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시간으로 - 애거서 크리스티 / 안동림 : 별점 3점 Book Review - 추리 or 호러

0시간으로 - 6점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안동림 옮김/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아래 리뷰에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표제작 외 <포켓에 호밀을>까지 모두 두편의 중편이 수록되어 있는 동서추리문고 판본입니다. <13인의 만찬>을 읽은 뒤 갑자기 생겨난 크리스티 여사에 대한 존경심의 발로로 읽게 되었습니다.

<0시간으로>는 시골 노부인 별장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다룬 여사님 특유의 후더닛물로 서로의 악의와 증오가 교차하는 전반부, 그리고 사건 후 해결과정을 그리는 후반부로 나뉩니다.

일단 배틀 총경이 활약한다는 점이 굉장히 특이했어요. 배틀 총경은 <4개의 시계> 등에서는 우직하고 끈기있는 형사로 탐정의 조력자 역할이었는데, 이 작품에서는 주인공으로 경험에 기반한 끈기있는 수사 능력에 더해 감수성과 자애로움이 넘치는 당당한 주인공이거든요. 벨기에인 탐정 포와로를 들먹이며 단서를 찾아내는 모습에서는 과연 사람은 배우면서 성장하는 동물이구나... 싶은 생각도 들더군요.

그러나 깔끔한 전개에도 불구하고 후반의 해결편은 약간 아쉬움이 남습니다. 전혀 다른 장소에 있던 제 3자가 우연하게 등장해서 사건에 결정적 단서를 제공한다는 급작스러운 전개도 별로였지만 단지 정신병으로 치부한 살인의 동기가 그닥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돈도 많고 유명한 스포츠 스타가 전처에게 집착하는건 말이 안되죠. 이혼 뒤 더 예쁜 아내를 얻어 잘 살고 있으면 그게 복수지 뭐 이리 어렵게 일을 만드나 싶어요. 교수대에 올라가는 모습을 원했다면 차라리 직접 죽이던가....
또 후더닛물의 공통적인 단점이기도 한데 모든 등장인물을 치우침없이 공평하게 다룬 탓에 초반부 전개가 약간 늘어지는 감이 있었던 것도 아쉬운 점입니다. 배틀 총경이 눈빛 어쩌구 하면서 수사를 진행한 것도 딱히 와닿지는 않았고요.

그래도 따뜻한 배려심의 소유자 배틀 총경의 모습과 함께 급작스럽기는 하지만 나름 완벽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된다는 점에서 별점 2점을, 추리적으로 완전범죄에 가까왔던 범인의 계획과 독자에게 공정하게 단서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0.5점 더해 별점은 2.5점입니다.

두번째 작품 <호밀 속의 죽음>은 독특한 점이 많았던 <0시간 속으로>와는 달리 전형적인 여사님 작품입니다. 콩가루 대저택과 그 속에서 벌어지는 마더 구스 동요를 바탕으로 한 살인사건이라는 설정이 딱 그러해요. 작품도 중박이상은 되는 편이라 용의자가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교묘하게, 하지만 공정하게 독자와의 두뇌싸움을 펼치는 고전 정통 추리물의 미덕이 아주아주 잘 살아있고 말이죠. 또 미스 마플 팬이라면 시리즈에 가끔 언급되곤 했던 글래디스 마틴이라는 하녀가 등장하는 것도 볼거리였습니다.

그러나 욕심이 좀 과하긴 했습니다. 저택의 왕이모님이 뭔가 아는 척하면서 던지는 이야기가 모두 진상을 흐리는 별볼일 없는 것이라는건 그렇다쳐도, 마더 구스의 동요를 끌고 들어온 것은 확실히 무리였어요. 최초의 티티새 장난은 범인의 계획과는 전혀 상관없는 우연이었다는 점, 그리고 범인이 과거 티티새 광산주의 딸이 어떤 식으로든 복수에 관여했을 것이라 생각한 이유가 전혀 설명되지 않기에 그냥 흥미거리 소재에 머물고 말거든요.
범인이 자신의 범죄를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 희생양으로 삼을만한 다른 용의자가 딱히 없다는 것도 완전범죄라는 측면에서는 감점요소였어요.

그래도 트릭과 함께 사건의 진상은 상당히 놀랍고 동기도 나름 합리적이기에 만족합니다. 마지막 글래디스의 편지도 심금을 울리는 적절한 에필로그였고요. 별점은 3.5점입니다.

그래서 평균 별점은 3점. 두 작품 모두 아주아주 뛰어난 작품이라 하기에는 어렵지만 중박 이상은 되고 즐길만한 요소가 많기에 아직 읽지 않으셨다면 한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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