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추리소설 걸작선 2 - 아놀드 베넷 외 : 별점 1.5점 Book Review - 추리 or 호러

세계 추리소설 걸작선 2 - 4점
아놀드 베넷 외 지음, 한국추리작가협회 엮음/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도서출판 한스미디어에서 야심차게 선보인 추리소설 앤솔러지. 유명 고전 작가들의 단편은 물론이고 초창기 추리 이론까지 풍성하게 실려있습니다.
1, 2권으로 출간되었는데 1권은 읽은 작품이 너무 많고 지나치게 고전 취향이라 2권부터 구입하게 되었네요. 2권 역시 다른 책에서 읽어본 작품이 제법 많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나 워낙에 목차가 괜찮고 또 국내에서는 보기드문 고전 황금기 작품들을 주력으로 하고 있기에 선택하였습니다.

그러나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실망스러웠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번역입니다. 일본어 중역 느낌이 물씬 날 뿐더러 그 자체가 별로 매끄럽지 않아 읽기 힘들었어요. 악명높은 동서 추리문고 최악의 번역도 이거보다는 좋게 느껴질 정도니 말 다했죠.
또 고전 황금기 걸작 중심으로 실려있는게 아니라 몇몇 현대 일본작가 작품이 섞여 있는 것은 기획 의도가 모호해보여서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고요.

때문에 별점은 1.5점입니다. 기획의도만으로 3점은 충분하지만 번역은 용서가 안되네요. 좋은 기획의도가 번역때문에 다 망가진것 같아 안타깝기까지 합니다. 한스미디어의 다른 작품들은 괜찮았었던 것 같은데 대관절 영문을 모르겠군요.

몇몇 작품은 걸작이지만 대부분 다른 책에서 훨씬 좋은 번역으로 읽을 수 있다는 점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그래도 작품별로 소개해본다면

사라진 기억 | 배리 퍼론
극작가 애닉스터가 완벽한 밀실살인 트릭을 생각했지만 교통사고로 트릭을 잊어버린 뒤 술집에서 트릭을 설명해준 사람을 찾아나선다는 내용.

교통사고로 딱 필요한 기억만 상실한다는 작위적인 설정이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꽤 그럴듯한 전개에 더하여 마지막에 애닉스터가 상황을 깨닫는 장면이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그 남자에게는 애닉스터만이 유일한 위험인물이었다!

한마디로 서늘한 반전류의 교과서적인 작품입니다. 별점은 3.5점.

살인! | 이넉 아놀드 베넷
명백한 살인사건인데 경찰이 수사결과 몇몇 남겨진 단서를 통해 자살로 결론내린다는 내용의 소품.
솔직히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심리묘사에 대한 번역에 문제가 많았던 것 같은데 제대로 된 번역으로 다시 읽고 싶습니다. 별점은 1.5점.

피트 모란, 다이아몬드 헌터 | 퍼시벌 와일드
<탐정 피트 모란>에 수록된 단편으로 그때는 너무너무 재미있게 읽었는데 번역이 너무나 별로인 탓에 작품마저도 후지게 느껴지는 기묘한 체험을 했습니다. 이 책을 읽고 실망하신 분들께서는 <탐정 피트 모란>으로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번역 때문에 별점을 주기조차 어렵네요.

골초는 빨리 죽는다 | 이자와 모토히코
<역설의 일본사>말고 읽어본 적은 없지만 이런저런 상을 많이 수상한 작가의 단편. 두명의 대화로만 전개되는 형식과 담배로 촉발된 살의라는 설정은 독특한데 결말이 너무 심하게 아니었습니다. 반전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좀 어이없는 결말이었거든요. 별점은 2점입니다.

