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답은 필요없어 - 미야베 미유키 추리 / 호러 관련 독서

대답은 필요 없어
미야베 미유키 지음, 한희선 옮김/북스피어

미야베 미유키의 단편집입니다. 솔직히 전에 잡지 "판타스틱"에서 읽었던 작가의 추리 단편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었고, 같은 여성작가인 기리노 나쓰오의 "암보스 문도스" 역시 별로였기에 그다지 기대하고 구입한 책은 아닌데 이 책 상당히 물건이더군요. 단편들의 수준도 높지만 추리적으로도 깔끔한, 정통파적인 맛이 느껴지는 수작 단편집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작품이 해피엔딩이라는 것도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들었고요. 미야베 미유키의 해피엔딩은 익숙치 않았는데 의외로 좋았습니다.

표제작이기도 한 "대답은 필요없어"는 일종의 은행사기를 다룬 단편으로 의외성은 없지만 사건 수사의 결정적 단서가 되는 "비밀번호"가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정말 예상치 못한 부분이었고 맹점을 찌르는 맛이 탁월했거든요. 보험사기 등 현대 신용사회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고도의 소재를 이야깃거리로 구성하는 작가의 전공이 느껴지기도 했고요.

두번째 작품 "말없이 있어줘"는 난데없는 교통사고가 완전범죄와 연결되는 구조를 지닌 단편으로 일본 추리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인물의 수사극"과 그 맥을 같이하고 있지만 결말의 의외성이 독특한 작품입니다. 단, 너무 의외성을 강조하고 우연에 의지한 전개가 보이는 것이 약점이긴 합니다.

세번째 작품 "나는 운이 없어"는 고등학생이 주인공인 일종의 사기극을 다룬 소품입니다. 주인공 캐릭터는 마음에 들긴 한데 작품의 설정이 솔직히 잘 이해가 되진 않더군요. 너무 극단적인 복수극인것 같기도 하고, 아무리 장난이지만 너무 심한 사기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또 결말부의 약간의 반전 역시 별로였고요. 이 단편집의 워스트라 생각합니다.

네번째 작품 "들리세요"는 어머니와 할머니의 불화끝에 이사를 오게 된 초등학생이 우연찮게 도청기를 발견하게 되는 것에서 시작하는 이야기로 노인의 외로움과 의심 등을 잔잔하지만 나름 충격적으로 담아낸 작품입니다. 소품이긴 한데 미야베 미유키의 서정적이면서도 주제를 잘 전달하는 능력이 잘 드러나는 수작입니다.

다섯번째 작품 "배신하지 마"는 한 빚더미에 올라 앉은 신세대 여성의 추락사를 수사하는 내용으로 가장 정통 추리물에 가깝습니다. 가장 중요한 단서를 포착하는 부분은 솔직히 너무 "감"과 "우연"에 의지했다고 보여지기는 하지만 여성의 심리를 잘 아는 여성작가 답게 심리의 맹점을 잘 파고들었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씁쓸한 결말까지 잘 조화된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마지막 작품 "둘시네아에 어서 오세요"는 최고급 디스코텍 둘시네아에 관한 메모를 남기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고학생 속기 아르바이트가 등장하는 작품으로 아주 일상적이면서도 재미난 설정의 작품이었습니다. 잔잔하지만 인상적이기도 하고요.

바로 직전에 읽은 "백기도연대"와 정말 상반되는 단편집으로 대중성과 작품성을 모두 갖추고 있는 책이었습니다. 물론 같이 사무실을 차려서 일할 만큼 서로의 영역에서 인정받는 작가들이긴 하지만 제 취향은 아무래도 저는 쿄고쿠 보다는 미야베 미유키 쪽이라 생각이 드네요. 개인적인 베스트는 추리적인 요소가 잘 살아있는 "배신하지 마" 인데 다른 작품들도 다 재미있었습니다. 미야베 월드 입문작으로 추천합니다. 아직 읽어보지 못하신 분들, 대답은 필요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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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tuppence 2007/08/16 13:36 # 답글

    저도 얼마전에 이 책 읽었습니다. 느낌이 좋은 단편집이었어요. ^^
  • 有栖 2007/08/21 04:55 # 답글

    미야베 미유키 책이 많이 밀려있어서 (모방범, 이름없는 독) 나중에 읽게 될 것 같네요. ^^;
    전역 후에는 어째 책을 거의 안보게 되더군요. 군대 있을 때는 하루에 2-3권씩 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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