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이이치로의 사고 - 아와사카 쓰마오 / 권영주 : 별점 2점 Book Review - 추리 or 호러

아 아이이치로의 사고 - 4점
아와사카 쓰마오 지음, 권영주 옮김/시공사

전편에 이은 '아 아이이치로' 두번째 단편집. 총 8편의 단편이 실려있습니다.
탐정역의 카메라맨 아 아이이치로 주변에서 발생하는 기상천외한 사건들과 슬랩스틱같은 행동들, 공정한 정보제공이라는 특징은 여전합니다. 모든 단편이 아 아이이치로가 아니라 다른 주인공이 등장하여 아를 바라보는, 약간은 관조적인 전개를 갖춤으로서 공정한 정보제공이 가능하다는 특징도 마찬가지고요. 
그 외에도 얼굴이 세모꼴이고 양장을 한 노부인이 매 단편마다 계속 등장하여 연작이나 시리즈같은 느낌을 전해주는 아이디어도 괜찮았습니다.

그러나 전편에서 좋은 트릭과 전개를 모두 사용해 버린 탓일까요? 작품은 전부 다 솔직히 실망스러웠습니다. 기상천외한 상황 그 자체는 기발하지만 상황에 너무 매달린 듯 트릭의 현실성도 없고 동기도 억지스러운 작위적인 이야기가 가득했기 때문입니다. 슬랩스틱 코미디와 아의 황당한 대사들도 식상했고요.

물론 전부 형편없는 것은 아닙니다. 첫 작품 <지푸라기 고양이>의 상황설정에 대한 아이디어는 굉장히 참신했고 <사부로정 노상>은 사건과 특정 장소를 이용한 트릭이 돋보인 작품이었어요. 문제는 이 두 작품마저도 다른 문제들 때문에 전체적인 별점을 높이 쳐 줄 수 없다는 것이겠죠.

한마디로 평가하자면 함량미달의 단편집이었습니다. 고전 정통본격 추리물의 열광적 애호가라 자부하는 저로서도 좋은 평가를 하기 어려울 정도로 말이죠. 차라리 첫 단편집으로 끝내는게 좋았을텐데... 이래서야 시리즈 다음 단편집은 기대가 전혀 안되네요. 별점은 종합 평균 2점입니다. 그나마도 반올림을 약간 해서 2점이요.... 특별히 이 시리즈에 애정을 느끼시는 분이 아니라면 구태여 찾아보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브라운 신부 시리즈가 괜히 걸작 대접을 받는게 아니라는 생각이 다시금 드는군요.


<지푸라기 고양이>
완벽주의자 도쿄의 그림에서 발견된 현실적으로 존재할 수 없는 묘사들 -손가락이 여섯인 소녀, 열리지 않는 문 등 - 을 토대로 숨겨진 죽음의 진상을 밝혀낸다는 이야기.
초정밀묘사 그림 속의 현실과 다른 요소들을 찾아내고 그것을 화가 도쿄의 출신지와 엮어서 일종의 주술적인 의미를 끄집어내는 발상과 전개는 좋았는데 진상이 너무 억지스럽습니다. 완전한 결혼이 세상에 어디있다고... 또 그만큼 유명한 작가 그림의 오류들을 다른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한 것도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 것도 감점 요소입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스나가 가의 증발>
길을 잃고 헤메던 아 일행이 발견한 곳은 그 고장에 전설로 전해지는 스나가 집안 후예의 집이었다. 하룻밤을 보내게 된 일행은 전날 목격한 집 한채가 다음날 아침 사라진 것을 알고 경악하는데...
엘러리 퀸의 걸작 중편 <신의 등불>에서도 사용된 건물 소실 트릭의 재구성. 일본 전통가옥이라는 소재와 시도는 좋았고 여러가지 단서를 독자에게 공정하게 제공하는 노력도 돋보입니다.
문제는 트릭의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것. 아무리 옛날 가옥이라도 단시간에 홀랑 타버린다는 것, 잔해를 하룻만에 정리한다는 것 모두가 비현실적이고 세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꼬박 하루를 더 잔 것을 눈치채지 못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웠거든요. 또 이럴바에야 스나가가 그냥 세명을 죽여버리고 묻어버리는게 더 설득력이 높았을 것 같습니다.
모든 면에서 <신의 등불>과는 도저히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네요. 별점은 1.5점입니다.

<스즈코의 치장>
사고사한 유명 여가수 가모 스즈코의 닮은 꼴을 찾는 대회에 얽힌 이야기.

브라운 신부 시리즈의 주특기인 기묘한 비일상 - 닮은 꼴을 찾는 대회에서 의도적으로 닮지 않으려 노력했다 - 을 끄집어내어 접근한 것은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러나 진상이 브라운 신부 시리즈에 비하면 뻔해서 아쉬웠어요. 중간까지만 읽어도 이유가 뭐건간에 진상은 눈치챌 수 있었으니까요. 그래도 앞선 작품들 보다는 동기, 기묘한 설정까지의 설득력은 있기에 별점은 2.5점입니다.

