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의 비극 - 엘러리 퀸 / 강호걸 : 별점 4점 Book Review - 추리 or 호러

Y의 비극 - 8점
엘러리 퀸 지음, 강호걸 옮김/해문출판사

엘러리 퀸의 또 다른 탐정 드루리 레인 시리즈의 대표작이자 세계 3대 추리소설로 알려진 그 작품입니다. 약간의 내용 설명이 있으니 아직 안 읽으신 분들은 참고하시길...

어느날, 뉴욕만의 한적한 바다에서 처참한 시체가 발견됩니다. 조사결과 밝혀진 시체의 정체는 미치광이 해터 집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미치광이 모자”의 패러디)으로 알려진 부호 해터 가문의 가장인 요크 해터로 방수 지갑안에 “나는 정상적인 정신상태에서 자살한다”라는 짤막한 유서도 있었죠. 그리고 몇 주 후, 해터 집안의 딸인 벙어리이자 장님이고 귀머거리인 루이자 해터의 독살 미수 사건이 일어나고 경찰은 수사에 나섭니다. 내부의 인물 누구든 동기가 있고, 독을 넣을 수 있었던 상태.
어느날 밤, 실질적인 해터 가문의 주인인 에밀리 헤터 여사의 살인과 루이자 독살 미수가 다시 발생하고 드루리 레인은 친구 샘 경감의 요청으로 이 사건에 뛰어들게 됩니다...


저는 사실 X,Y,Z 시리즈 중에서 Z부터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 “Z”에 굉장히 실망했던 터라 이 작품에도 크게 기대를 하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읽다보니, 과연 엘러리 퀸! 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재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위의 줄거리 처럼 일단 콩가루 부잣집의 살인극을 다루고 있습니다. 놀라운 것은 악과 음모의 상징 같은 콩가루 저택에서 살인이 달랑 한번 (두번이긴 하지만 두번째는 응징..에 가까우니) 밖에 일어나지 않습니다. 제 생각인데 일본풍 (특히 “아마기 세이마루” 풍) 이라면 거의 전가족이 몰살당하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긴 장편을 흥미진진하게 끌어나가고 있으며 특유의 “독자와의 대결”도 공정한, 정통 추리소설로서의 미덕을 잃지 않습니다. 복선이나 트릭 역시 큰 줄기에서 파생된, 완벽한 형태로의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그러나 단점도 있습니다. 일단 범인역이 너무 쉽게 드러난다는 것이겠죠. 발표당시에는 무척이나 충격적인 범인이었겠지만 현대에 와서는 그 충격이 많이 퇴색하는 것 같기도 하고, 단서 자체가 너무 상식 가능한 선인 것 같습니다. 중간 부분의 루이자의 증언으로 거의 밝혀지거든요… 사실 이 이후의 후반부는 레인이 범죄의 동기나 실제로 이미 죽어버린 “실체”를 찾기 위한 활동이지 범인을 드러나게 하는 트릭면에서는 별 비중 없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시각적으로 분명한 정보를 두루뭉실하게 표현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삽화나 사진 등으로 직접 눈으로 보게된다면 보다 쉽게 진범을 알아낼 수 있는, 어떻게 보면 말장난 같은 현장 묘사에 의한 트릭이 많아서 공감하기 쉽지 않았어요. 번역본이라 더 심하게 느껴진것 같기는 한데 특히 “만돌린”을 흉기로 쓴 타당성에 관한 묘사는 영문학적인 지식 없이는, 그래서 국내 독자에게는 조금 이해 불가능한 부분이라 생각됩니다.

또 탐정인 드루리 레인 역시 불만스러웠어요. 원래 세익스피어극의 명배우 출신으로 부유하다는 설정까지는 이해해도 왜 귀머거리라는 설정을 했는지 모르겠네요. 귀머거리라서 더 추리를 잘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당시, 추리소설 황금기의 명탐정들이 워낙 개성적인 캐릭터들이 많았던 탓에 나름 색다른 면을 부각시키기 위한 설정인 것은 알겠지만 단순한 설정에 불과하여 반세기 이상 세월이 흐른 지금에는 오히려 마이너스 요소가 되는 것 같습니다.
제목 역시 마찬가지로 불만이에요. 말장난 같은데 이 “Y”라는 제목의 의미가 전~혀! 거~의! 내용과 상관없는 부분이거든요. 차라리 단편 “미친 티 파티” 처럼 아예 앨리스를 가져다 쓴 제목을 붙이던가…. 일부러 X,Y,Z로 글자를 맞추고 싶어한 의도는 알겠지만 너무 억지로 갖다 붙였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허나 이러한 단점들은 소소할 뿐 무척이나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는, 정통파 고전의 품격을 갖춘 명작임에는 분명합니다. 이른바 “세계 3대 추리소설” 중 하나라는 명성에도 전혀 부족함이 없고요. 별점은 4점입니다. 번역도 괜찮은만큼 아직 읽지 않으셨다면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PS : 전 이렇게 순위 매기는 것, 싫어하지는 않지만 너무 객관적 근거 없는 "세계 3대 어쩌구..."하는 말에는 거부감이 있네요. 사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나 “환상의 여인”은 정통파 추리소설로 보기에는 거리가 있지 않나요?


