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쿠치바 전설 - 사쿠라바 가즈키 / 박수지 : 별점 3.5점 Book Review - 추리 or 호러

아카쿠치바 전설 - 6점
사쿠라바 가즈키 지음, 박수지 옮김/노블마인

렛츠리뷰에 당첨되어 받아 읽은 소설입니다. 사실 작가에 대해서는 정보가 전혀 없었는데 "제 60회 일본 추리작가협회상 수상작" 이라는 광고 카피에 끌려 신청해서 운좋게 당첨되었네요. 하지만 기대와는 다르게 전후부터 현대까지의 3대에 걸친 한 가족의 역사를 장대하고 다루고 있는 일종의 대하 소설이라 추리소설이라는 느낌은 전혀 오지 않습니다.^^ 

어쨌건 제일 먼저 하고 싶은 말은, 무척 재미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장편은 지루하기도 하고 시간도 없어서 몰입해서 읽은 기억이 없는데 이 책은 490페이지에 이르는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하루만에 몰입해서 읽을 정도로 재미있었습니다. 이렇게 3대, 특히 여성들만 주인공으로 한 설정의 소설은 사실 그렇게 드물지는 않지만 50년대에서 70년대까지의 아카쿠치바 만요, 80년대에서 90년대 후반까지의 아카쿠치바 게마리, 2000년부터 앞으로의 아카쿠치바 도코라는 3명의 아카쿠치바 여인들이 워낙 독특했을 뿐더러, 각 세대별로의 자세한 인생과 생각, 고민, 주변인물들을 사진기처럼 묘사하는 묘사력도 좋았고 디테일한 부분에서 발상이 기발한 곳이 많이 신선하게 와 닿았습니다.

각 세대별로 상세하게 이야기하자면, 일단 분량으로 따진다면 아카쿠치바 만요의 분량이 제일 많은 편인데, 그녀의 이른바 "천리안"이라 불리우는 예언능력 등은 마르께스의 "100년동안의 고독"을 연상케 하는 부분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만큼 환상적이고 기묘한 느낌이 딱 제 취향이더군요. 여러 묘사나 분위기 역시 당대의 느낌과 만요의 심리를 잘 전해주면서도 작품의 독특함을 잘 드러내고 있고요.

그러나 2대째인 아카쿠치바 게마리 부분은 혼란한 당시 일본 사회상을 반영하기는 했지만 환상적이라기 보다는 만화적이라 기묘하고 재치 넘친다는 느낌은 전해주지 못했습니다. 폭주족 여왕이 당대 최고 인기의 만화가가 된다는 설정은 이시카와 쥰도 이야기 했듯이 경험이 만화가의 제일 큰 무기라는 점에 부합하기는 하나 솔직히 너무 비현실적이잖아요? 주변인물들, 예를 들어 모모에나 초코같은 캐릭터도 썩 마음에 들지 않았고요. 어떻게 보면 만화같은 삶이라는 것을 강조한 묘사일 수도 있는데 지나쳐서 되려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러나 실제 화자이기도 한 3대째의 도코 이야기부터는 작품의 유일무이한 추리적 요소가 부각되는 점 때문에 괜찮았습니다. 이 추리적 요소, 즉 도코가 만요의 유언, "살인을 한 적이 있다"는 유언을 듣고 그 진상을 알기 위해 노력하는 부분은 작품 제일 첫 머리의 만요의 환상과도 맥이 닿아 있어서 작품이 순환하는 느낌도 전해 주는 등 나름 잘 짜여진 이야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복선과 순환구조 역시 "100년 동안의 고독"과 유사하지만 독특한 나름의 맛이 잘 살아있고요. 약간의 반전이 있다는 것도 추리 매니아인 저에게는 적지 않은 기쁨이었습니다.^^

과연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은 무엇일지, 책에서 이야기하는 미래의 뷰티풀 월드가 과연 있는지 고민하기에는 제 나이도 적지 않은 편이지만 희망과 미래, 그리고 지나간 시간을 다시한번 돌이켜 보게 하는 좋은 책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번 주말에는 꼭 외할머니를 찾아가 인사드리고 이런 저런 이야기도 나눠 보고 싶네요. 최소한 그런 생각이 들게 만든 것 하나만이라도 이 작품의 존재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워낙 재미있게 읽어서 작가의 다른 작품도 궁금해지네요. 별점은 3.5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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