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사건, 사고 전담반 - 존 딕슨 카 / 임경아 : 별점 3점 Book Review - 추리 or 호러

기묘한 사건.사고 전담반 - 6점
존 딕슨 카 지음, 임경아 옮김/로크미디어

불가사의한 사건, 사고를 전담하는 런던 경시청의 D-3 부서에서 마치 대령과 로버트 경위가 접수된 다양한 사건, 사고를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 7편과 기타 단편 4편이 실려있는 단편집입니다.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사건을 해결하는 전담부서라는 것은 <미궁과 사건부>나 현대의 X-File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변주된 설정일텐데 이 작품은 1940년이라는 발표 시기를 볼 때 거의 원조격에 해당하는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후대의 다른 작품들에 비하면 D-3 부서로의 직접 의뢰보다는 마치 대령이 활약하는 전형적인 명탐정물에 가깝다는 점에서 이러한 설정이 별로 의미가 있어보이지는 않지만요. 또 마치 대령 캐릭터가 여러모로 딕슨 카의 다른 명탐정들 - 펠 박사 / 헨리 메리베일 경 - 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점도 색다른 설정을 보강하는데는 별 도움을 주지 못한 것 같네요.

어쨌건 앞서 말씀드린대로 이 작품이 첫 발표된 것은 1940년. 때문에 이 작품을 보는 시선은 두가지로 나뉠 것 같습니다. 한가지는 낡고 진부한 트릭이 가득한 낡아빠진 작품이라는 것, 또 다른 한가지는 트릭은 뻔하지만 거장의 솜씨로 완성도높게 마무리한 고전 명작이라는 것이겠죠. 그런데 제가 읽고 내린 결론은 후자쪽입니다.
등장하는 이야기들의 트릭들이 낡고 진부한 것은 인정하지만 그러나 이 작품이 발표된 시기를 감안한다면 적절하지 못한 비평일테고 오히려 이러한 낡은 트릭과 구성으로도 한편의 이야기를 조리있게 진행하는 딕슨 카라는 거장의 솜씨에 더욱 감탄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뻔한 내용이라도 동기를 합리적으로 처리한다던가, 기발한 발상으로 단서를 포착하는 묘사들과 전개방식은 추리소설 작법 측면에서라도 읽어볼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생각되네요.
게다가 D-3 부서와 마치 대령 시리즈 이외의 4편은 고딕 호러, 역사극 스타일의 추리소설을 많이 창작한 딕슨 카의 필력을 잘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었기에 아주 반가왔고 말이죠.

아쉽게도 시간이 너무 많이 흐른 탓에 추리물로서 가장 중요한 재미를 많이 잃기는 했지만 그래도 고전 정통 본격 추리 단편소설의 맛이 잘 살아있는 좋은 작품이었다 생각되네요. 고전을 사랑하는 분들이라면 충분히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별점은 전체 평균하여 2.7점, 대충 3점입니다.

덧붙여, 드디어 현재까지 국내 출간된 딕슨 카 전 작품을 완독하게 되어서 감개무량하네요. 이전 리뷰들 첨부합니다.

<완독한 존 딕슨 카 작품 목록 : 순서는 무순>
초록 캡슐의 수수께끼 / 아라비안 나이트 살인 / 유다의 창 / 셜록 홈즈 미공개 사건집 / 연속 살인사건 / 모자 수집광 사건 / 해골성 / 벨벳의 악마 / 화형법정 / 흑사장 살인사건 / 세개의 관 / 구부러진 경첩 / 감미로운 초대 (밤에 걷다) / 황제의 코담배케이스

<사건 1: 투명 인간 살인>
맞은편 방을 엿보던 남자는 그 방에서 아무도 없는데 갑자기 총이 떠올라 사람을 쏘는 것을 목격한다.