핑백

  • hansang's world is not enough : 비뚤어진 집 - 애거서 크리스티 / 정성희 2008-10-04 11:44:15 #

    ... 생각되긴 합니다. 또한 트릭과 동기도 특정할 수 없고 별다른 것이 없다는 약점을 소설 자체적으로 내포하고 있어서 본격물을 기대한다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다고 보이네요.전체적으로 "Y의 비극"과 상당히 유사한 설정과 포맷으로 진행되는 것이 비교해서 읽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Y의 비극" 쪽이 10여년 먼저 발표되었으니 여사님이 어느 정도 영향을 받지 않 ... more

  • hansang's world is not enough : 저명작가가 뽑은 미스터리 / SF 베스트 5 2009-01-22 15:10:18 #

    ... 1. Y의 비극 : 엘러리 퀸</a>2. 브라운 신부의 동심 : G.K 체스터튼3. 구부러진 경첩 : 딕슨 카4. 그린 살인사건 : 반 다인5. 독초콜릿 사건 : 안소니 버클리 콕스기타무라 카오루1. 일본탐정소설전집2 에도가와란포2. 아아아이이치로의 낭패 : 아와사카 츠마오3. 브라운 신부의 동심 : G.K 체스터튼4. 불청객들의 뷔페 : 크리스티나 브랜드5. 새하얀 거짓말 : 프레드릭 브라운교코쿠 나츠히코1. 흡혈귀 드랴큐라 : 브램 스토커2. 기암성 ... more

  • 극한추리 hansang's world : 이 미스터리를 읽어라! 해외편 - 본격물 목차 소개 2009-12-07 17:50:35 #

    ... 일본의 여정 미스터리 인기에 불을 당긴 F.W 크로포츠의 "통"11. 미국 미스터리 중흥의 시조. 회심의 역작 "그린 살인사건"12. 30년간 베스트 원의 자리를 독점. 엘러리 퀸의 "Y의 비극"13. "세개의 관"으로 불가능범죄를 풀어나가는 놀라운 쾌감을!14. 개성파탐정의 필두는 "독사"로 데뷰한 미식가 탐정 네 ... more

  • 극한추리 hansang's world-추리소설 1000권읽기 : 세계 10대 추리소설 리스트 정리 (Brutus 397호 참고) 2010-11-30 18:15:24 #

    ... 하이스미스 "낯선 승객"10. 엘러리 퀸 "꼬리 아홉 고양이"기타 :세계 10대 추리 소설 (히치콕 매거진 선정 / 동률이 있어서 총 12작품) :1. 엘러리 퀸 "Y의 비극"2. F.W 크로프츠 "통"3. 반 다인 "비숍 살인사건"4. 반 다인 "그린 살인사건"5. 윌리엄 아이리쉬 "환상의 여인"6. 애거서 크리스티 "그리 ... more

  • 극한추리 hansang's world-추리소설 1000권읽기 : 그린살인사건 - S.S 반 다인 / 안동림 : 별점 2점 2011-05-08 10:42:44 #

    ... 분이 부실하니 졸은 점수를 주기가 힘드네요. 제가 가지고 있던 반 다인에 대한 나쁜 인식만 더해준 작품입니다.덧붙이자면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엘러리 퀸의 &lt;Y의 비극&gt;과 굉장히 유사하다는 것을 꼽을 수 있습니다. 비정상적인 그린 가문의 어머니와 형제 자매들에 대한 설정과 묘사는 의 해터 집안과 별반 다를게 없으며 그 ... more

  • 극한추리 hansang's world-추리소설 1000권읽기 : 추리소설 필독서 16선이라는 목록을 보고... 2013-01-08 11:18:00 #

