하지만 커트 캐넌과 부랑자 이웃간의 애정이랄까... 하는 감정이 그려져 독특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었습니다.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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