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미도
주말에 푹 쉬라는 하늘의 명을 받잡아(^^) 그간 수차례 보길 시도했으나 줄창 실패한 "실미도"를 보러 갔습니다.

내용은 익히 알려진 대로,
북으로 간 아버지 때문에 연좌제에 걸려 사회 어느 곳에서도 인간대접 받을 수 없었던 강인찬(설경구 분) 역시 어두운 과거와 함께 뒷골목을 전전하다가 살인미수로 수감된다. 그런 그 앞에 한 군인이 접근, '나라를 위해 칼을 잡을 수 있겠냐'는 엉뚱한 제안을 던지곤 그저 살인미수일 뿐인 그에게 사형을 언도하는데... 누군가에게 이끌려 사형장으로 향하던 인찬, 그러나 그가 도착한 곳은 인천 외딴 부둣가, 그곳엔 인찬 말고도 상필(정재영 분), 찬석(강성진 분), 원희(임원희 분), 근재(강신일 분) 등 시꺼먼 사내들이 잔뜩 모여 있었고 그렇게 1968년 대한민국 서부 외딴 섬 '실미도'에 기관원에 의해 강제차출된 31명이 모인다.

영문 모르고 머리를 깎고 군인이 된 31명의 훈련병들, 그들에게 나타난 예의 그 묘령의 군인은 바로 김재현 준위(안성기 분), 어리둥절한 그들에게 "주석궁에 침투, 김일성 목을 따 오는 것이 너희들의 임무다"는 한 마디를 시작으로 냉철한 조중사(허준호 분)의 인솔하에 31명 훈련병에 대한 혹독한 지옥훈련이 시작된다.

'684 주석궁폭파부대'라 불리는 계급도 소속도 없는 훈련병과 그들의 감시와 훈련을 맡은 기간병들... "낙오자는 죽인다, 체포되면 자폭하라!"는 구호하에 실미도엔 인간은 없고 '김일성 모가지 따기'라는 분명한 목적만이 존재해간다...


1971년, 대방동 앞에서 자폭한 실제 실미도 대원들의 삶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한국 영화계의 마이더스 손이라는 강우석 감독의 신작입니다.

영화는 초반에는 실미도 684 부대원들의 지옥훈련을 중심으로, 중반부터는 그 훈련 와중에 싹트는 동료애와 전우애를, 마지막에는 시대의 희생양으로 사라져 가는 부대원들의 모습들을 그리고 있습니다. 확실히 초,중반의 훈련장면과 동료, 기간병들과 싹트는 전우애 같은 부분의 묘사는 좋더군요. 대부분 사람들이 "도대체 80억 어디다 썼냐?"라고 하시던데, 뭐 티는 크게 안나지만 그래도 돈 들인 티는 제법 납니다.

거기에 각본이 꽤 탄탄히 틀이 잡혀 있어서, 어떤 한 부분에 치우치지 않고 비교적 냉정한 시선으로 사건을 바라보며, 힘을 잃지 않는 구성을 하고 있는 것도 좋았고요, 무엇보다 설경구 등 배우들의 연기도 무척 좋았습니다. (올드보이의 최민식씨와 비교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정도까지 광기를 보여주진 못하는것 같습니다만...) "공포의 외인구단" 같은 지옥훈련 묘사도 재밌었고요, 단지 그런 지옥훈련을 받은 최고의 정예부대의 전투력이 생각보다 별로라는 아쉬움은 조금 남습니다만...

제 군대있을 때 동기들 생각도 나고 (명식아! 정현아! 현곤아! 이거 보면 연락해라~!) 저는 재미있게 봤습니다. 딱! 기대한 수준 정도의 영화였거든요.

중간 중간 좀 지루한 부분이나, 별 필요없는 에피소드같은것은 조금 더 편집해도 좋았겠지만 (원희의 강간 에피소드같은....), 벌써 300만이 봤다고 하는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히트칠만한 미덕은 분명히 있는 영화입니다. 특히, 군대갔다온 사람들이나 "김신조사건"을 알고 있는 세대라면 강추입니다. (김신조 아들이 저하고 초등학교 동기 동창이었다는.....)

PS: 향후 수출이나, 내용을 고려했을 때 제목을 "실미도" 보다는 "684" 로 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요?
by hansang | 2004/01/11 12:21 | 영화를 보고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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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leiness at 2004/01/11 12:30
보고 싶은 영화 중에 하나 입니다. 개봉끝나고 몇달 지나면 해외 비디오 대여점에 대여용으로 나오게 되는데 그때까지 기다려야 하지만요.
Commented by 프리스티 at 2004/01/11 12:41
좀 불쾌한 장면이 있었지만, 결국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더군요. 좀 더 잘 만들 수 있었을 텐데, 아쉽습니다.
Commented by 랑이 at 2004/01/11 13:53
영화를 보고 크레딧까지 다 보고 무거운 마음으로 일어섰는데, 저희 아빠 세대 아저씨들이 너무 많아서 깜짝 놀랬어요. 300만 관객 돌파의 힘은 역시 10-20대만으로 부족하다는걸 새삼 느꼈고, 이런 영화가 용인될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 다시금 행복하게 느껴지더군요..
Commented by hansang at 2004/01/12 14:16
leiness : 이궁.. 빨리 보실 수 있길 기원합니다.
프리스티 : 그렇죠.. 마무리가 조금 아쉽더라고요
랑이 : 다른말로 하자면 "세상 참 많이 좋아졌죠?"^^ 저도 행복하게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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