    ... 추리소설 필독서 16선?!산왕님 포스트에서 가져왔습니다.1.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 애거서 크리스티2. 오리엔트 특급살인 ~ 애거서 크리스티3. Y의 비극 ~ 엘러리 퀸4. 통 ~ 프리먼 윌스 크로포츠5. 바스커빌의 개 ~ 코난 도일6. 이집트 십자가의 비밀 ~ 엘러리 퀸7. 황제의 코담배 케이스 ~ 존 딕슨 카8. 벌거벗은 얼굴 ... more

  • 극한추리 hansang's world-추리소설 1000권읽기 : 주간문춘선정 동서미스터리 100 개정판 2013-02-07 19:16:01 #

    ... 미출간)49위 조로구모의 이치, 교고쿠 나쓰히코 (국내 미출간)50위 불야성, 하세 세이슈&lt;해외&gt;1위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애거서 크리스티2위 Y의 비극, 엘러리 퀸3위 셜록 홈스의 모험, 아서 코난 도일4위 환상의 여인, 윌리엄 아이리시5위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애거서 크리스티6위 기나긴 이별, 레이먼드 ... more

덧글

  • chrimhilt 2004/01/13 19:26 #

    예, 정말 귀머거리라는 설정은 별 필요가 없죠. 귀머거리라서 무슨 단서를 잡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재밌게 읽긴 했어요-ㅁ-;
  • forthreich 2004/01/13 19:33 #

    저는 꽤 예전에 읽어서 확실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무지 재밌게 읽었던 것만큼은 기억납니다. 끝까지 범인을 눈치 못 챘어요..^^;;;;
  • poirot 2004/01/13 19:38 #

    귀머거리 설정은 아마 "드루리레인의 마지막 사건"에서 비중있게 써먹었던 것으로 기억을 합니다.(기억이 가물가물)
    저 세계3대란 것이 어디서 누가 붙인것인지 항상 궁금했었습니다. 출처가 어딜까요? ^^
  • rumic71 2004/01/14 01:27 #

    4부작 중에는 Y의 비극이 제일 유명하죠.(아동판으로도 나왔던) 그건 어쨌건 간에 이 시리즈에서 유일하게 맘에 드는 캐릭터는 미소녀(?) 썸양인듯.
  • 산왕 2004/01/14 05:11 #

    안녕하세요 링크했습니다
    추리소설은 취미생활의 또 한 축을 이루는;;
    아가사여사나 엘러리퀸 반다인의 소설들은 아주 좋아합니다(메이저한것 뿐이군요^^) 물론 탐정은 홈즈를 가장 좋아하지만;;
    일본쪽은 그리 많이는 안봤구 란포나 지로의 것을 약간 본 정도군요
    하드보일드는 그다지 좋아하질 않아 살인은 피로보상하라 정도만 좋아합니다^^탐정이 술주정뱅이에 마누라는 도망친 뭐 그런 주제에 정의감만 있어서 매우 마음에 들었었죠^^
  • hansang 2004/01/14 10:07 #

    chrimhilt : 그렇죠? 이 당시 탐정들은 너무 튀려고(?)하는 경향이 있어서...^^
    forthreich : 생각해 보니 제가 무슨 추리 퀴즈집 같은곳에서 요약한 판본을 읽고 범인을 짐작했는지도..... 하여간 재미있는 책이었습니다.
    poirot : 흠.. 그렇군요. 그래도 만들어 놓은 탐정의 특징이 마지막 책에서나 튄다면 그것도 아깝겠는데요..^^
    rumic71 : 네 4부작 중 최고로 알려져 있죠. 썸양은 개인적으로는 싫어합니다... (너무 나서지 않나요? 엘러리 작품 여주인공들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산왕 : 네 자주 들러주세요. 저도 하드보일드는 그다지 많이 읽지는 않습니다^^
  • leiness 2004/01/14 17:19 #

    전 이거 옛날에 해문인가하는 출판사에서 한창 찍어댄 아동판 추리소설 시리즈의 하나로 본 것 같군요.(그냥 단행본이던가? 이집트 십자가의 비밀은 확실한데...-_-a)
    꽤 흥미롭게 본 작품으로 기억나긴 합니다만 제대로 된 걸 한번 보고 싶기도 하군요. 아무래도 어려서 본게 아동판이라 마구 삭제 편집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 hansang 2004/01/15 13:43 #

    leiness : 그 해문판은 일본판 중역이었죠. 이번에 완전판으로 다시 보셔도 좋으실 것 같습니다.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2017 대표이글루_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