삼각다리의 테이블이라는 무대장치로 트릭을 쉽게 간파할 수 있었던 작품입니다. 그러나 동기 부분이 상당히 합리적이라 아주 깔끔하게 하나의 이야기로 잘 완성된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약간 아쉬운 것은 결정적 단서가 영어 단어 표현에 기인한다는 것, 그리고 이른바 '총알자국' 이 순전히 우연에 불과한 것이었다는 것 정도인데 기본적으로 평작 수준은 되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사건 2: 사라진 방>
술에 취해 아파트로 돌아온 로날드 던햄은 약간 정신이 들자마자 자기가 있는 곳이 다른 방이라는 것. 그리고 그 방에 시체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데...

모든 방의 기본적인 가구배치가 동일하다는 기본 설정에서 시작되는 트릭물로 시체가 레인코트의 앞 - 뒤를 바꿔 입고 있었다는 것같은 세부묘사로 사건의 흥미를 더합니다. 트릭과 진상은 상당히 뻔하지만 교묘한 설정으로 이야기 앞, 뒤에 복선을 잘 깔아 놓았기 때문에 끝까지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네요. 뻔한 트릭과 아이디어라도 어떻게 전개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 작품입니다.

그런데 한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결정적 단서이기도 한 그림의 묘사, 즉 '세피아'라는 묘사가 좀 애매하게 번역되어 있어서 독자에게 공정하게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 것입니다. 세피아톤 이라던가 하는 식으로 묘사하는게 더 적절했을 것 같네요. 별점은 3.5점입니다.

<사건 3: 핫머니>
강도단이 강탈한 현금과 채권이 그들 변호사 사무실에서 사라진다.

밀실안에서 사라진 서류가방 한개 분량의 현금이라는 소실 트릭물입니다. 그런데 작중에서 <도둑맞은 편지> 처럼 사람의 맹점을 찌른다는 표현이 있는데 그다지 맹점을 찔렀다는 생각은 들지 않네요. 오히려 반칙이라 생각될 정도로 불공정한 트릭으로 여겨지기까지 합니다. 경찰의 보다 꼼꼼한 수사가 있었더라면 밝혀낼 수 있지 않았을까요?
제목과 내용을 연관시키는 유머러스한 전개는 좋았지만 추리적으로는 많이 아쉬웠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사건 4: 새벽, 해변의 죽음>
주위에 아무도 없는 해변가에서 한 사업가가 목격자들 앞에서 쓰러진다. 그를 조사한 의사는 그가 무언가 날카로운 것을 찔려 사망했다고 하지만 그것은 실제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끝까지 진상을 알기는 어려웠으나 실제로는 별거 아닌 트릭이 쓰였다는 점에서 이 단편집의 테마가 잘 드러난 작품입니다. 그러나 너무 불가능하고 기묘한 상황에 집착한 듯한 전개는 무리수로 보였어요. 특히 고무공을 위해서 장난감 병정 세트를 샀다는 묘사는 너무 설득력이 없었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사건 5: 허공에서 찍힌 발자국>
강도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는 사건 전날 피해자와 크게 다투었던 옆집의 소녀. 이유는 눈위에 찍힌 그녀의 선명한 발자국 때문이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문제점은 피해자가 살아있다는 것입니다. 방법이야 어쨌건 범인은 밝혀졌을게 뻔하잖아요? 트릭도 솔직히 좀 허술한 편이에요. 뤼뺑 시리즈인 <팔점종>에 등장하는 발자국 트릭 (뒤로 걸어서 앞으로 간 발자국으로 위장) 도 삐뚤삐뚤해 진다는 문제점을 나름 설명하고 있는데 이 작품에서는 그러한 세부 설명이 부족하거든요.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되곤 하는 '몽유병'이라는 설정도 그닥 와닿지 않았고 말이죠.

몇몇 단서의 배치와 진상을 드러내는 전개는 거장답지만 작품 전체적으로는 완성도가 높아보이지는 않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사건 6: 분장실의 시체>
인기 댄서 래포트양이 자신의 분장실에서 살해된 시체로 발견된다. 그러나 가장 유력한 용의자의 알리바이는 너무나 확고한 상황.

