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밀 (incite Mill) - 요네자와 호노부 / 최고은 : 별점 3점 Book Review - 추리 or 호러

The Incite mill 인사이트 밀 - 6점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최고은 옮김/학산문화사(단행본)

여자친구를 만들기 위해 차를 구입하려고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 잡지를 뒤적이고 있던 평범한 대학생 유키 리쿠히코. 그런 그에게 갑자기 등 뒤에서 한 미녀가 말을 걸어왔다. 그 여자와 함께 들여다본 잡지 귀퉁이에 실려 있던 광고에는 시급 112,000엔, 엄청난 고액의, 엄청나게 수상한 아르바이트가 실려 있었다.

'연령과 성별 불문. 일주일 기간의 단기 아르바이트. 어느 인문과학적 실험의 피험자. 하루의 구속 시간은 24시간. 인권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24시간 피험자를 관찰한다.' 수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엄청난 시급에 눈이 멀어 망설임을 이기고 연락을 넣은 유키는 지정된 장소 ‘암귀관’을 향한다. 참가자는 열두 명. 그리고, 등 뒤로 육중한 문이 닫힌 순간, 열두 명의 운명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밤'을 향해 치닫는다.


2008년 “이 미스터리가 굉장해!”에서 10위를 차지한 요네자와 호노부의 장편 소설입니다.

정말 재미있게 읽은 소설로 처음부터 끝까지 정말 몰입하여 하루만에 읽어버리게 만드는 흡입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추리소설 매니아를 두근거리게 만드는 작중의 설정 및 트릭도 굉장히 매력적이었고요. 또한 일상계 추리소설을 발표해 왔던 요네자와 호노부의 전작과 유사하게 등장하는 인물들 대부분이 일상인, 소시민들이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여자친구를 사귀기 위해 중고차를 사려고 아르바이트에 응모하는 주인공이라니.. 정말 생동감이 넘칩니다.

하지만 분명 단점도 존재합니다. 제일 큰 단점은 모든 상황과 설정이 비현실적이라는 것이겠죠. 애당초 비밀의 조직에서 거액의 돈으로 아르바이트를 모집한 뒤 잘 기획된 폐쇄된 공간에 일단의 무리를 집어넣는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만화적이잖아요. 법과 돈을 초월한 의문의 조직, 잘 짜여진 룰과 상황에 어울리는 최적의 무대, 이건 완벽하게 만화 “라이어 게임” 판박이죠. 게다가 이 비밀의 조직이 행하는 실험(?)의 이유조차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아르바이트 잡지에 광고를 실었다는 결정적 증거가 있는 이상 관련한 수사가 진행된다면 분명히 꼬리가 잡혔을 텐데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되지 않는 점은 작가 스스로 쓰고싶은 부분만을 위해 억지로 가져다 붙인 설정이 아닌가 싶은 생각까지 들 정도였습니다. 앞서 말한 생동감 있는 소시민 캐릭터도 "스와나"라는 초슈퍼 엘리트 냉혈 미인 때문에 빛을 잃는 면도 없잖아 있고요. 인터넷 지인이신 decca 님의 말에 따르면 이러한 작위성이 매력이라고 하시던데 작위적인것도 정도껏 해야죠.... 제게는 만화를 소설로 억지로 각색한 느낌이 더 컸습니다.

또한 이 폐쇄된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의 과정 역시 합리적인 이야기 진행과는 거리가 멉니다. 일단 한명 죽이면 몇배, 범인을 밝히면 몇배 식으로 배율을 정해놓고 살인 게임을 유도한다고 하는데, 사실 제일 힘이 센 인물이 한명만 동료로 끌어들여 연쇄살인을 뚝딱 저지른다면 곧바로 게임이 끝나고 엄청난 거액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거든요. 물론 양심에 호소하며 그러한 상황을 방지코자 하는 애매한 묘사가 나오긴 하지만 설득력은 떨어지죠. 작중에서도 결국 범인은 “2명”을 살해하는 상황인데 “2명”과 “10명”의 차이가 과연 존재할 지 의문이기도 하고요. 아울러 한 4~5명 살해하고 감옥에 갇히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니었을까요? 가장 안전한 곳은 감옥이니 만큼 살해에 따른 보너스 수입과 안전을 손에 넣는다면 괜찮은 방법이었을 텐데 말이죠.

그리고 사건이 너무 “트릭”을 위해 작위적으로 짜여진 것도 껄끄럽더군요. 이 소설에서 진정한 이유를 가진 살인(?)은 첫번째 살인밖에 없으며, 이후 벌어진 살인은 전부 우발적이고 우연에 의한 것입니다. 물론 중간에 있는 두건의 살인은 확실한 동기가 나중에 밝혀지기는 하지만 살인이 벌어지는 상황이 우연과 우연이 결합된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작위적이었고, 극적인 결말을 위해 가져다 붙인 티가 많이 납니다. 우연과 우연이 결합되는 상황 역시 중간에 등장하는 “어디에 가나 3인 이상 이동” 이라는 그럴듯한 설정에 발목을 잡힌 듯 무리수를 둔 느낌까지 들고요.

이렇듯 단점이 좀 많고 아쉬운 부분도 많은 작품이라 비록 굉장히 재미있긴 하지만 자신있게 추천하기는 좀 애매한 작품입니다. 야구에 비유하자면 2사 1,2루 찬스에서 타점없이 진루만 가능한 짧은 안타를 친 격이랄까요. (번트안타?) 그래도 저는 손에 한번 잡으면 놓기 힘들 정도의 재미를 갖췄기에 별 3개 주겠습니다. 아무리 단점이 많고 만화같은 설정이라도 재미가 가장 중요한 법이니까요. 뭔가 속편을 암시하는 결말인데 속편이 나온다면 재미는 유지한채 보다 정교하고 철저한 설정을 기대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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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euphemia 2008/10/08 11:56 #

    아, 이거 보셨군요. 저도 읽을 예정인지라 눈에 초점 풀고 리뷰를 쓱 훑어만 봤습니다. ^^;
    이전에 번역된 두 편이 몹시 실망스러웠던 탓에, 이 작가를 계속 읽을지 말지를 여기에 걸어볼까 하고 있어요 :3
  • hansang 2008/10/08 12:57 #

    재미는 있습니다만 선뜻 권하기에는 망설여지는 애매한 수준의 작품이었습니다. 전작보다 나은 것은 확실하지만 장단점이 명확해서 참 애매하네요.
  • 우사미 2008/10/08 22:33 #

    저도 요즘 이거 읽고 있습니다 :)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같은, 클로즈드 서클 안에서 사람이 픽픽 죽어나가는 그런 내용일줄 알았는데 - 여러모로 <배틀로얄>을 연상시키더군요.
  • hansang 2008/10/09 11:46 #

    배틀로얄이었다면 이야기는 더 명쾌하긴 했겠죠.
  • 미도리™ 2009/02/25 11:10 #

    뭔가 애매했지만 그래도 확실히 재미는 있더라구요!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그래도 추천은 할만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
  • hansang 2009/02/25 17:07 #

    재미만큼은 추천작이죠. 확실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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