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섬 퍼즐 - 아리스가와 아리스 / 김선영 : 별점 3점 Book Review - 추리 or 호러

외딴섬 퍼즐 - 6점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김선영 옮김/시공사

에가미 지로와 아리스는 에이토 대학 추리 동호회의 홍일점인 아리마 마리아의 초대로 아리마가의 별장이 있는 섬으로 여름 휴가를 떠나게 된다. 목적은 마리아의 할아버지인 아리마 데츠노스케가 섬에 숨겨두었다는 보물을 찾기 위함. 섬에 휴가 때마다 모이는 가족들과 손님들이 모두 도착하고 즐거운 휴가가 시작되나 곧바로 마리아의 고모부와 사촌누나가 밀실에서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연달아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에가미 지로는 최후의 순간에 진상을 꿰뚫고 아리스에게 자신의 이론을 설명하게 되는데…


국내에 두번째로 소개된 학생 아리스 시리즈 작품입니다. 전편인 "월광게임"의 경우 아마츄어 미스터리 매니아의 데뷰작이라는 느낌이 너무 강해서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었는데 이 작품은 첫 작품에서의 단점을 보완하여 확실히 업그레이드했네요. 물론 클로즈드 서클이라고 불리우기도 하는, 고립된 섬이라는 무대와 일본 추리 소설에서 흔히 보이는 부자 가문의 복잡한 인간관계라는 기본 설정은 골든 에이지 시절의 영국쪽 퍼즐 미스터리와 고전 일본 추리물의 영향을 부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뻔했지만 저도 이런 고전적 설정을 무척 좋아하기에 굳이 단점으로 꼽기는 어렵겠죠? 뭐 이런게 정통 아니겠습니까 ^^

작품은 크게 주어진 단서를 이용하여 섬에 숨겨진 보물을 찾는 이야기와 더불어 3건 (피해자는 4인)의 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일단 보물찾기 이야기는 암호 트릭으로 꽤 잘 만들어진 트릭입니다. 작위적이긴 하지만 기본 개념자체는 나쁘지 않았고 독자도 함께 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점에서 마음에 들었어요. 반면 살인사건 트릭은 그냥저냥하더군요. 밀실 트릭은 좀 대충 만든 것 같은 생각이 들기에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었고 다이잉 메시지는 그냥 그러한게 있었다 수준이거든요. 그 외에는 별다른 트릭 없이 “범인이 누구인가?” 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등 트릭물로 보기는 좀 어렵기도 합니다. 하지만 떨어진 지도에 남은 자전거 바퀴 자국을 토대로 하여 범인을 이끌어내는 전개는 좋았습니다. 이치에 합당할 뿐더러 전개도 합리적이고 수긍할만 했기 때문에요. 에가미 지로가 범인을 밝히는 마지막 장 앞에 “독자에 대한 도전”이 있는 것이 만용으로 보이지 않을 만큼 공정하면서도 치밀한, 잘 짜여진 이야기라 생각되네요.

그러나 범인이 단 한명으로 좁혀지는 결과를 낳은 것은 굉장히 아쉬웠어요. 전작 “월광게임”이 초딩스러운 불합리한 동기 부여로 작품의 수준이 바닥이었던것에 비교한다면 이번에는 범행의 동기 부여 부분에 있어서는 확실히 진일보하여 설득력을 갖추긴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설득력을 제공하는 부분이 너무 자세하게 표현되어 버려서 범행의 과정이나 트릭은 몰라도 결국 범인이 누구인지 쉽게 알 수 있었어요. 닫힌 공간에서 연쇄 살인이 벌어진다면 “누가 범인인가?” 부분을 좀 더 흥미진진하게 만들기 위해서라도 캐릭터간의 갈등을 보다 디테일하게 묘사했어야 하는데 이 작품에서는 마키하라 준지 이외의 등장인물들은 갈등 자체가 묘사되지 않아서 마지막 부분에서 동기가 확인되자마자 김이 확 빠져버렸습니다.

그 외에도 실제 범행이 아리스가 이야기하듯 “철인 3종 경기” 같은 체력이 필요했다는 점, 어차피 복수극이었다면 에가미와 아리스 같은 외부 손님이 없는 다른 시기 (몇 년 뒤가 되더라도) 에 범행을 저지르는 것이 더욱 합리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것들도 보완해야 할 점입니다. 보물찾기 트릭도 단서가 너무 명확한 장소를 나타내고 있어서 구태여 암호를 풀지 않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몇년간 찾았으면 결국 발견하지 않았었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시대가 많이 흐른 탓이기도 하겠지만 지금 읽기에는 "김전일" 스러운 전개 (혐오스러운 범행때문에 발생한 눈물의 범죄. 동정할 수 밖에 없는 범인 등)가 약간 거슬리기도 했고요.

아쉬운 점들 때문에 재미있게 읽기는 했지만 뭔가 2% 부족한 느낌은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전작보다는 확실히 좋아졌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계속 발전하는 모습이니 다음 작품 “쌍두의 악마”는 이 작품에서 드러나는 몇가지 문제점을 보완하여 그야말로 확실한 정통 고전과 같은 맛을 충분히 전해주지 않을까 생각되어 기대가 큽니다. “쌍두의 악마”는 그렇잖아도 걸작이라는 평도 많으니 올 여름 시즌 지나기 전에 나와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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