<뜻밖의 유해>
외딴 온천마을에서 동요 가사대로 삶고 구워진 채 발견된 시체에 대한 이야기.

한마디로 평균 이하의 작품이었습니다. 경찰 흉내를 좋아하는 찐따인 주인공 사쿠라이 캐릭터도 짜증스러웠지만 동남아 여행 후 걸린 콜레라 때문에 벌어진 사건이라는 진상이 정말 어이가 없었으니까요. 선거 때문이라는 동기도 납득하기 어려웠고요. 선거 때문이라면 엽기 살인사건도 큰 문제가 되는 것 아닐까요?
무엇보다도 동요처럼 시체를 처리한 이유가 애매하다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이에요. 사살해버리면 기껏 시체를 엽기적으로 처리하는 의미가 사라지잖아요. 계속 등장하는 회문에 대한 이야기도 작품과는 별 상관도 없는 현학적인 지식의 나열일 뿐이었고요.
그야말로 트릭을 위해 만든 이야기에 불과하기에 별점은 1.5점입니다.

<비뚤어진 모자>
주차장에서 우연히 습득한 모자의 주인을 찾아나선다는 코믹 일상계 단편.
아기자기한 전개는 재미있지만 결말에서의 비약, 즉 아가 모자 주인 아들 사건까지 알게되었다는 전개가 전혀 논리적으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또 추리의 핵심인 보기 흉한 모자와 인형 수집이 갑작스러운 원형 탈모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는 논리가 어떻게 성립하는지 저는 전혀 모르겠더군요. 그정도로 돈이 많다면 충분히 이쁜 모자나 부분 가발을 남몰래 구입하는게 가능했을텐데 말이죠. 
이 작품 역시 평균 이하의 작품으로 <뜻밖의 유해> 에피소드처럼 트릭을 위해 만든 이야기라 생각되기에 별점은 똑같이 1.5점입니다.

<네 거두의 싸움>
우메즈의 유명인사 4명의 비밀 회합에서 이유를 알 수 없는 물건들이 발견되고 유명인사의 손녀 미치코는 그들이 범죄를 꾸미고 있다 생각한다는 단편.

이 작품은 브라운 신부 시리즈 최고 걸작 중 하나인 <글라스 씨의 실종>과 동일한 설정의 작품입니다. 본인은 전혀 다른 무언가를 하고 있는데 주변 사람들이 그 사람의 단편적인 말과 행동, 물건들만 보고 지레짐작하여 범죄를 상상해 낸다는 줄거리거든요. 물론 이 설정이 같다고 흠을 잡는건 아니에요. 비슷한 설정의 걸작이 여럿 있듯이 이 작품도 자기 식으로 변주를 잘 했더라면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겠죠.
그러나 사람들이 오해하는 상황도 별반 와닿지 않을 뿐더러 진상이 너무나 시시해서 그다지 눈여겨 볼 부분은 없었습니다. 아의 활약도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고요. 별점은 1.5점입니다.

<사부로 정 노상>
사부로 정에서 택시에서 내린 손님. 그러나 그 손님이 벓 직후 택시에서 목이 잘린 시체로 발견된다는 기이한 사건을 다룬 작품으로 추리적으로는 가장 높은 완성도를 보입니다. 택시라는 운송수단의 특징과 사부로 정이라는 장소를 잘 이용한 교묘한 트릭이 돋보이니까요.
그러나 범인의 동기라던가 해결부분을 너무 급하게 처리한 점과 범인이 이렇게 수수께끼같은 연출을 한 이유가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조금 아쉽습니다. 가장 주요한 트릭의 하나가 "변장"이라는 것도 치밀함과는 거리가 멀고 말이죠. 이러한 부분에서 설득력만 높여주었더라면 진짜 걸작이 되었을지도 모를텐데 2% 부족하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환자에게 칼>
계단에서 넘어진 환자. 그러나 그에게 다가간 목격자들은 그가 칼에 찔려 사망한 사실을 알게 된다는 작품으로 불가능 트릭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건이 발생한 현장과 진행 과정, 결말 모두가 우연에 의지하고 있다는 단점이 너무 큽니다. 실제로 이러한 사건이 가능할 것 같지 않다는 의심도 생기고요. 블랙잭의 한편이라면 모를까, 추리 단편에는 어울리지 않는 설정이었어요. 별점은 1.5점입니다.

덧글

  • 잠본이 2012/04/01 21:06 #

    추리를 빙자한 시트콤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군요(...)
  • hansang 2012/04/01 21:52 #

    빙자했다기에는 너무 대놓고 추리소설이라고 홍보하고 있으니 문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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