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아찔한 경성 - 김병희 외 / 한성환 외 엮음 : 별점 2점 Book Review - 역사

이토록 아찔한 경성 - 4점
김병희 외 지음, 한성환 외 엮음/꿈결

OBS의 특별기획 프로그램 <세상을 움직이는 역사>라는 특강 프로그램에서 전문가들이 강의한 내용을 선별하여 글로 옮긴 책입니다. 여섯개의 주제를 가지고 근대 경성의 삶과 그것이 현재로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설명해 주고 있죠. 개인적으로 근대 경성, 일제 강점기 시기 역사에 대해 관심이 많기에 구입했습니다.

그러나 결론부터 이야기한다면 제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내용들 대부분이 수박 겉핥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기 때문입니다. 주제들 각각이 한권의 책으로 엮여도 충분할 정도의 내용으로 이미 많이 출간된 탓이 크겠죠. 제가 읽은 것만도 광고는 <꼿 가치 피어 매혹케 하라> , 대중 음악은 <오빠는 풍각쟁이야>, 문화재는 <명품의 탄생>으로 이미 접했던 내용이니까요. 
또 원래가 TV 방송이라 내용들 대부분이 에피소드 중심으로 쉽게 접근한다는 점과 각 챕터를 담당한 전문가가 다른 탓에 전체 챕터 내용, 구성 방향, 문체 등 모든 면에서 일관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지 않네요.

물론 쉽게 쓰여졌다는 것을 단점이라고 부르기 어렵기는 하겠죠. 몇몇 새롭게 알게 된 사실, 그리고 아이디어를 얻은 부분이 없지는 않고요. 풀 컬러로 이루어진 책의 구성과 도판, 디자인도 좋은 편이긴 합니다. 하지만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이 정도의 내용이라면 방송으로 보는게 훨씬 빠르고 유익했을 것 같고, 어차피 깊이있는 내용을 얻으려면 결국은 제가 언급한 다른 책을 찾아봐야 할 터라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군요. 

챕터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1부 광고로 본 근대의 풍경>
근대 광고는 다른 책으로도 익히 알고 있던 내용이지만 태동 정착기 - 성숙기 - 쇠퇴기로 3분하여 설명하고 있는 점, 천연당 사진관의 90도로 돌려놓은 기묘한 광고같이 시기별 대표 광고에 대해 "광고 전문가"의 시각으로 설명해 주는 것들은 꽤 재미있었습니다. 그러나 식민지 시기 광고에 대해 타자적 욕망 운운하는 결론은 무리수로 보입니다. 시기가 어찌 되었건 광고의 본질은 다 똑같을텐데 식민지 시기라고 다르게 설명할 이유는 없으니까요.

<2부 대중음악으로 본 근대의 풍경>
역시나 다른 책에서 본 내용으로 특기할 부분은 많지 않습니다. 트로트와 신파를 엮는 것이 핵심 내용인데 딱히 새롭지 않았거든요. 또 라시도미파의 5음계를 가지고 트로트의 음계가 어떤 것이며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있는데, 이런 부분은 아무래도 TV같은 매체가 아니면 와닿기 어렵다는 점에서 아쉬웠습니다.

<3부 사법제도로 본 근대의 풍경>
일제시대 때 순사로 대표되는 경찰조직이 강력한 권한을 가질 수 밖에 없었던 배경을 설명해 주고 있는데 상당히 재미있었습니다. 왜 그렇게 "순사"가 공포의 대명사처럼 쓰였는지 알게 되기도 했고 말이죠. 결국 비용 문제로 판사와 검사의 수가 적기에 어쩔 수 없었던 측면이 있었는데 '범죄즉결례'라는 것으로 3개월 이내의 형은 경찰이 내릴 수도 있었다니 놀라울 따름이에요.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소설가 김동인의 단편소설 <태형>이라던가 특정 재판의 모습을 예로 들어 설명해 주어서 머리에 쏙쏙 들어오기도 했고요.
그러나 이러한 후진적인 당시 체제를 해방 이후 상황까지 이어서 설명해 주는 것은 그닥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제 관심 밖 영역인 탓도 있지만 저자인 김인회 씨의 정치적 배경이 글에 개입된 느낌도 강했기 때문이에요.

<4부 문화재로 본 근대의 풍경>
간송 전형필 선생의 문화재 수집 활동 이야기 외에는 우리나라의 반출된 문화재를 어떻게 하면 잘 회수할 수 있을지가 결론인 내용으로, <빼앗긴 문화재를 말하다> 비슷했습니다. 생각해볼만한 주제이기는 한데 제가 기대했던 내용은 아니라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5부 미디어로 본 근대의 풍경>
근대 미디어, 그 중에서도 신문과 라디오를 중심으로 설명해주는 챕터. 신문의 역사야 국사책에도 나올법한 내용이 전부라 대단한 것은 없습니다.
그래도 선조 때 있었다는 "조보"라는 매체가 민간 신문이었다, 라는 저자의 이론은 재미있더군요. 경성방송국 직원이 "미국의 소리" 방송을 몰래 들은 "밀청 사건"도 제 공부가 부족한 탓에 이번에 알게 되었는데 기억에 남고요. 

<6부 철도로 본 근대의 풍경>
이수광씨의 다른 근대 관련 서적은 한권 읽어보았었는데 문체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더랬죠. 여기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나치게 소설적인, 그리고 과장된 문체로 일관하고 있거든요. 덕분에 다른 챕터와 이질감이 크게 느껴지는 것도 불만스러웠으며, 본인 스스로의 해석이 많이 가미된 것도 영 별로였습니다. 곡산군이 폐허가 된 이유라는 철도 공사 역부 차출에 관련된 민중 봉기 이야기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만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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