먹이 | 토마스 테셔
이형 생물체가 등장하는 크리쳐 호러물. 스티븐 킹의 비슷했던 작품 (한 소년의 아버지가 점액질 괴물이 된다는 이야기)와 비슷한데, 이 작품은 "애정"이 포함되어 있으며 비극적 결말이라는 것이 차이점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장르는 아니라서 평하기는 어렵지만 공포도 아니고 심리묘사가 뛰어난 것도 아니고 결말에서 반전이 돋보이는 것도 아닌 그냥저냥한 소품이었어요. 별점은 2점입니다.

이콜 Y의 비극 | 노리즈키 린타로
제가 개인적으로 번역했던 작품이죠. 읽어보니 원작을 "직역"한 번역으로 읽기가 어렵더군요. 솔직히 제 번역과도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됩니다.

그녀들의 쇼핑 | 쓰쓰이 야스타카
다른 앤솔러지에서 접해본적 있는 이색작. 생활고에 시달리는 주부들이 강도단을 조직한다는 내용인데 작품 자체의 수준은 그냥저냥이지만 작가 특유의 섬뜩한 풍자 하나만큼은 인상적인 소품입니다. 특히 마지막 대사가 백미!
순수하게 작품만 놓고 평가하면 별점은 2.5점입니다.

살의 | 다카기 아키미쓰
역시나 다른 앤솔러지에서 접했던 작품. 굉장한 걸작이죠. 이른바 "일사부재리" 원칙의 모순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거든요. 마지막 반전까지 빼어난 단편의 모범답안 같은 작품입니다. 별점은 5점입니다.
그러고보니 "살의"라는 말이 들어간 작품들 (이런거라던가 이런거라던가 이런거라던가....)은 대부분 괜찮네요.

아버지 | 토마스 H. 쿡
토마스 H. 쿡의 장편은 몇권 읽어보았지만 단편은 처음입니다. 추리물이라고 보기는 좀 어렵지만 장편 못지않은 묵직함이 잘 전해지는 묘사가 아주 좋더군요. 별점은 3점입니다.

무대 뒤의 살인 | 에드워드 D. 호크
총 3편의 초단편 Short-Short로 이루어진 작품.
예전에 읽었던 <4페이지 미스터리>와 유사하나 추리소설로서의 완성도는 훨씬 높습니다. 3편의 이야기 모두 논리정연하면서도 예상을 뒤집는 정통 추리물이거든요.
첫번째 작품은 사진 필름 원판을 가지고 협박하는 협박자가 살해된 이야기, 두번째 이야기는 이런저런 논리퍼즐에서 많이 보았던, 다섯번째 남자마다 처형당하는 상황에서 살아남는 주인공의 이야기, 마지막 이야기는 이집트 전시실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입니다.

첫번째 작품은 에스터가 범인일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논리적인 설명이 돋보였어요. 특히나 1만 2500달러라는 애매한 비용과 30분이라는 시간 공백을 설명하는게 제법이었거든요.
마지막 작품은 살인사건은 전혀 상관없는 동기때문에 벌어진 것이라는 반전이 인상적인 작품이었습니다.

결론내리자면 단편의 제왕 에드워드 D. 호크의 명성에 걸맞는 좋은 작품이었어요. 별점은 3.5점입니다.

오번 가문의 비극 | 매슈 핍스 실
소문으로만 들어왔던 단편 미스터리 시리즈인 "프린스 자레스키" 시리즈!

그러나 별로 건질게 없었습니다. 전형적인 안락의자 탐정인 프린스 자레스키 설정은 너무나 만화같았고 사건도 설득력이 너무 떨어지거든요. 아버지가 광인이 된 것을 왜 숨겨야 하는지도 불분명하고 사건 현장 윗층에서 과학교실을 열고 아무에게도 도움이 안되는 말도 안되는 조작을 하는 것도 와닿지 않았어요. 그냥 본인이 자살하는 것이 더 빠른 해결책이었을텐데 말이죠.

한마디로 수준 이하의 작품. 기대에 전혀 미치지 못한 것은 물론 번역까지 별로라 도저히 점수를 줄 수가 없습니다. 별점은 1점입니다.

