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의 복합 - 마쓰모토 세이초 / 김경남 : 별점 2점 Book Review - 추리 or 호러

D의 복합 - 4점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경남 옮김/모비딕
<하기 리뷰에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무명작가 이세에게 월간지 "구사마쿠라"의 편집차장 하마나카라가 찾아와 고액의 원고료로 연재물을 의뢰한다. 기획은 '전설을 찾아가는 벽지 여행'이라는 민속학 테마를 가진 여행기. 돈과 독특한 주제에 끌린 이세는 첫 연재를 성공리에 마치게 된다.
그러나 이후 미마코라는 팬이 찾아와 여행기에 실린 장소에 대해 "35"라는 수수께끼와 같은 말을 남기고 살해당하며, 이세는 하마나카와 함께 첫 연재 당시 취재여행에서 휘말린 시체 발견 사건과 엮인 진상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마쓰모토 세이초의 장편소설. 이럭저럭 리뷰를 올린 세이초 작품도 열편이 넘었네요.

우선 무명작가가 최고의 원고료로 이름도 모르는 잡지의 연재를 맡게된다라는 설정만 놓고 보면 이 작가가 누명을 쓰고 사건에 휘말리겠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 정도로 뻔해보였어요. 그러나 예상을 깨고 잡지도 제대로 된 잡지였고 연재도 좋은 평가를 받는다는 전개로 이어져 조금 놀랐습니다. 의외의 요소가 신선하게 다가왔달까요.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결국 연재는 무언가에 이용된 것이었고 제대로 완결되지 못해서 작가가 스스로 사건에 뛰어들어 진상을 파헤치려 한다는 뻔한 내용으로 흘러가더군요.

이렇게 되면 작가의 연재물에 관련된 진상이 무엇인지가 이야기의 핵심이자 재미의 축이죠. 또 다른 한가지 축인 사건의 흑막은 작가의 입을 빌어 하마나카가 뭔가 꾸미고 있다는 것이 초반에 드러나기까요. 허나! 아쉽게도 실제 사건의 진상은 솔직히 어이가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이유는 명확해요. 한마디로 억지스럽기 때문이죠. 과거 아버지의 억울함을 복수하기 위한 행동치고는 전혀 와닿지도 않았고요.
먼저 억지스러운 점, 35라는 숫자에 맞춰 여행지를 정하고 그것을 이용해 협박한다는 것 부터가 말이 안돼요. 그냥 읽으면 민속학이라는 주제에 따라 닥치는대로 돌아다니면서 조사하던 와중에 시체가 발견되는 사건이 있었다라는 단순한 글일 뿐인데 이 글을 가지고 나라바야시가 자신을 협박한다는 사실을 알아챈다? 작중에서도 보통 인물이 아닌 서번트 미마코만 알아낼 정도의 어려운 정보로 비록 나라바야시가 전 뱃사람이란 설정이 있긴 하지만 이건 완전히 무리죠. 바다도 아니고 육지인데 누가 경도와 위도를 찾아볼까요? 당장 저만해도 제가 살고 있는 곳의 경도와 위도도 모르는 판국에...
또 설령 협박 사실을 알아냈다 하더라도 공소시효도 지나고 증거도 없는 사건때문에 두건의 살인을 저지른다는 것도 억지 중의 억지였어요. 보통 사람이라면 예전에 그런 일이 있었는데 다 오해로 비롯된거다. 미안하다 정도로 사과하고 하마나카에게 돈 몇푼 쥐어주고 끝냈을 거에요.

그리고 복수극으로도 완벽하게 수준 미달입니다. 대체 하마나카라는 친구는 왜 이렇게 힘들고 복잡한 공작을 꾸민건지 도저히 이해가 안돼요. 협박을 할거면 증거를 모은 뒤 해당 사건에 대한 기사를 쓰지 암호보다 어려운 연재물로 은근하게 접근할 당위성 자체가 없잖아요. 어차피 죽일것이었다면 정체를 숨기고 일하다가 같이 식사도 하는 등 많이 친해졌으니 때를 봐서 죽이는게 나을테고요. 나라바야시가 미마코를 죽이지 않고 위에 이야기한데로 당당하게 처신했더라면 과연 어떻게 했을지도 궁금합니다.
이외에도 사회파적인 특성을 전혀 드러내지 않는 평이한 내용, 작위적으로 얽히고 운이 많이 개입된 인간관계와 전개도 실망스러웠어요. 깊은 민속학적 소양을 보여주는 연재물과 여행지에 대한 설명도 그럴듯하기는 했으나 현학적 측면 이외의 작품에 미치는 영향이나 재미도 전무해서 지루했고요.

물론 건질게 없진 않습니다. 실제 당시 잡지에 연재된 연재물답게 다음 단계, 다음 단계로 넘어가며 독자를 몰입하게 만들기 때문으로 무명 작가에게 찾아온 수상한 의뢰에서 시작되어 그 의뢰에 따라 작성한 글에 대한 수수께끼,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와중에 벌어지는 살인사건 등 착실하게 궁금증과 재미를 쌓아나가는 솜씨 하나만큼은 정말로 일품이었습니다. 확실히 독자를 몰입시키는 능력만큼은 세이초라는 이름에 값하는 작품이에요.
아울러 35에 관련된 지명을 쭉 늘어놓고 각 지역의 풍광을 소개하는 여정 미스터리같은 묘사도 좋았어요. 작가가 실제 장소를 전부 답사하는 모습이 머리에 떠오를 정도로 말이죠.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세이초의 깊은 민속학 소양과 더불어 여정 미스터리라 해도 좋을만큼의 풍광묘사는 분명 인상적이지만 뭔가 핀트가 맞지 않고 방대한 분량이 낭비된 느낌이 강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여태까지 읽은 '세이초 월드' 시리즈 중에서는 가장 별로였어요.





2017 대표이글루_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