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지"로 유명한 후쿠모토의 글을 "침묵의 함대"의 가와구치 카이지가 그림으로 그린 단편 만화입니다. 국내판은 절판인데 북오프에서 원서를 싸게 구입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일단, 눈으로 폐쇄된 산장이라는 아~주 오래된 배경 설정이 왠지 친숙합니다. 게다가 등장인물이 단 두 명(!)이라는 심플하면서도 서로의 살의와 추격이 오간다는 이야기는 무척 현실적이고, 무엇보다도 후쿠모토씨 특유의 징글징글한 심리묘사와 자신이 처한 긴박한 위기를 순간순간 번득이는 두뇌로 해결해 나가는 등의 재미가 잘 살아있더군요. 뭐니뭐니해도 합당한 동기에서 비롯된 두 남자의 사투가 너무나 설득력있게 전개되는 것이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것이 이 작품의 최대 매력이죠. 고백을 통해 촉발되는 살의라는 소재는 좀 진부하지만 이 고백에 얽힌 사건이 또다른 복선을 지니고 있다는 것 역시 괜찮은 설정이었고, 결말 부분의 반전 역시 명쾌해서 마음에 듭니다. 진부한 소재에 진부한 결말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들어버린 녀석이 나빴어..." 라는 처음의 독백이 결말에 반복되는 구성이 이러한 반전을 극대화한다는 것이 좋더군요.. 하지만 기대했던 가와구치 카이지의 그림을 통한 재미의 상승효과는 생각보다 덜했습니다. 후쿠모토씨의 가장 큰 약점이 그림이기에 작화 하나는 정평이 나 있는 가와구치씨가 그림을 그리면 보다 놀라운 작품이 되지 않을까 해서 기획된 작품인 듯 싶은데 후쿠모토씨의 이야기 전개가 왠지 가와구치씨의 그림과는 잘 맞지 않더군요. 나름 각색하여 자기 풍으로 전개하였더라면 더 좋았을 듯 싶은데 곧이곧대로 그린 탓인지 부조화가 심하고 그림과 이야기가 따로 노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역시 자기 이야기는 자기가 그려야 제맛일지도 모르겠네요. 앞서 말한 그림과 스토리의 부조화로 생각보다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 기획물입니다. 그러나 작품 자체만으로 놓고보면 역시 탁월한 구성력 때문에 빛이 나긴 합니다. 만화는 역시 그림보다는 이야기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네요.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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