트릭은 흔한 변장트릭이지만 전편에 걸쳐 공들여 배치한 단서의 공정한 제공이 좋았습니다. 거기에 더해 사건의 동기, 즉 클럽에서 일어나는 소매치기 사건도 설득력있게 잘 짜여진 것이 좋았어요. 굉장히 소품스럽고 짧기에 이야기가 풍성하지 못한게 되려 아쉽더군요. 별점은 3.5점입니다.

<사건 7: 은빛 장막 속에서>
휴양지 카지노에서 거액을 잃고 궁지에 빠진 영국인 윈턴은 수수께끼의 남자 데이보스에게서 거액이 걸린 희한한 의뢰를 받게된다. 그리고 의뢰를 수행하기 위해 나선 윈턴 앞에서 데이보스가 아무도 없는 거리에서 칼에 찔려 살해된다.

여러 추리 퀴즈에서 수없이 소개되었던 희대의 걸작 트릭이 등장합니다. 또한 <사건 6 : 분장실의 시체>처럼 사건의 동기가 되는 밀수사건 역시 웬만한 범죄소설에 쓰여도 아깝지 않을 괜찮은 트릭이 사용되어 만족감을 더하네요. 간단한 트릭으로 소품에 가깝지만 전개방식에 따라 얼마나 이야기를 완성도 높게 만들 수 있는지를 잘 알려주는, 한마디로 교과서같은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별점은 4점입니다.

<합법적인 사형집행인>
한 시골마을에서 살인 혐의로 교수형을 받게 된 마을의 쓰레기 프레드 졸리프. 그러나 그는 자신은 무죄이며 신의 섭리로 사형따위는 당하지 않는다고 큰소리친다.

'사실은 무죄였던 사형수가 사형이 취소되고 난 뒤 누군가에 의해 살해된다' 라는 이야기입니다. 과정도 흥미진진하지만 범인이 법의 맹점을 이용하여 완전범죄로 사건을 끌어나가는 결말이 아주 기막혔어요. 시골 마을을 부대로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 전개와 묘사도 탁월하며 딕슨 카라는 작가에게서 그동안 찾아보기 어려웠던 왠지 마크 트웨인이 연상되는 유머러스한 분위기도 좋았습니다. 별점은 4점입니다.

<살아 있는 자를 위한 죽은 자의 복수>
과중한 업무로 지친 토니는 동생의 권유로 모든 걸 잊고 1년간의 여행을 떠나지만 돌아온 날 자신이 자살했다는 신문기사를 읽게된다.

딕슨 카 특유의 호러스러운 분위기가 조합된 작품입니다. 그러나 동기와 트릭이 너무 뻔해서 결말이 깔끔하지 못한 것이 약간 아쉽네요. 거의 동일한 내용을 다른 단편에서 이미 접하기도 했고 말이죠. 한마디로 지금 읽기에는 너무 낡아보였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흉기>
찰스 2세 시절에 있었던 기이한 살인사건. 밀실에서 보이지 않는 흉기로 한 남자가 살해된다.

찰스 2세때 있었던 살인사건에 대해 쓰여진 일기를 통해 진상을 밝혀내는 작품. 역사물과 고딕 호러 분위기를 본격 추리물과 결합시켰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딕슨 카스러운 작품이었습니다. 그러나 분위기는 그럴싸한데 미흡한 수사로 진상이 밝혀지지 않는 탓이 크다는 단점이 좀 큽니다. 트릭의 아이디어에 의지한 느낌이 강해서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크리스마스이브, 일곱 시 십오 분>
1870년대 벌어진 의문의 살인사건을 다룬 그야말로 소품. 분량도 적지만 내용도 괴담스러운 분위기가 너무 강해서 추리물로서의 가치가 별로 없다고 보여집니다. 간단한 트릭이 등장하고 단서도 비교적 공정한 편이지만 그 비중이 너무 작았거든요. 별점은 1.5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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