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저넌에게 꽃을 - 다니엘 키스 / 김인영 기타 쟝르문학

앨저넌에게 꽃을 - 10점
다니엘 키스 지음, 김인영 옮김/동서문화동판주식회사

빵가게 점원 '찰리 고든'은 32살이지만 IQ가 70도 되지 않는 저능아. 그런 그에게 지능 향상을 위한 실험이 제안되며 똑똑해 지고 싶었던 찰리는 그 제안을 수락한다. 지능향상 실험은 이미 "앨저넌"이라는 이름의 생쥐에게 적용되어 성공하였기에 인체 실험이 필요했던 것. 찰리는 실험 시작과 동시에 "경과보고"라는 이름의 문서를 작성하여 제출하기 시작한다....

반세기전인 1959년에 출간된, 휴고상과 네뷸라 상을 수상한 SF의 고전입니다. 유명한다는 것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지만 SF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기에 읽지 않았었는데 중고서점에서 별 생각없이 충동구매한 뒤 순식간에 다 읽어버린 작품입니다.

찰리의 경과보고라는 형태의 극단적 1인칭 시점으로 이루어져 있고, 저능아의 서툰 글에서 시작하는 변화의 과정이 고작 8개월여에 머무르는 짧은 기간의 이야기이기에 심리 묘사의 극을 보여주면서도 감동의 깊이를 더하는 이 작품은 한마디로 굉장히 아름다우면서도 슬프고, 그러면서도 끔찍하고도 잔인한 이야기였습니다. 다 읽고나니 눈물이 핑 돌 정도로요.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라 리뷰를 쓰기도 쉽지 않군요. 일정 수준 이상의 지식을 얻어가면서 더 소중한 것을 잃어가는 딜레마를 다룬 작품이기도 하고, 슬픈 결말을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것을 거부할 수 없다는 시한부 최루성 멜로물이기도 하고, 행복이라는 것이 사실 대단한 것이 아니라는 철학적 주제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니까요. 제가 짤막한 상식으로 리뷰를 쓴다는 것이 무례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의 "성취"를 이룬, 진정한 걸작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그야말로 우리 시대의 고전이네요.

한마디로 이제서야 읽은 것이 후회가 될 정도로 대단한, 놀라운 작품으로 이런 책이 잘 팔리지 않아서 절판을 거듭한 국내의 척박한 장르문학 환경은 화가 나기까지 하네요. 차라리 SF로 포장하지 않았으면 진정한 고전의 한 자리를 차지하지 않았을까요? SF적인 요소도 많지 않은데... 어쨌건 별점은 당연히 5점입니다. 제가 블로그에 책 리뷰를 올리면서 5점짜리 작품은 처음이네요. 이 작품을 좀 더 일찍 읽지 못한 것이 후회됩니다.

덧붙이자면. 소설에는 묘사되지 않았지만 워렌학교로 돌아간 찰리에게 곧 다가올 필연적 죽음, 그의 시체를 놓고 벌어질 실험을 생각하니 더 가슴이 아픕니다. 부디 찰리가 마지막 얼마간이라도 워렌학교에서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PS : 그나저나 영화화도 몇번 된 것 같은데 이 1인칭 심리묘사의 극한을 보여주는 작품을 어떻게 영상화할 수 있다는 것인지 궁금할 뿐이네요. 뭐 찰리 역이야 연기 좀 한다는 배우는 당연히 욕심낼만한 배역이긴 하지만 도저히 책이라는 매체의 효과를 뛰어넘는 영화가 나오리라고는 전혀 예상되지 않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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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JOSH 2009/03/14 09:38 # 답글

    우리나라나 일본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진게 더 유명한거 같긴 합니다.

    한국은 어레인지, 일본은 원작충실파 라나....
  • hansang 2009/03/14 09:47 #

    작가가 처음 원작을 한 출판사에 보냈을때 그 출판사에서 엔딩을 해피엔딩으로 하자고 했지만 작가 친구가 "그렇다면 내가 자네 다리를 야구방망이로 후려갈기겠네"라는 말을 했다죠? 우리나라 드라마는 보지는 못했지만 인터넷을 뒤져본 결과로 볼 때 필립 말로우의 표현대로 "양손에 야구 방망이 두개씩 든 양키스 팀의 외야수" 정도는 끌고가서 맛을 보여줘야 할 것 같군요.
  • 얼음칼 2009/03/14 10:02 # 답글

    1968년에 Charly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됐고, 주인공 찰리 역을 맡았던 클리프 로버슨은 이 작품으로 다음해에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습니다. 최근에는 스파이더맨의 벤 아저씨로 등장했었지요. 영화도 소설만큼 훌륭합니다.

    http://www.imdb.com/title/tt0062794/
  • hansang 2009/03/14 10:04 #

    책 뒤에도 소개가 나와있긴 한데 영화를 안봐서 당쵀 감이 안오더라고요. 좀 평이하게 찍었을 것 같기는 합니다만... 원작이 워낙 좋으니 영화도 좋겠지만 그래도 이 작품은 확실히 책으로 읽어야 제맛일 것 같아요. 영화도 기회가 되면 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까날 2009/03/14 10:11 # 답글

    최근에는 '빵가게 찰리의 행복하고도 슬픈 날들'로 더 많이 나왔을 겁니다.
  • hansang 2009/03/14 14:10 #

    제가 읽은 것도 그 버전인데 아동틱한 제목이 마음에 안들어서 바꿔놓은 것입니다.
  • mrkwang 2009/03/14 12:59 # 답글

    이 책을 본거 같기도 하고, 아닌 것도 같고(...)
  • hansang 2009/03/14 14:10 #

    아마 보셨을겁니다. 이쪽 바닥에서는 고전이니...
  • 소시민 2009/03/14 13:57 # 답글

    구미가 당기는군요.
  • hansang 2009/03/14 14:11 #

    안 읽으셨다면, 그리고 장르 문학 팬이시라면 강추입니다.
  • DOSKHARAAS 2009/03/14 17:10 # 답글

    저는 이 책을 <초학습법>이라는 책에서, 초등학교 5학년 때 존재를 알게 되었습니다. 엄청나게 강추하고 있더군요. 특히 영어공부를 하는 사람이라면 원서로 사서 읽어보면서 자신의 실력도 점검해보라는 이야기도 실려 있었습니다.
  • DOSKHARAAS 2009/03/14 17:10 #

    물론 다른 판본이기는 하지만 가지고 있지요.
  • hansang 2009/03/16 09:02 #

    좀 의외네요.^^;;
  • Hyeon 2009/03/16 03:26 # 답글

    읽어보고 싶었던 책인데, 이 글을 보니 더욱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 hansang 2009/03/16 09:02 #

    쟝르문학 좋아하신다면 정말 강추합니다.
  • 2009/03/16 17:52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hansang 2009/03/16 17:56 #

    댓글 감사드립니다. 한국 드라마도 굉장히 좋은 작품이었군요. 제대로 보지도 않고 얄팍한 정보를 통해 너무 쉽게쉽게 이야기한 점은 정말이지 죄송하네요. 그러나 이 작품의 "해피엔딩"은 정말이지 상상하기 힘들었기 때문에 좀 삐딱하게 본 것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나저나... 제가 제대로 보지 않았거나 잘 모르는 작품에 대한 평가는 정말이지 하지 않아야 하는데 실수한 것 같아 드라마 팬 분들께는 죄송스럽네요.
  • 소시민 2009/03/26 19:46 # 답글

    드디어 읽었습니다. 평범함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 계기였습니다.
  • hansang 2009/03/27 14:58 #

    넵 정말 좋은 소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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