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카와 전설 살인사건 - 우치다 야스오 / 김현희 : 별점 2.5점 Book Review - 추리 or 호러

덴카와 전설 살인사건 - 6점
우치다 야스오 지음, 김현희 옮김/검은숲

<하기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다량 포함되어 있습니다.>

도쿄 신쥬쿠 중심가에서 한 남자가 갑자가 쓰러져 사망한다. 피해자 가와시마의 사인은 독살로 밝혀지지만 범인과 이유는 미궁에 빠진다. 유일한 단서는 그가 지니고 있던 삼각형 모양의 기이한 방울 뿐.
비슷한 시기, 노가쿠 명문인 미즈카미류의 후계자 가즈타카가 "도조지" 공연 중 사망한다. 심근경색으로 발표되지만 독살이 아닌가 의심되는 상황.
아버지 지인의 부탁으로 취재차 노의 본고장인 요시노와 덴카와 신사 근처에 머무르던 아사미 미츠히코는 우연히 미즈카미류의 종가 가즈노리 실종사건에 연루되어 사건에 뛰어들게 되는데.


1988년 발표된 우치다 야스오의 아사미 미츠히코 시리즈 23번째 장편

그동안 읽어본 아사미 미츠히코 시리즈가 심하게 기대 이하라 크게 기대가 되지는 않았었는데 이 작품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500페이지가 훌쩍 넘어가는 대장편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흡입력있게 읽힙니다. 명성과 인기가 이해되는 수준의 대중 소설로의 미덕은 충분히 갖춘 작품이었어요. 조금 지루해질만 하면 한개씩 사건이 벌어지는 전개 (가와시마 살인사건 -> 가즈타카 살인사건 -> 가즈노리 실종사건 -> 아사미 체포 -> 가즈노리 변사체 발견 ...)로 흥미를 유발시키는 솜씨도 일품이고 일본 전통 무용 노가쿠와 덴카와 신사와 엮어서 풀어나가는 이야기도 상당한 재미를 선사해주기 때문입니다. 특히 "노가쿠", "노", "노멘"이 핵심 설정이자 트릭의 한가지로 이용되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 상세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도 볼거리 중 하나입니다.
그러고보니 일본도 전통 문화가 센 편이니 만큼 유사한 작품이 제법 있는데 <탐정 레이디 X 시리즈 - 거울 속의 나>가 일단 떠오르네요. 가부키, 고토 종가 가문의 후계자 다툼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사건이라는 설정 자체는 거의 판박이죠. "도조지" 공연 중 종 안에서 사람이 죽는다는 이야기는 <갤러리 페이크>가 떠올랐고요. (여기서는 일종의 사고였지만)
아울러 여정 미스터리의 대가라는 별명에 어울리게 제목이기도 한 요시노 지방 및 덴카와 신사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도 아주 인상적이에요. 풍광이라던가 다양한 행사, 먹거리까지 꼼꼼하게 소개되는 것이 한편의 기행문이라 해도 손색없는 수준이었습니다.
또한 아사미 미츠히코 캐릭터의 매력도 볼만합니다. 인기 시리즈가 된게 이해가 될 정도로 독특한 맛이 느껴졌어요. 명문가의 훈남으로 당시 잘나가던 스포츠카 렉서스 소아라 (1세대겠죠?)를 타고다니는 멋쟁이인데 허술하고 보이는게 여심을 마구 자극하지 않았을까 생각되거든요. <바쿠만>에서 대박이 나려면 여성 독자가 읽어야 한다고 나왔었는데 왜 이 시리즈가 대박이 났는지 뭔가 조금 알것 같기도 하네요.

그러나 읽히는 재미에 비하면 추리적 완성도는 그닥입니다. 이유로는 첫번째 범행, 즉 가와시마 독살사건이 너무나 무책임하고 어이없는 탓이 커요. 협박범이 보낸 편지를 받았다고 우편배달부를 살해한다는게 말이나 됩니까? 또 메신저를 살해했다면 바로 협박범도 찾아가서 죽였어야지 왜 진짜 협박범은 그냥 살려둔걸까요? 협박 당사자인 나가하라 도시코가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은 것 역시 이해 불가에요. 자기 대신 찾아간 사람이 죽었다면 겁이 나서라도 경찰에 신고하는 등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당연하잖아요. 게다가 가즈타카가 죽은 시점에서 도시코가 가만히 있을 이유도 없으며 대관절 종가인 가즈노리가 도시코를 찾아가서 무슨 결말을 지었는지도 설명되지 않는 등 일련의 과정이 대충대충 진행되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아울러 가와시마 사건을 추적하던 경찰이 가즈노리의 시체를 발견하게 된 시점에서 가와시마 살해가 가즈노리의 자살로 이어졌다는 당연한 추리와 수사를 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이렇게 되었더라면 가와시마 살해 동기를 본격적으로 밝혀서 보다 손쉽게 진상이 드러났을텐데 말이죠. 특히나 덴카와 신사의 미스즈로 인해 두명의 연결고리가 드러난 이상 이렇게 수사하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가 아닐까 생각되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작중 명탐정이라 불리우는 아사미의 활약도 거의 전무한 것도 아쉬운 점이에요. 작중에서의 아사미의 추리는 본인 스스로 "감"이라는 것에 의존할 정도로 비논리적인데 가와시마가 독살당한 사건에 "여자"가 관련되었을 것이다라고 추리하는 것이 대표적이죠. 살해방법인 노멘 가면에 발라놓은 독이라는 트릭도 너무나 친절하게 설명되고 있어서 명탐정의 추리가 필요할 정도의 내용은 아니라고 생각되었고요. 또 가즈노리 사건이 자살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아사미의 추리는 수사에 방해가 되었을 뿐이에요. 결국 죽을 사람이 다 죽은 뒤에나 진상을 알게된다는 점도 당황스러운데 이쯤되면 이건 일본 추리소설 속 명탐정들의 전통이자 특징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네요. 어차피 죽을 사람 다 죽으면 탐정이 무슨 소용인지....

그래도 가즈타카 살인사건 하나만큼은 동기도 명확하고 트릭도 나쁘지 않은 편이에요. 동기나 트릭이 노골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본격물스러운 맛을 느끼기는 어려웠지만 그래도 주요 설정인 노가쿠를 효과적으로 사용한 트릭인 만큼 점수를 더 주고 싶네요. 차라리 가와시마 사건은 삭제하고 가즈타카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하는게 어땠을까 싶기도 합니다. 가와시마의 딸 치하루 시점에서 쓰여진 배경 묘사도 다 들어내는 식으로 정리하면 300페이지 정도로 깔끔하게 정리되었을 것 같은데 여러모로 아쉽네요.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쉽고 재미있게 읽히는 맛은 있고 추리소설계에 이름을 남긴 명탐정 아사미 미츠히코의 매력 가득한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추리애호가로서 "추리"라는 요소가 부족한 탓에 감점하지만 추리소설 초심자, 특히 여성분들이라면 꽤 즐겁게 읽으실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덧붙이자면 일찍이 영상화가 여러번 된 작품인데 (심지어 첫번째 작품은 가도카와 제작 - 이치가와 곤 감독이라는 상상이상의 컴비!)추리적으로는 간단하고 오히려 훈남 주인공과 주위의 미녀들, 아름다운 풍광 등이 부각되는 작품이기 때문에 영상물로 감상하는게 더 나을 것 같기도 합니다. 저도 한번 구해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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