불도그 앤드류 | 아서 체니 트레인
터니게이트 - 애플보이 사이의 영토 분쟁에서 불도그 앤드류가 지나가던 터니게이트를 문 뒤 기소되어 법정에 선다는 법정극.
추리소설로 보기에는 좀 무리지만 유머스러운 일상계 법정극으로는 충분히 읽을만 했습니다. 재판장의 마지막 한마디를 통해 약간의 반전이 있는 것도 인상적이고요.
번역이 조금만 더 좋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마크 트웨인이 연상되는 재미있는 작품이었어요. 별점은 3점입니다.

아내의 외출 | 자크 푸트렐
<셜록 홈스의 라이벌들>에 수록된 사고기계 시리즈 단편. (이 책에 수록된 제목은 <녹색눈의 괴물>이죠) 당대 보기드문 일상계로 가치 높은 수작입니다.
그러나 별점을 주기 민망할 정도로 번역이 너무 엉망이라서 도저히 읽을 맛이 나지 않았어요. <셜록 홈즈의 라이벌들>로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A 분장실의 수수께끼 | 자크 푸트렐
역시나 <셜록 홈스의 라이벌들>에 수록된 것과 같은 사고기계 시리즈 단편. 여배우의 증발사건을 다룬 작품인데 장치적으로는 제법 괜찮은 아이디어가 선보입니다.
그러나 트릭의 핵심이 "최면술"이라는게 문젭니다. 당시 최면술이 마법처럼 받아들여진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물로 생각되는데 지금 읽기에는 너무 설득력이 떨어지니까요. 번역 역시 수준 이하였고요. 별점은 1.5점입니다.

알리바바의 주문 | 도로시 세이어즈
피터 윔지경 단편. 다른 앤솔러지에서 읽었던, <검은별>과 동일한 스타일의 모험극. 추리적으로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거의 없는 평균이하의 작품으로 별점은 1.5점입니다.

오필리어 살해 | 오구리 무시타로
<흑사관 살인사건>의 오구리 무시타로가 쓴, 범죄학자이자 탐정 노리미즈 린타로가 등장하는 단편. 셰익스피어 스타일 연극 무대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다룬 작품입니다. 무대장치를 이용한 기계장치 트릭에 더해 심리적 착각을 이용한 트릭이 등장하죠.
현실적이지 못한 트릭,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현학적인 전개와 묘사, 거기에 동기까지 애매하여 전체적인 완성도가 낮습니다. 정통추리물로 보기도 어려웠고요. 별점은 1.5점입니다.

그의 마음은 찢어졌어 | 크레이그 라이스
<스위트홈 살인사건>의 크레이그 라이스가 쓴 단편. 주인공인 술꾼 찌질이 변호사 말론은 시리즈 캐릭터라고 하네요.
의뢰인인 사형수 폴 파머 자살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내용으로 폴 파머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 "끊어지지 않았어"를 단서로 마지막에 추리쇼까지 펼쳐보이며 사건을 해결하는 정통파 추리물입니다.
정통파답게 추리적으로는 상당한 수준을 갖추고 있습니다. 초반부 딕슨 의사와의 대화로 병원에서 탈옥한 죄수가 있다는 단서를 전해주는 등 독자에게 공정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도 좋았고요.
메들레인 스타가 그냥 폴 파머와 결혼하는게 가장 쉬운 방법이었을텐데 성공확률이 낮은 범죄를 저지른 것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것은 옥의 티이긴 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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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잘생긴 늑대개 2014/04/28 00:25 #

    저도 사서 읽으려고 하다가 번역체가 너무 심해서 간신히 읽고 있습니다.
    저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니었군요...번역 공부 따로 안하고 영어만 잘 하는 사람이 번역한 듯한 느낌입니다.
  • hansang 2014/04/28 08:53 #

    네. 심해도 너무 심했어요. 그나마도 영어 원문 번역이 아니라 일본어 중역으로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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