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캐릭터 소설 쓰는 법 - ![]() 오츠카 에이지 지음, 김성민 옮김/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제목 그대로 캐릭터 소설 - 여기서는 스니커 문고라고는 하지만 - 쓰는 법을 다룬 책. 넓게 생각하면 라이트노벨 쓰는 법이라고 해도 무방하겠죠.
일단 책의 본분에 걸맞게 충실하여 정말 캐릭터 소설을 쓴다면 큰 도움이 될만하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캐릭터 창작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예를 드는 '두 눈 빛깔이 다른 여주인공' 에 대한 아이디어를 만드는 과정이라던가, 플롯을 만들고 배치하는 카드의 활용같은 것은 저도 써먹어 봐야 겠다고 생각했을 정도로 그럴듯 했어요.
이러한 작법에 더하여 캐릭터 소설의 정의와 역사, 특징은 물론 관련된 다양한 서브컬쳐까지 소개하고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 폭이 상당히 넓기도 하고요. 꼭 작법서가 아니라 이쪽 바닥 입문 - 소개서로 손색없을 정도였어요. 아주 뻔한 책은 아니랄까요.
예를 들자면 "로도스섬 전기"와 함께 TRPG가 캐릭터 소설의 원형이라며 소개한 사례 등인데 관련된 책으로 소개된 몇권은 꼭 구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 외의 세계관에 대한 사고방식도 눈여겨 볼 만 했고요.
불필요하게 문학을 의식하며 사생소설과 비교하는 부분은 좀 지루했기에 천만부 이상을 팔아치운 프로크리에이터로서의 작법이 더 나와 주었더라면 더욱 좋았겠지만 일단은 실용과 재미 측면에서 모두 만족스러웠습니다. 아이디어만 가지고 있는 누군가에게 최소한 소설로 보일만한 무언가를 만드는데는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약간 번역에서의 오류가 아쉽긴하나 크게 흠잡을 정도는 아니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그나저나 그럴듯한 작법이론을 가지고 있는 이 작가의 대표작이 그닥 마음에 들지는 않았던 마다라와 다중인격탐정 싸이코라는 점은 뭔가 좀 애매하네요. 하긴 명선수가 항상 뛰어난 감독이 되는 것도 아니고 만년 후보가 명감독이 되는 사례하고도 비슷한 것이겠죠?
덧글
캐릭터 소설의 원조가 미즈노 료씨의 작품이 근간이 된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저도 저 책을 꼭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문예 비평 이야기가 나온 것은 당시 작자의 문예 비평 활동의 일환으로 나왔던 책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당시 하루키 관련 서적 같은 것을 오츠카 에이지가 쓰곤 했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사소설에 대해 언급한 부분 같은 것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제가 산 것은 개정판인 문고본이라 뒷부분에 부록으로 9.11 테러와 이를 다루는 매스컴의 방식이 철저히 헐리우드 시나리오의 전개를 따라간다는 언급을 하는 내용도 있습니다. 부시를 루크 스카이워커로 만들려고 하는 움직임이 엿보인다는 비판이었습니다.
실질적인 방법론은 이 이후에 나온 '캐릭터 메이커'와 '스토리 메이커'에 워크시트 형식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물론 이 두 책에서도 본서가 이야기하는 종류의 문예 이론이나 민속학 관련 이야기는 나옵니다만 워크시트가 워낙 충실해 개인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두 책 덕분에 장편을 두 편이나 완성할 수 있었지요.
제가 모 홈페이지에 두 책의 워크시트를 합쳐서 편역한 것을 올리기는 했습니다만 hansang 님 께서는 일본어가 가능하신 걸로 알고 있으니 한번 구입해서 읽어보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필요하시면 제가 편역한 워크시트 주소를 비공개 덧글로 남겨놓겠습니다.
어쨌든 scrivener 같은 훌륭한 작가용 툴이 나오는 시대에 여기 나오는 캐릭터 작성법이나 스토리 구상법은 시대에 너무 많이 뒤떨어졌음. 한 번 여흥삼아 보고 잊어버리면 적당한 수준의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