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수탑 - 요코미조 세이시 / 정명원 : 별점 1.5점 Book Review - 추리 or 호러

삼수탑 - 4점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시공사

어머니의 죽음 후 이모댁에서 딸처럼 귀하게 자란 오토네 앞에 먼 친척이라는 겐지 노인이 무려 100억이라는 유산을 남긴다는 유언이 전해진다. 조건은 다카토라는 정체불명의 남자와 결혼하는 것. 그러나 백부의 회갑연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피해자가 정체불명의 정혼자라는 것이 밝혀진다. 그 뒤 변호사에 의해 유산은 오토네를 포함한 사타케 가문 사람들 모두가 나누는 것으로 결정된 뒤 가문 사람들이 차례로 살해되고 오토네는 유력한 용의자로 몰리는데...
<하기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이기는 하지만 긴다이치의 비중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고 오토네와 다카토의 모험담이 오토네 1인칭으로 전개되는 작품.

일단 사타케 가문 사람들이 백억이라는 거액의 돈을 둘러싸고 한명씩 죽어나간다는 꽤나 큰 스케일에도 불구하고 영문을 모르고 휩쓸리는 전형적인 피해자 오토네 시각으로만 이야기가 흘러가기 때문에 추리적인 요소를 딱히 찾아보기 어렵다는 문제가 크네요. 그나마 추리적인 요소라면 후루사카 시로의 부서진 트렁크와 삼수탑 사진의 존재정도랄까요... 확실하진 않지만 유카리 - 쇼이치의 무고함을 약간이나마 증명해 주는 증거니까요.그러나 이 정도로는 아주아주 부족합니다. 결국 밝혀진 범인의 정체는 황당하기가 그야말로 서울역에 그지없어요. 제가 읽었던 추리소설들 중에서도 손에 꼽을만한 어처구니를 상실한 결말이라 생각될 정도로 말이죠.
또 동기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에요. 물론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사건이 일어났다는 점에서는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만... 그 뒤에 연쇄살인은 도무지 납득할 수 없었어요. 유도 실력에 대한 복선이 살짝 있기는 하나 실로 초인적인 행동력을 보이는 범인의 능력과 결국 연쇄살인 자체가 순전히 운에 기인한 결과라는 진상은 추리 애호가로서는 인정하기 어려운 부분이거든요. 뭔가 있어보이던 "삼수탑" 의 존재가 기실 별볼일 없었다는 것과 시로가 삼수탑에서 그렇게 오래 있었다면 이미 진작에 관련된 증거는 챙겼을 것이라는 점에서 결말 부분의 설득력도 낮고요.
차라리 초반의 살인 하나만 범인이 저지르고 유언장 발표 뒤에는 서로서로 죽인 것이다... 마지막 삼수탑에서도 내분과 애정싸움으로 모두 죽은 것이다... 범인은 오코네와 다카토의 관계를 알고 자살한다... 는 식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하긴 이러한 문제는 대중적 인기에 영합하려 한 <여왕벌>의 자가복제작에 불과하다는 단점 - 순진하지만 본의아니게 사건을 일으키는 원흉인 작품 전체를 지배하는 미녀 / 악인인지 선인인지 모호한 그녀 주위를 맴도는 남자라는 설정과 전형적 사건 구도 - 에 비교하면 별거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당대의 인기작답게 아주 건질게 없는 것은 아닙니다. 각 단계별로 사건이 계속 일어나고 다음 이야기를 빨리 읽도록 만드는 전개는 연재물이라는 작품의 출생성분(?)을 잘 반영하고 있으면서도 서스펜스와 스릴이 전편에 걸쳐 강하게 느껴진다는 점에서 과연 명불허전이더군요.
또 맹하고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오코네와는 정반대인 신출귀몰, 변장에도 능하고 다양한 신분을 가진 다카토라는 안티 히어로적인 캐릭터가 비교적 중심을 잡아주는 것도 재미있는 요소였어요. 비교적 현대적이고 생동감있는 캐릭터라 이 작품 한편에만 등장하는게 아까울 정도로 말이죠.
아울러 통속적인 점에서는 지금 보아도 정말로 완벽한 작품이라 생각되는 것도 놀랄만한 점입니다. 초반부터 펼쳐지는 찐~한 애정묘사부터 시작해서 사타케 가문 사람들이 모두 호색한 - 호색녀에 문란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설정 등이 그러하거든요. 사실 작품 전개와는 별 관계없는 순전히 재미를 위한 설정이라는 점에서 그닥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최근까지 이 작품이 계속해서 영상화된 주요한 이유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전형적인 통속성은 여러모로 참고가 될 것 같아요.

그러나 추리소설이라 부르기는 민망할 뿐 아니라 긴다이치마저도 하는 게 없기에 작가의 팬이시라면 한번 읽어볼만 하겠지만 그렇지 않으시다면 추천드리기는 어렵네요. 별점은 1.5점 입니다. 제가 읽은 긴다이치 시리즈 중에서 최저점인데 이후 작품들은 솔직히 별로 기대가 되지 않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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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엘러리퀸 2011/12/25 10:17 #

    후기를 보니, 작가가 슬럼프 비슷한 것을 겪던 시기에 나온 것 중 잘 만든 것이라 하니 전체적인 작품들 중 떨어지지 않나 싶습니다. 이 작품은 사람들이 하도 죽다 보니 경우의 수가 줄어들어서 후반부가면 범인이 짐작이 되더군요.(물론 동기까지는 아니지만서도요. ㅋ)
  • hansang 2011/12/25 20:19 #

    마지막에는 솔직히 범인이 누군지는 관심도 안가더라고요. 지나치게 막나간 느낌이에요.
  • LINK 2011/12/25 14:43 #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뭔가 구한말 분위기의) 모험소설? ㅋㅋ 정말 말도 안되는 황당한 사건들이 연속으로 벌어지지만 볼때는 엄청 웃어 제끼면서 유쾌하게 순식간에 읽기는 했습니다. ㅎㅎ
  • hansang 2011/12/25 20:20 #

    다음장을 넘기게 만드는 힘은 분명 있지만... 기대하고는 다른 점이 많았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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