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저택 사건 - 조세핀 테이 / 권영주 : 별점 3점 Book Review - 추리 or 호러

프랜차이즈 저택 사건 - 6점
조세핀 테이 지음, 권영주 옮김/검은숲

어느 봄날 오후 4시, 로버트 블레어는 이제 그만 퇴근할까 생각 중 이었다.

40줄에 접어든 독신 변호사 로버트 블레어는 어느날 퇴근 직전에 사건 의뢰 전화를 받는다. 전화를 건 사람은 프랜차이즈 저택에서 어머니와 둘이서 거주하는 매리언 샤프. 그녀의 의뢰 내용은 샤프 모녀가 유괴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유는 유괴당했다고 주장하는 소녀 베티 케인의 디테일한 증언 때문이었는데...

아직까지 그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미스터리인 18세기의 엘리자베스 캐닝 유괴사건을 토대로 하여 현대물로 재창조한 독특한 픽션. (현대물이라고 해도 작품이 쓰여진 1948년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이런저런 리스트와 문헌에서 고전 걸작으로 소개되었던 유명한 작품으로 쟝르와 성격은 다르지만 실제 사건을 주요 소재로 사용했다는 점에서는 작가의 다른 작품인 <진리는 시간의 딸>과 유사합니다.

그러나 비록 억지스러운 주장이 있기는 하지만 팩션으로의 가치가 높은 <진리는...>에 비하면 추리인 완성도는 많이 부족하더군요. 이유는 베티 케인의 주장에 모든 것이 기초하고 있는데 이 주장이 너무 비현실적이라는 것 때문입니다.
단지 외관만 슬쩍 본 저택 내부의 배치나 가방에 대한 증언이 특히 그러합니다. 때려맞췄다고 생각하기에는 지나치게 디테일하고 정확하다는 점에서 말이죠. 원래의 사건에서도 증언이 핵심 요소였고 작중에서도 여러가지 방법 - 베티 케인의 카메라와 같은 기억력, 당시 영국의 모든 저택과 집이 유사한 형태와 가구, 장비를 갖추었다는 것 등등등 - 으로 설명해 주고 있기는 하지만 독자를 설득시키기에는 많이 부족했다 생각되네요. 또 사건이 뉴스화된 이후에는 채드윅이나 그의 부인이 언제든지 등장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도 설득력이 떨어지고요. (물론 불륜이기에 드러낼 수 없었다는 설명도 가능하지만 작중의 설정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더군요)
한마디로 그녀의 증언은 아슬아슬한 줄타기에 불과했고 단지 초반 몇 발자국만 운이 좋았을 뿐 결국 추락할 수 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이게 과연 사건성이 있나 의심이 생기기까지 했습니다.

아울러 가장 결정적 증인인 코펜하겐의 호텔 주인이 등장하는 장면 역시도 극적이기는 하나 운, 그리고 우연이 겹친 결과였을 뿐이라는 것 등 전개면에서 치밀함이 부족한 것도 아쉬운 부분이었어요. 이래서야 추리적인 서사는 보잘것없고 드라마만 살아있는 묘한 법정드라마로 보일 뿐이니까요.

그러나 유명세에 걸맞는 요소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무엇보다도 재미 하나만큼은 정말 확실하거든요.
아무리 추리물, 법정물로 가치는 낮을지라도 명성은 허언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중요한 증언 - 첫 진술의 헛점, 베티의 유혹에 대한 증언, 파트타임 도우미의 위증 - 을 밝혀내는 수사, 법정에서 그를 밝히는 과정은 충분한 재미와 흥분을 선사해 주고 있습니다.
거기에 더해 최근에 보기 드물었던 짜증나는(!) 영국인 심리묘사와 캐릭터 설정, 재치있으면서도 지적이고 재수없는(!) 영국식 대사, 자존심강한 영국신사 스타일의 해피엔딩 등 고전 영국 본격물 팬이라면 즐길거리가 한가득이기도 하고 말이죠. 개인적으로는 눈색깔로 사람을 판단한다는 희한한 디테일 - 짙은 청색눈 : 성적으로 문란 (매리언 샤프), 연푸른색눈 - 말주변 좋은 거짓말쟁이 (핼럼 경위) - 같은건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아 이 얼마나 영국적이람!
물론 영국식 관용어구의 사용이 지나친 나머지 "버터를 입에 물어도 녹지 않는다" 같은 의미를 알기 힘든 표현까지 등장하는건 오버스럽긴 했습니다. 찾아보니 벌레 한마리도 죽이지 못할 얼굴을 하고 있다, 순진한 척한다, 즉 한국말로 하지면 뒤로 호박씨를 깐다라는 뜻인듯 한데 이런 것까지 직역하듯 할 필요가 있었나 싶긴 하더군요. 영국 느낌(?)을 완벽히 전해주려는 번역자의 의도였을려나요?

어쨌거나 결론내리자면 소문만큼, 명성만큼의 대단한 걸작이 아니긴 합니다. 추리적으로는 단점이 명확한 탓이죠. 그래도 실제 있었던 미해결 사건을 토대로 자신만의 해석을 가미하여 창작한 픽션이라는 점과 400여 페이지나 되는 분량에도 불구하고 독자를 몰입하게 만드는 솜씨만큼은 발군이기에 별점은 3점주겠습니다. 뭐니뭐니해도 재미가 가장 중요한 법이니까요.
저와 같은 고전 영국 본격 미스터리의 팬들, 여사님이나 프랜시스 아일즈, 앤소니 버클리 콕스의 작품을 좋아하신다면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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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잠본이 2012/03/09 22:23 #

    제목 볼때마다 무슨 체인점처럼 저택을 짓나 싶은 잡생각이 들게 하는(...)
    국내에서 생소한 표현이라면 직역하더라도 주석을 달아줘야 할텐데 역자가 좀 게을렀나 봅니다(...)
  • hansang 2012/03/10 08:56 #

    그러게요. 저도 사전을 찾아보고야 뜻울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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