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신유희 -  시마다 소지 지음, 김소영 옮김/두드림 |
스웨덴에서 뇌과학 연구를 진행하던 미타라이 기요시는 이른바 "기억의 화가"로 유명한 로드니 라힘과 만난다. 로드니는 자신의 기억속에 있는 마을에 대한 자세한 묘사를 한 그림을 수없이 그리고, 그 그림이 실제로 존재하는 "티모시" 라는 마을과 똑같다는 것이 밝혀져 유명해진 인물.
그 뒤 이 마을 "티모시"에서 엽기적인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밤에 괴물의 울음소리와 함께 벌어지는 참극. 다섯 명의 희생자들은 잡아 뜯기고 찢기어 죽임을 당하고, 마침 마을을 방문한 미타라이가 경찰 수사에 뛰어들어 엽기적 사건 현장 뒤에 숨겨진 진상을 하나씩 밝혀나가기 시작하는데...
나에게 주는 선물 2탄은 간만의 본격 추리 소설 "마신 유희" 였습니다.
사실 "점성술 살인사건"을 워낙에 재미있게 읽었기에 미타라이 시리즈가 새로 출간된다는 것에 많은 기대를 했었고 관심에 비한다면 외려 너무 늦게 읽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소설은 제 기대에는 약간 미치지 못했습니다. 특출한 능력을 가진 인물과 그의 수기를 바탕으로 구약 성서와 연관시켜 전개되는 소설의 전개는 굉장히 흡입력 있고 재미 하나는 최고 수준이지만 추리적인 부분에서는 살짝쿵 아쉬움이 남았거든요.
일단 트릭 자체가 너무 작위적이라는 것이 제일 큰 감점 요인인 듯 합니다. "점성술 살인사건"의 "아조트"와 같은 설득력이 많이 부족했거든요. 또한 이 트릭을 실행하기 위한 범인도 초인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 역시 현실성이 많이 떨어졌고 (심지어는 작품 안에서 "철인 3종 경기" 운운하며 범인의 체력을 칭찬하기까지 합니다), 범인이 범행을 뒤집어 씌우기 위해 준비한 각종 장치들 역시 그다지 와 닿지 않았습니다.
아울러 사건을 배배 꼬아놓고 여러가지 불가능한 상황 -괴물의 울음소리나 사람을 찢어(?)버리는 괴력 등-을 묘사하고 있지만 그에 따른 단서의 제공은 공정해 보이지 않았고, 가장 중요한 트릭 역시 일종의 소설에서만 가능한 서술트릭이긴 한데 범인을 특정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본격" 이라는 칭호가 좀 어울리지 않는다 생각되네요. 마지막의 범인을 밝혀내는 깜짝쇼 역시 너무 패턴 그대로라 진부했습니다.... "이 안에 범인이 있다" 수준이었거든요. 그 외에도 점성술사였던 미타라이가 어느새 천재 교수로 돌변한 것에 대한 의아함과 어색함도 있었고요.
불평은 요 정도로 끝내고 장점을 꼽아보자면 "ABC살인사건"과 유사한 범인의 동기는 그런대로 괜찮았습니다. "유산" 때문이라는 동기는 좀 진부한 동기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현실적인 거니까요. 실제로도 가장 많은 사건의 동기이기도 하고요. 또한 재미라는 측면에서는 합격점을 줄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한 천재적인 정신병자(?)의 과거와 그가 작성한 구약 성서에 바탕을 둔 수기, 그리고 그 수기와 맞물려 일어나는 초인적인 범죄라는 이야기는 읽는 내내 두근두근 거릴 정도로 흡입력 강한 재미를 선사해 줍니다. 또한 일본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네스호를 배경으로 한 영국의 시골마을에 대한 묘사 역시 뛰어나서 재미를 더하고요. 그리고 마지막 깜짝쇼! 숨겨진 진짜 마을의 정체와 사건, 수기에 얽힌 진상이 밝혀지는 반전 하나는 정말 기가 막혔습니다.
불만스러운 점도 많았지만 작가의 스토리텔러로서의 능력은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것 같습니다. 묘사와 기본 설정, 그리고 그것을 끌어나가는 힘 하나는 역시나! 싶더군요. 비록 추리적으로 아쉬움은 있지만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