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은 젤라즈니 초기의 중단편들로 구성된 작품집입니다. 무려 17편이나 되는 작품들로 채워져 있으며 각 작품들 하나하나마다 일정수준 이상의 즐거움을 주는 실로 주옥과도 같은 작품집이네요. 개인적으로 다 토를 달고 싶지만, 인상적이었던 작품들만 꼽아보면, 일단 첫 단편 “12월의 열쇠”는 “신”이 되어가는 한 피조물과 행성의 장대한 이야기를 짧게 풀어놓은 작품으로 “신들의 사회”에서 볼 수 있었던 장대한 시공간을 아우르는 작품이었습니다. 젤라즈니라는 작가에 대해 놀라운 것은, 이 단편의 주인공 캐릭터와 “행성의 환경을 변화시켜야만 하는(!)” 상황에 대한 묘사는 40여년이 지난 지금도 충분히 과학적이면서도 현실적이고 또한 풍자적이라는 것입니다. 2번째 단편 “그 얼굴의 문, 그 입의 등잔”은 일종의 모험소설 같은 SF로 금성에 살고있는 100미터나 되는 “이키”라는 이름의 물고기(?)를 낚는 이야기입니다. 조금 이색적인 작품이었습니다. 젤라즈니답지 않은 현실적이고 조금 허무주의적인 주인공은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야기의 밀도가 조금 떨어지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3번째 작품 “악마차”는 지성을 가진 자동차들이 인간을 습격한다는, 스티븐 킹의 “맥시멈 오브 드라이브”등과 비슷한 설정의 작품으로 신선함은 좀 떨어졌지만 여러가지 성격의 인공지능 차량에 대한 묘사와 여운을 남기는 후반부 묘사는 굉장히 좋았습니다. 4번째 작품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는 표제작이기도 한 걸작 중편입니다. 서두부분의 고대 화성문명과의 조우에서부터 결국 운명을 거스를 수는 없고 모든 것에는 인과관계가 있다는 결말부분까지 장중하면서도 흥미진진하게 이야기해 나가는 젤라즈니의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이야말로 후대에 미친 영향이 상당한 것 같은데, 후대의 모방작들과는 전혀 다른 원전으로서의 품격과 가치를 잘 알려주는군요. 6번째 작품 “이 죽음의 산에서”는 외계의 100마일이나 되는 높이의 산을 등반하는 탐험가와 그들을 방해하는 미지의 존재의 이야기인데 모험소설적인 묘사가 굉장히 탁월한 작품입니다. 약간의 SF적인 설정만 뺀다면 산악 모험담으로 보아도 손색이 없을 듯 싶네요. 9번째 작품 “폭풍의 이 순간”은 머나먼 외계의 한 행성을 무대로 한 “재난”드라마로 SF적인 설정이나 묘사보다는 긴박하고 스릴 넘치는 묘사가 돋보이는 단편입니다. 뒷부분의 후일담은 조금 사족인 듯 싶었지만….^^ 14번째 작품인 “화이올리를 사랑한 남자”는 거대한 인간 냉동 창고의 묘지기(?)역할을 하고 있는 사이보그(?)와 화이올리라는 신화적 존재의 사랑을 그리고 있는 독특한 작품이었고, 16번째 작품 “프로스트와 베타”는 인류가 멸망한 이후의 새로운 신, 새로운 인류가 되어가는 컴퓨터의 이야기로 설정이나 스토리, 결말까지 모든 부분에 있어서 완벽한, 개인적으로는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이었습니다. 이 책은 SF와 환타지를 잘 조화시키며 거기에 나름의 독특한 설정과 이야기를 부여하는 젤라즈니라는 거장의 재능을 한껏 느낄 수 있게해준 좋은 작품집입니다. 그간 이런저런 이유로 쉽게 접할 수 없었는데 의외로 한번 손을 댄 이후에는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던 책입니다. 같은 이유로 모셔만 놓았던 다른 책들도 한번 손대봐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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