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 줄리언 반스 / 최세희 : 별점 3점 Book Review - 추리 or 호러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 6점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다산책방
<하기 리뷰에는 반전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토니 웹스터는 고등학생 시절 앨릭스, 콜린, 에이드리언과 우정을 나누다가 졸업한 뒤 대학에 진학한다.
그 뒤 토니는 대학에서 여자친구 베로니카를 사귀게 되나 그녀와의 관계가 이상한 방향으로 꼬여가고 있음을 감지하다가 에이드리언이 그녀와 교제하게 되었다는 편지를 보내온다.
토니는 쿨한척 엽서를 보내고 그 둘을 인생에서 지워버리기로 결심하나 얼마 후 에이드리언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리고 40년이 지나, 60대가 된 토니에게 베로니카 어머니의 유언장이 도착한다. 얼마간의 돈과 에이드리언의 일기장을 토니에게 남긴다는 유언.
왜 그녀는 토니에게 그러한 것을 남겼을까? 토니는 수수께끼를 풀고 일기장을 되찾기 위해 베로니카와의 접촉을 시도하는데...


안녕하세요. 2015년 한해가 시작되었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 작품은 회사 동료의 추천으로 교보문고 e-book으로 읽었습니다. 이런저런 상을 수상한 유명 작품이더군요.

20대의 학창 시절 중심으로 에이드리언의 자살로 끝나는 1부, 40여년이 지난 뒤, 왜 베로니카가 에이드리언의 일기장을 돌려주지 않을까?를 파헤치는 2부로 나뉘어져 있는 작품으로 화자인 토니의 1인칭으로 시점으로 의식의 흐름, 과거의 기억과 현재가 뒤섞이며 과거 사건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는 전개가 복잡하면서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덕분에 분량은 장편이라고 부르기 어려울 정도로 짧지만 다 읽기까지는 제법 시간이 걸렸네요.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기도 했고요. 정통 추리물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2부에서 토니가 과거의 진상을 찾아가는 과정이 상당히 흥미로와 추리 장르로 분류했는데 마지막 반전이 충격을 안겨다 준다는 점에서 "기묘한 맛" 류의 심리 드라마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웃음기가 쏙 빠졌다는 점에서 로얄드 달 보다는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에 가까운 스타일말이죠. 마침 무대가 영국이기도 하니...
이러한 장르 문학으로서의 가치는 물론 묘사와 디테일 역시 대단한 수준입니다. 특히 제 대학 시절이 연상된 1960년대 학창 시절의 토니와 친구들의 속물적이고 허세에 가득찬 묘사, 그리고 여러가지 소품으로 상황과 캐릭터를 설명해주는 솜씨가 아주 좋았어요. 손목 안쪽으로 돌려놓은 손목 시계와 같은 것 등이 그러합니다.

그런데 솔직히 저는 이 작품에서 베로니카가 토니에게 책임을 묻거나 원망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더군요. 어린 시절 절친에게 애인을 빼앗긴 뒤 악담을 퍼부은 것이 그렇게나 잘못된 일일까요? 게다가 에이드리안이 베로니카의 어머니와 관계를 가지고 자살하게 된 것은 사실 토니하고는 무관한 일이잖아요. 토니의 편지가 없었어도 당연히 가족은 만날 가능성이 높았을 뿐더러 베로니카 몰래 어머니에게 가서 물어보라고 한 충고는 솔직히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되거든요. 실제로 베로니카의 어머니가 토니에게 주의를 준 것은 사실이니까요. 에이드리언이 그 충고를 따라 베로니카의 어머니를 만나고, 관계를 가지게 된 것은 순전히 두 사람의 자유 의지이기에 토니가 책임을 느낄 하등의 이유는 찾기 어렵네요. 참혹한 결과만 놓고 봤을 때 베로니카 관점에서 볼 때에는 원망을 품을 수는 있지만 대상은 토니가 아니라 어머니, 에이드리언이었어야 해요. 
같은 이유로 에이드리언의 일기 복사본의 문장 "예를 들면, 만약 토니가" 라는 문장 뒤에 "편지만 보내지 않았어도"라고 쓰여진 것이었다면 에이드리언 역시 그다지 뛰어난 인물은 아닌 셈입니다. 본인 실수를 가지고 남 탓이나 하다니.... 아울러 베로니카가 토이에게 어머니가 남긴 유산을 피 묻은 돈이라고 비난할 이유도 없어요. 에이드리언의 유산도 아니고 어머니가 토니에게 남긴 것이니까요.
어머니가 일기장을 토니에게 남긴 이유가 조금 궁금하기는 하고, 베로니카가 명확하게 상황을 이야기하지 않고 질질 끌면서 단서를 하나씩 흘린 이유도 모르겠는건 마찬가지고요.

또 토니가 문제의 편지를 보낸 것이 모든 것의 원인인 것 처럼 묘사되는데 이 사실이 전혀 다른 기억 (쿨한 엽서) 으로 치환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잊어버린 것도 아니고 아예 다르게 기억을 한다니... 저도 비슷한 경험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책에 나오는 상황의 일이었다면 분명히 기억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기억, 그리고 역사라는 것이 "역사는 살아남은 자의 회고에 더 가깝다"라는 작중 표현처럼 작품의 핵심 테마인데 역사를 너무 부정확한 측면만 강조하여 다룬게 아닌가 싶네요. 영국보다는 프랑스 느낌 강한 장황하고 복잡한 심리묘사도 지나친 감이 없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별점은 3점입니다. 분명 잘 쓴 소설임에는 분명하고 반전도 빼어나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허나 특기할 만한 부분이 딱히 없으며 역사에 대한 취급은 실망에 가까웠기에 감점합니다. 그래도 고급스러운 유럽 문학 향취가 짙은 만큼 장르 문학 팬 분들 중 고급 취향이신 분들께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뭐 비싸보이는 포장을 뜯어보면 내용은 막장이라 이래저래 영화 <졸업>의 잔혹한 변주에 지나지 않아 보이기도 하지만요.




덧글

  • gvw 2015/01/02 12:58 #

    내용도 내용이지만 원문은 참 예쁘게 잘 썼는데 번역을 하면서 이래저래 느낌을 잘 살리지 못한 듯하여 아쉬웠습니다.
  • hansang 2015/01/05 10:26 #

    좀 문체가 잘 와닿지 않는 기분이 들기는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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