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 1,2 - 기리노 나쓰오 : 별점 4점 Book Review - 추리 or 호러

아웃 1 - 8점
기리노 나쓰오 지음/황금가지

도시락공장에서 야간근무를 하는 4명의 여인 마사코와 요시에, 야요이, 쿠니코는 서로 팀을 짜서 일하는 관계. 그러던 어느날 우발적으로 남편을 살해한 야요이가 마사코에게 도움을 요청하는데....

* 스포일러가 약간 있습니다. 정통 추리물도 아니고 특별한 반전도 없는 만큼 대단하진 않지만 염두해 주세요.

정말 끔찍한 작품입니다! 그야말로 더 이상 갈 곳 없는 막다른 막장의 심리를 이보다 잘 표현한 소설이 있을까요? 읽는 내내 소름이 돋을 정도였어요. 다른 작품들에 비해 뒷맛이 개운치 못한 탓에 더더욱 끔찍한게 아니었나 싶네요. 기리노 나쓰오 작품은 세편 ("얼굴에 흩날리는 비", "내 아이는 어디로 갔을까 (부드러운 볼)", "암보스 문도스") 만 접해보았지만 사람 마음을 후벼판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깊은 인상을 남긴 작품은 이 작품이 처음이었습니다.

끔찍하고 인상적이었던 이유를 들자면 첫번째로는 등장 인물들의 도를 넘는 이기주의와 자기 합리화를 들고 싶네요.
자신이 자초한 회사내 왕따(?)로 인해 회사도 잘리고 가정에서도 남편과 아이 모두에게 소외된 주인공 마사코는 회사에서나 가정에서나 절대로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꾸려 노력하지 않습니다. 바람나고 도박에 빠진 남편을 우발적으로 살해한 야요이 역시 남편과 어떻게 잘해보려는 의지는 작품내에서 전혀 보이지 않고요. 시어머니와 딸에 치여 사는 요시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터무니없는 과소비로 빚더미에 눌려사는 쿠니코는 뭐 말할 필요도 없죠.
즉 본인 스스로들이 세상의 모든 고민과 불행을 지고 사는 것 처럼 묘사는 되지만 원인 자체부터 자기 자신에게 있다는 것은 대부분 망각되고 있으며 그것을 어떻게 벗어나거나 개선하려는 의지는 눈꼽만큼도, 1mg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그야말로 극단적 이기주의로밖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야요이와 마사코는 이혼과 같은 현실적 방안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요시에는 무너진 가정을 홀로 지탱할 뿐 딸에 대해서는 전혀라고 할 정도로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거의 "짐"으로 여겨질 만큼요. 엄청난 민폐 캐릭터지만 상황을 현실적으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며 본능에 의해서 움직이는 쿠니코가 차라리 인간적으로 보일 정도였어요.

두번째 이유는 지옥행 급행열차에 대한 묘사를 들고 싶습니다. 어려운 상황만 당장 벗어나려 발버둥치려는 현실이 결국 지옥으로 향하는 전개는 다른 작품에서도 많이 보아왔지만 이 작품의 처절함은 수준이 다르더군요. 처음에는 어쨌건 "선의"였을 수 있는 친구 남편 시체를 토막내어 유기하는 행위가 우정의 파탄과 더불어 협박, 또다른 시체 유기와 같은 단계를 거쳐 결국 살인으로 업그레이드 되는 과정이 디테일하면서도 너무나 적나라하거든요. 때문에 중반에 등장하는 "시체처리 부업" 이라는 기발한 아이디어는 깜찍하고 재미있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이유는 절대 절망 엔딩입니다. 알거지가 된 야요이는 그래도 나름 미모가 있으니 조금 나은 편이고 마지막에 사다케에 의해 만신창이가 될 뿐 아니라 결국 모든것을 잃고 그야말로 "홀로" 남겨지는 마사코의 결말도 비참한 수준이나 그래도 그녀에게는 현실에서의 탈출과 거금이라는 보상이 있는 반면 친구들에 의해 토막나 버려지는 쿠니코와 가족에게 버림받고 마지막에는 극단적인 결론을 내리는, 결국 뭘 위해서 시체 토막까지 했는지 알 수 없게 된 요시에의 엔딩은 정말이지 죽을때까지 맞고 한대 더 맞는 기분이 들 정도로 씁쓸했습니다.

어쨌건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너무나 인상적이고 재미있었으며 읽는 내내 손에서 떼기 힘들정도의 박력과 흡입력, 거기에 무엇보다도 대단한 심리묘사가 어우러진 대단한 작품입니다. 추리소설로 부를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어차피 고전적인 정통 추리물을 기대한 것은 아닌 만큼 만족스러운 독서였어요. 때문에 별점은 4점. 하지만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기 때문에 다시 읽게될 것 같지는 않네요.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여성을 중심으로 한 디테일한 심리묘사와 일상속의 지옥도, 남자 캐릭터들은 준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사다케를 빼면 하나같이 머저리같은 인물로 그려진 등의 점이 미네트 월터스 (그 중에서도 "냉동창고") 작품과 비슷하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물론 미네트 월터스 작품은 나름 해피엔딩들이라는 차이점은 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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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DOSKHARAAS 2009/10/29 20:58 #

    정말이지 일본에서 환생한 패트리시아 하이스미스 입니다. 볼 때 마다 열폭한다니까요.
  • hansang 2009/10/30 09:23 #

    저는 미네트 월터스 생각이 났는데. 어쨌건 구미 작가들에 뒤지지 않는 대단한 작가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 2009/10/30 10:38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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