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3의 비밀 - 모리스 르블랑 / 성귀수 : 별점 2점 Book Review - 추리 or 호러

813의 비밀 - 4점
모리스 르블랑 지음, 성귀수 옮김/까치글방

대부호 케셀바흐의 호텔방에 뤼뺑이 침입한다. 그가 노리는 것은 케셀바흐가 알고 있는 비밀에 대한 정보. 뤼뺑은 케셀바흐의 비밀금고를 통해 관련 문서를 입수한 뒤 철수하지만 다음날 케셀바흐가 살해된 시체로 발견된다. 경찰청의 르노르망은 살인은 뤼뺑이 행한 것이 아니라는 논리적 추리를 펼쳐 살인범 L.M에 대한 단서를 잡지만 주요 증인들이 연이어 살해되고 르노르망도 범인의 덫에 걸린다. 한편 세르닌 공작으로 자칭한 뤼뺑은 스스로 사건을 해결하고 유럽의 판도를 뒤바꿀 비밀을 잡기 위해 동분서주 하지만 L.M의 음모에 빠져 샹떼-팰리스에 수감되게 되는데...

너무 더워서 책 읽기가 힘드네요. 독서도 힘든 날씨에 여러모로 지친 머리를 식히고자 고른 책이 바로 이 작품으로, 기암성 이후 4년간의 공백을 깨고 돌아온 뤼뺑의 모험을 그린 작품입니다. 500여페이지나 되는 엄청난 분량으로 뤼뺑 시리즈 중 가장 긴 장편이라고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이전과는 다른 거대한 스케일, 즉 유럽의 판세를 놓고 벌이는 뤼뺑과 악당 L.M의 한판 승부가 전편을 통해 장황하게 펼쳐지고 있습니다.

20세기 초반 당시의 유럽 현황과 실제 있었던 과거사를 통해 펼쳐지는 이야기속에서의 뤼뺑은 배후의 큰손으로 흡사 진나라의 여불위를 연상케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또한 이러한 거대 음모를 가능케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황제의 편지" 역시 이야기를 통해 상당한 설득력을 보여주기에 긴 분량에도 불구하고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네요. 무엇보다도 작품 내내 뤼뺑과 박빙의 대결을 펼치는 정체불명의 악당 L.M 이 다른 뤼뺑 시리즈의 라이벌인 홈즈와 가니마르와는 차원이 다른 막강함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었습니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추리물 다운 요소가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뤼뺑 시리즈는 괴도가 등장하는 범죄소설이기도 하지만 황금시대 정통 본격 추리물로 보아도 무방할 만큼 완성도 높은 트릭이 등장하는 것이 매력적인 작품인데, 이 작품은 다른 시리즈와는 달리 그러한 트릭 없이 모험물에 가까운 분위기로 작품이 전개되고 있거든요. 813이라는 숫자와 "APOON"이라는 단어를 이용한 일종의 암호트릭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APOON의 경우 억지에 가까운 등 트릭이라고 부르기도 어려운 수준의 간단한 장치일 뿐이었습니다. 시작부터 의문에 가까운 살인사건이 등장하는 등 뭔가 있음직한 분위기를 보여주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다지 성공한 것 같지 않네요. 마지막의 반전, 그리고 범인 L.M의 정체 역시 지금 읽기에는 낡고 시대에 뒤떨어진 진부한 결말이었습니다.

뤼뺑의 다양한 변장과 이중생활, 사생활 (특히 딸까지 등장합니다!) 등이 디테일한 심리묘사 등을 통해 보여지는 것과 유럽을 대상으로 한 뤼뺑의 두뇌게임은 매력적이지만 길이에 비한다면 알맹이는 없는 작품이 아니었나 싶네요. 이야기는 분명 재미있지만 황금시대를 대표하는 작품이 되기에는 뭔가 부족한, 모험물로 부르는 것이 타당한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때문에 별점은 2점입니다. 뭐 단지 모험물로만 본다면 괜찮기도 하지만 추리 애호가로서 평가했기에 별점이 좀 낮군요. 어쨌건 기대에 미치지는 못한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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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tuppence 2008/08/12 14:29 #

    추리...로서는 별로였지만 이야기 자체는 꽤 감동하면서 읽었어요. 어릴 때 읽었던 것과 너무 다르고 내용이 풍부해서 굉장히 재미있었습니다. ^^
  • hansang 2008/08/14 17:31 #

    tuppence : 일종의 팩션이라고나 할까요? 재미는 확실하긴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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