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령 살인사건 - 사카구치 안고 / 유페이퍼 : 별점 3점 Book Review - 추리 or 호러

심령 살인사건 - 6점
사카구치 안고/유페이퍼

이북 전문 출판사 페가나 북스의 책. <그림자 없는 범인>에 이어 두번째군요. 계속 관심이 가던 책인데 이번에 폰을 바꾼 기념으로 테스트도 겸해서 구입하여 읽어 보았습니다.

일단 수록된 단편들이 모두 기본 이상은 하는 정통 본격물들이라는 점에서 깜짝 놀랐습니다. 솔직히 사카구치 안고의 작품은 <불연속 살인사건>으로 대실망한 터라 별 기대를 하지는 않았었거든요. 이 작품집에 수록된 후반에 수록된 작가 에세이도 본격물 작가다운 개념으로 충만해 있고요. 이런 작가가 <불연속 살인사건> 따위를 썼다는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어요.

물론 <산신 살인사건> 이라는 망작이 수록되어 있고 번역도 썩 매끄럽다 여겨지지 않으며 작가 에세이도 별다른 가치를 느끼기 힘들어서 아주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긴 합니다. 그래도 2,000원이라는 값어치는 하고도 남기에 별점은 2.5점입니다.
다른 이북들도 쓸데없이 비싸게 만드느니 이렇게 압축된 몇편으로 저렴하게 승부하는게 낫지 않을까 싶네요. 테이크아웃 커피 한잔 대신 읽을거리로 추천드립니다.

아울러 페가나 북스의 건승을 다시 한번 바랍니다.



작품별로 상세하게 소개하자면,
<투수 살인사건>
300만엔이라는 거액의 돈을 받은 뒤 이를 연인의 위자료로 지급하려한 유망한 프로야구 투수 오오사카가 살해되고 거액의 돈은 사라진다.
최근에도 찾아보기 힘든 "프로야구 선수 계약"을 둘러싼 살인사건을 다룬 이색작. 그럴듯한 알리바이 트릭이 등장하며 독자와의 두뇌게임도 공정하게 펼쳐지는 본격물이라는 점을 높이 사고 싶습니다.
그러나 구태의연한 인물설정 - 시대를 감안하면 큰 단점이라고 하기도 어렵겠지만 - 에 더하여 사건의 핵심 설정이라 할 수 있는 거액의 위자료가 썩 와닿지 않은 점은 좀 아쉽습니다. 이혼을 위해 노력했다 정도의 설명은 추가되는게 좋았을 것 같아요. 마찬가지로 스카우트 전쟁 역시 별로 치밀하게 그려지지 않는 등 기본적인 설명이 부족해서 독특한 설정을 잘 살리지는 못한 느낌입니다. 핵심 트릭 및 진상 역시 결국 경찰 수사로 밝혀졌을 것이라는 점에서 좀 허무했고 말이죠. 별점은 2.5점입니다.

<산신 살인사건>
불량하고 게으른 아들을 살해하려고 광신도와 모의하는 아버지의 이야기.
아무리 시대배경을 감안하더라도 별거 없는 자신의 야망을 위해 걸림돌이라 생각하는 아들을 아버지가 살해하려 한다는 동기는 전혀 공감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추리적인 요소 또한 전무하다는 점에서 도무지 점수를 줄 부분이 없네요.
아버지의 망상에 대한 묘사는 괜찮았지만 동기, 전개, 결말 모두 건질게 없는 평균 이하의 작품이었습니다. 별점은 1점입니다.

<심령 살인사건>
버마에서 죽은 것으로 알려진 아들의 영혼을 불러내려는 심령회에서 주최자인 고리대금업자가 살해당한다. 심령회의 트릭을 밝혀내기 위해 참석한 마술사 쿠다유의 활약이 시작되는데...
표제작으로 동기가 확실하며 트릭도 깔끔한 본격물. 독자에게 공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좋았고요.
또한 탐정역인 마술사 쿠다유가 아주 마음에 들었어요. 심령술사와 같은 사기꾼들의 정체와 벌이는 묘기(?)의 비밀을 밝혀내는 전문가라는 설정이 본격 추리물에 딱 맞는 탐정역이라 생각되었거든요. 디테일한 세부묘사가 없는게 오히려 아쉬울 정도였어요. 개인적으로는 TV에서 유명했던 초능력자 사기꾼 밝혀내는 랜디아저씨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전형적인 일본 추리소설의 콩가루 집안 설정 - 전제군주인 부유한 아버지, 그를 미워하는 장애인 아들과 미녀 자매 - 인데 자녀들은 그래도 사이가 좋고 잘 뭉치고 있다는 것으로 차별화하는 것도 괜찮았어요. 왠지 모르게 막내딸 캐릭터가 마음에 들기도 했고요.

아버지가 연극을 벌인 이유는 이해하기 힘들며 (어차피 자신이 지배하는 가족인데 구태여 돈까지 들여가며 숨길 이유는 없을것 같은데 말이죠) 범행을 저지르고 난 뒤를 범인이 그다지 깊게 생각한지 않은 점은 조금 거슬리지만 그 외에는 나무랄데 없는 수작이라 생각되네요.별점은 3점입니다.

<가면의 비밀>
별채에 화재가 발생한 후 밀실에서 불타죽은 손님의 시체가 발견된다. 유일한 단서는 그날 방문한 맹인 안마사가 엿듣게 된 수수께끼의 협박뿐...
전편에 이어 마술사 쿠다유가 탐정역을 맡는 작품. 밀실 트릭 및 교묘한 바꿔치기 트릭이 등장하는 작품으로 추리적으로는 상당히 풍성합니다. 저택의 상황을 잘 이용했다는 것도 마음에 든 점이고요.

그러나 맹인 안마사가 과연 순간적인 트릭을 간파하지 못하고 쉽게 속아넘어갔을지는 솔직히 의문이고 가면의 존재는 불필요하다는 점은 감점 요소입니다.
제가 쓸데없는 묘사가 많은 장편대신 짤막하고 함축적인 단편을 좋아라하기는 하지만 이 작품만큼은 장편화했더라면 더 좋은 작품이 되었을 것으로 보였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기타 에세이>
저자 사카구치 안고의 추리소설에 대한 두편의 에세이. 그닥 특기할만한 내용은 없으나 트릭의 중요성 및 본격물의 가치에 대해 강하게 설명하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카구치 안고라는 작가를 다시 보게 되었어요.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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